다시 보기, 두 작가의 수다

2022.12.10 10:03

thoma 조회 수:345


'헤어질 결심'을 어제 재감상했어요.(시리즈 온에서 7일 대여한 거라) 스포일러 있습니다.

다시 보니 처음 보면서 의아하던 게 조금 정리가 됩니다. 

남편1과 남편2는 같은 시계를 찼고 해준은 남편1과 같은 휴대용 술병을 사용하잖아요. 왜 저래?

남편1은 서래의 몸에 자기 이니셜을 새겼지요. 해준 표현대로라면 '가축처럼'. 서래 부부와 해준 부부가 시장에서 만났을 때 박용우가 본능적으로 손마디를 꺾습니다. 지 물건에 손대려는 놈과 싸울 준비하듯이요. 해준이 집 앞에서 이 실장과 떠나는 아내를 마주쳤을 때도 손마디를 꺾더라고요. 방금 산에서 서래를 만나고 왔으면서 저러고 싶을까? 

또 눈에 띄었던 것은 박용우의 명함에 박힌 상반신 사진이 그대로 해준의 실루엣으로 전환되는 장면입니다. 어째서 저렇게 찍었을까.

그리고 다들 눈이 강조됩니다. 남편1 시체의 부릅 뜬 눈, 남편2의 죽었는데 갑자기 떠지는 눈, 해준의 안약을 상비해야 하는 눈. 

다시 보니 두 남편은 쓰레기이고 해준은 사랑의 대상으로 온전히 믿음직한 남자,가 아니었어요. 서래는 산에서 두 남편과 해준을 구별해서 자신의 조상에게 '꽤 믿음직한 남자 데려왔다'라고 표현하지만 이 대사가 '믿음직한' 보다는 '꽤'에 방점이 찍혀야 되는 것이구나, 해준이 남편들과 구별되는 캐릭터는 아니었구나, 그것이 바다로 가며 나눈 통화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구나, 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하지만 해준은 기회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두 남편과 다른 점이라면 죽기 전에 똑바로 보려고 노력한다는 것 정도 아닐까요. 

영화에 사용된 음악을 듣다가 위의 두 작가의 대화를 보았습니다. 정서경 작가는 마지막 바다 장면이 자신이 쓴 글이지만 저런 파도로, 바다의 모습으로 영상화 된 것을 보니 아주 좋았나 봅니다. 아니나다를까 박찬욱 감독은 후반 산에서 두 사람의 대화 장면이 전체 분량에서 타이밍상 지루할 지점이어서 어떻게 손을 보나 고민을 했다는 말씀.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09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68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820
121820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2.12.13 759
121819 컴퓨터 부팅 걸리는 시간 [2] catgotmy 2022.12.13 318
121818 ‘깨시민’ 탓 하는 얼론 머스크 [2] soboo 2022.12.13 654
121817 미야자키 하야오 신작(...아마도 마지막이 될 장편)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포스터 [5] 예상수 2022.12.13 782
121816 크세니아 [1] Sonny 2022.12.13 281
121815 The Smashing Pumpkins - 1979 catgotmy 2022.12.13 153
121814 작곡가 안젤로 바달라멘티 사망 [4] LadyBird 2022.12.13 376
121813 호나우두,"무리뉴,펩,안첼로티 중에 다음 브라질 감독 했으면"/시어러,"케인의 pk 실축은 그를 평생 사로잡을 것 " daviddain 2022.12.13 239
121812 혹시 라인하르트012 2022.12.13 166
121811 2022 Washington DC Film Critics Award Winners [2] 조성용 2022.12.13 212
121810 프레임드 #277 [4] Lunagazer 2022.12.13 100
121809 [ebs] 위대한 수업 제임스 카메론 편 [4] 쏘맥 2022.12.12 448
121808 [넷플릭스바낭] 자꾸만 작품에 본인 이름을 넣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를 봤어요 [8] 로이배티 2022.12.12 759
121807 최양일 감독이 별세했네요 [2] 예상수 2022.12.12 435
121806 "황금의 제국" 기득권에 저항한 자에 대한 징벌 산호초2010 2022.12.12 339
121805 키츠 (독일 드라마) catgotmy 2022.12.12 182
121804 무리뉴가 브라질 감독 후보에 올랐군요. [1] daviddain 2022.12.12 248
121803 2022 New York Film Critics Online Award Winners [3] 조성용 2022.12.12 289
121802 2022 Boston Society of Film Critics Award Winners [4] 조성용 2022.12.12 208
121801 프레임드 #276 [4] Lunagazer 2022.12.12 9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