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몇 편

2018.06.21 12:50

underground 조회 수:765

어제 댓글로 동시 한 편 올리다가 오랜만에 동시를 좀 찾아 읽어 봤어요.  


그 중에서 재미있게 읽은 시 몇 편 옮겨 봅니다. 







뽀뽀의 힘

 

        김유진

 

 

쉬는 날

잠만 자는 아빠

 

곁에서 맴돌아도

툭툭 건드려도

두 팔을 잡아끌어도

꿈쩍 않더니

 

쪽!

뽀뽀 한 방에

 

“아이구, 우리 딸.”

 

반짝

일어난다

 

 

 

 

 

 

저울

 

           최수진

 

 

동생이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양손에 들고

저울질하고 있어요

 

큰 거 먹으려고요

 

동생은 저울이에요

무게를 너무 잘 달아요

 

 

 

 

 

 

눈 잘 자

 

            박성우

 

 

아빠? 응!

 

엄마들은 왜 아가 재울 때

‘코’ 잘 자, 해?

눈이 자니까

‘눈’ 잘 자, 해야지!

 

코가 진짜 자면 큰일 나잖아, 그치?

 

아빠, 눈 잘 자.

엄마, 눈 잘 자.

 

 

 

 

 

 

청소 시간이 되면

 

            김용삼

 

 

수업이 끝나고

우당탕탕 청소 시간이 되면

 

책상은

무슨 잘못을 했나

의자를 들고

벌을 서지

 

아니지

벌을 서는 게 아니지

 

수업 시간 내내

엉덩이를 받쳐 주느라

힘든 의자를

 

책상이

또 하나의 의자가 되어

잠시

앉혀주는 것이지

 

 

 

 

 

 

똥개가 잘 사는 법

 

            김응

 

 

돈 한 푼 없는 똥개는

사료도 못 얻어 먹고

신발도 못 얻어 신고

개집에서 쫒겨났대

 

돈 한 푼 없는 똥개는

그냥 똥개로 살기로 했대

 

돈 한 푼 없는 똥개는

사료 대신 뼈다귀로

신발 대신 맨발로

세상을 누비고 다녔대

 

돈 한 푼 없는 똥개는

마음껏 똥개로 살아갔대

 

 

 

 

 

 

몸무게는 설탕 두 숟갈

 

                임복순

 

 

설탕 두 숟갈처럼

몸무게가 25그램밖에 나가지 않는

작은 북방사막딱새는

 

남아프리카에서 북극까지

삼만 킬로미터,

지구 한 바퀴를 난다고 한다.

 

살다가 가끔

내 몸무게보다 마음의 무게가

몇 백 배 더 무겁고 힘들고 괴로울 때

 

나는,

설탕 두 숟갈의 몸무게로

지구 한 바퀴를 날고 있을

아주 작은 새 한 마리

떠올리겠다.

 

 

 

 

 

 

우물

 

       권정생

 

 

골목길에 우물이

혼자 있다

 

엄마가 퍼 간다

할매가 퍼 간다

 

순이가 퍼 간다

돌이가 퍼 간다

 

우물은 혼자서

물만 만든다

 

엄마도 모르게

할매도 모르게

 

순이도 못 보게

돌이도 못 보게

 

우물은 밤새도록

물만 만든다

 

 

 

 

 

서 있는 물

 

       김금래

 

 

바다가 되기 싫은

물이 있지

 

가던 발길 멈추고

고요히

 

생각에 잠기는

물이 있지

 

세상 물들이 모두

바다로 갈 때

 

나무 속으로 들어가

팔 벌리고 서 있는 물이 있지

 

잎으로 꽃으로 피는

물이 있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76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36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529
123793 [바낭질을하고싶은오후] 소시꿈, 더위, 에바:파 [6] 가라 2010.07.13 3896
123792 듀나in) 근대한국소설의 제목 좀 알려주세요 [3] 장외인간 2010.07.13 1941
123791 6월 25일자 인터넷 브라우저 벤치마크 결과 [4] wadi 2010.07.13 4676
123790 멕시코만사태 무언가 성과가 있었나요??(+신고식) [1] 파리마리 2010.07.13 2077
123789 저같은 구닥다리? 스타일 또 있으신지요? [4] Eun 2010.07.13 2832
123788 [ 펌] 조전혁, 전교조에 `강제이행금' 481만원 동전 등 납부 [17] 영화처럼 2010.07.13 5724
123787 듀나인] 1920~40년대까지 인천의 모습이 담긴 영화나 문학작품 [3] hybris 2010.07.13 4129
123786 한동안 듀게를 가득 채웠던 연예인 구설수 관련 떡밥 총정리 기사 [4] soboo 2010.07.13 5877
123785 귀신이 방문을 긁는 소리 [16] 셜록 2010.07.13 3824
123784 전주 번개 후기 [13] 뤼얼버내너밀크 2010.07.13 3005
123783 [듀나인] 혹시 프랑스시민혁명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아시나요. [2] V=B 2010.07.13 5896
123782 인터넷 매체에서 한명의 기자가 하루에 8개의 기사를 쓰는 건 다반사인가요? [7] chobo 2010.07.13 2431
123781 퀴어미학을 공부하고 싶으신 분들을 모집합니다. 두리팝 2010.07.13 2680
123780 [바낭]안경을 벗어야겠어요.(렌즈나 라식해야될지도.) [12] 타보 2010.07.13 3848
123779 거지체험 [6] Johndoe 2010.07.13 2820
123778 네이트온 경마 게임을 아십니까? [5] 글루스틱 2010.07.13 2806
123777 [가가채팅] 저녁 먹기 전에 타이핑을 열심히 하여 칼로리를 소모합시다 셜록 2010.07.13 2001
123776 성에 씨를 붙여 부르면 왜 비하하는 느낌이 들까요? [8] nomppi 2010.07.13 3709
123775 프랑스 영화를 추천해주세요. [26] cecilia 2010.07.13 3663
123774 다큐멘터리 호스피스 병원에서의 3일 [1] 가끔영화 2010.07.13 282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