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역시 가족영화입니다.

2023.09.29 13:18

thoma 조회 수:291

Ready or Not, 2019

f2a7cc29168847b58f125e1288095f8d15612052

제목 그대로 추석 명절에  다함께 오붓이 즐기면 좋을 가족영화였습니다. 스포일러가 조금 있습니다.

포스터를 보며 가진 선입견으로, 사마라 위빙이 남몰래 가지고 있던 육체적 능력으로 이 가족과 맞붙어 다 처치해 버리는 내용인 줄 알았어요. 그렇게 오해할 만한 포스터잖아요.

확인하고 나니 그런 이야기는 자주 만들어져서 흔했다 싶고 양측이 다 물리적으로는 어설픈 능력을 지닌 이 영화가 많이 돋보이네요. 전혀 현실성 없지만 이런 이유에서인지 현실적인 느낌이 들거든요. 상징과 은유를 하나 세워 둔 다음 나머지는 인물들의 폭력적 능력 위주의 볼거리로 채우는 영화는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볼거리로 말하자면 저택의 사악한 위용에 힘입고 인물들의 변화와 성장으로 채워져서 흥미진진했네요. 특히 갑부 집 사람들이 제각각 사악함과 허약함을 함께 가진 점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 허약함의 종류나 질도 다양하였고요. 

주인공의 경우 타고난 듯 보이는 기질이 상황을 파악해 가며 적응하는 과정에서 그 근성이 만개하는 게 보였습니다. 축산장의 오물처리소에서 빠져나온 것을 기점으로 실제로는 오물을 뒤집어 쓰고 있으나 한꺼풀을 벗고 거듭난 느낌이 들었어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저항해야 한다. 이 영화를 보며 읊조린 개인적인 교훈이었어요. 가만 숨어 있다가 들키면 끌려가면서 포기하는 것이 저라는 인간...

영화를 좁은 의미로 보면 한국 시가의 며느리 길들이기 같아서 이거 작가가 한국인인 것인가?란 의문도 잠시 가졌네요.

평소 생각하던 것을 영화로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대대로 이어지는 부유한 집안이란, 손에 피가 안 묻은 집구석이 없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지 않고서야 변화하는 오랜 세월 내내 부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 '죽일 놈의 부자들' 이라고 사마라 위빙이 영화 중에 대사를 합니다. 그리고 죽일 놈들 집이 불타는 가운데, 러브 미 텐더가 흐르는 가운데, 호올로 걸어나오는 사마라 위빙. 몸이 찢어져 가면서 움직이고 버텨낸 후 마지막에 피우는 담배는 참으로 맛있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전부터 보려고 했는데 비싸서 참고 있다가 디즈니플러스에서 발견하고 흐뭇하게 봤네요. 추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93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89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180
124398 오늘 있었던 일.. Apfel 2010.07.06 1641
124397 정말... 손은 눈보다 빠르더군요. [2] 클로버 2010.07.06 2637
124396 멕시코만 원유유출 &... [4] 프루비던스 2010.07.06 2009
124395 훼미리마트에서 핫식스 1+1 하네요. [6] hwih 2010.07.06 2979
124394 제 기준에선 전혀 의외의 인물이... [2] 메피스토 2010.07.06 4192
124393 늙었어요. [9] art 2010.07.06 2589
124392 [바낭] 심야영화 보러가요 [6] 서리* 2010.07.06 1999
124391 구로사와 아키라전 인기폭발이네요 ㅠㅠㅠㅠ [18] 빛나는 2010.07.06 3404
124390 [음악+바낭] 정재일 2번째 앨범, 그리고 난 쫒겨날지 모른다.. [7] 서리* 2010.07.06 2760
124389 오늘 동이... [51] DJUNA 2010.07.06 2143
124388 오늘 구름의 모양새와 커피잔에 남은 찌꺼기를 가만히 보니까 [1] 셜록 2010.07.06 1957
124387 구미호 2회 시작합니다. [101] mithrandir 2010.07.06 2367
124386 사진을 찾습니다. [1] nishi 2010.07.06 2731
124385 지금 듀게에 하나 바라는 것... [17] nishi 2010.07.06 3140
124384 [듀나in] 로자 룩셈부르크의 시신 말이예요 [1] 무한자와우주와세계 2010.07.06 2201
124383 김연수 작가를 좋아하는 분들께 [4] zucchini 2010.07.06 3491
124382 포미닛 신곡;주격 소유격 목적격 소유대명사 MV [18] 메피스토 2010.07.06 4001
124381 슈퍼스타 K 시즌 2가 23일부터 방송되는군요. [1] Jager 2010.07.06 1905
124380 잡담...입니다. [1] Mothman 2010.07.06 2058
124379 "개 식용을 반대한다면 모든 동물 식용을 반대해야한다" 라는 진중권 씨의 발언 [45] 프레데릭 2010.07.06 486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