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7분. 스포일러는 끝 부분에 흰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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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명색이 2005년 영화인데 포스터가 이 모양인 건 당연히 노린 거겠죠. ㅋㅋ 보면 복고풍 정서가 강한 작품입니다.)



 - 배경은 역시 2005년. 한적한 동네에 위치한 대학 캠퍼스에요. 한여름이고 방학인 듯 하지만 우리의 'SF 동호회' 남자애들은 어떻게하면 이 여름을 바보 같이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를 궁리하며 텅 빈 학교의 동아리실에서 빈둥거리고 있죠. 그리고 어쩌다 그 동아리실에 얹혀 살고 있는 사진 동호회 여자애 둘도 함께요.

 그러다 갑자기 이들 앞에 타임머신이 뙇! 하고 나타납니다. 너무나도 직관적으로 생겨 먹은 인터페이스 때문에 바로 조작법을 이해한 이들은 장난삼아 멤버 중 하나를 여기에 태워 하루 전으로 날려 보내 그 날 자기들이 망가뜨린 에어컨 리모콘(...)을 망가지기 전에 가져오려 하는데 당연히 그게 쉽게 풀릴 리는 없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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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들 모둠샷. 그냥 딱 보이는대로 남자애들은 다 바보구요. 그나마 여자애들은 멀쩡한 편이지만 비중이 적구요.)



 - 일본 영화들 중에 보면 이런 게 종종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있었습니다. 요즘 일본 영화들은 잘 모르겠구요. 그러니까 '아니 이걸 뭘 굳이 극장용 영화로??' 라는 생각이 드는 정말 소박하기 짝이 없는, 흔하고 평범한 이야기에다가 딱히 튀는 부분도 없는. 그래서 티비 스페셜 드라마 한 편 짜리 정도로 만들어도 충분할 작품을 굳이 극장용 영화로 만들어 기어이 개봉하고야 마는 것이죠. ㅋㅋ


 암튼 이 영화가 그런 케이스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그 어떤 야심도 없고 스케일 크거나 확실한 볼거리도 없어요. 배우들 연기든 연출이든 이야기 그 자체든 간에 '아무리 봐도 이건 티비용 단막극인데...' 라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를 갖고 100분이 넘는 극장용 영화를 만들어낸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단점이 있고, 또 장점도 있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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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중에 나름 원톱 주인공을 꼽자면 이 분입니다. 일단 생김새부터 가장 잘 생김!!! 유일하게 러브라인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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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와중에 우에노 주리가 예쁘구요.)



 - 단점을 먼저 말하자면... 뭐 예상 그대로입니다. '아니 뭐 이런 걸 다...' 라는 생각이 보는 내내 들어요. 소탈하다 못해 허접해 보이기까지 하는 장면이나 전개들이 많습니다. 


 일단 영화가 시작하고 나면 무려 20여분을 할애해서 떡밥 투척을 해요. 그냥 주인공들의 별 거 없는 일상을 20분 동안 보여주는데 자꾸 어색한 상황이 발생하고, 카메라가 쌩뚱맞은 부분을 클로즈업해서 강조해주고 그러거든요. 뭐 뻔하잖아요. 나중에 주인공들이 시간 여행을 하면서 이 장면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주겠죠. 근데 이게 정말 어색할 정도로 툭툭 끊어지는 편집으로 들어가 있어서 "아마추어세여?"라는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ㅋㅋㅋ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저어엉말로 뻔하고... 벌어지는 사건들은 하나 같이 다 밍숭맹숭하고... 마지막을 보면 정말 흔해 빠진 시간 여행물 클리셰들 중에서도 싱거운 것들만 모아다 조립해 놓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뻔하면서 임팩트가 없습니다. 대체 이런 각본으로 어떻게 영화 만들 생각을 했을까? 투자는 어떻게 받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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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기는 장면!!! 들도 하나 같이 밍숭맹숭... 한데 너무 대놓고 나이브해서 그냥 귀여워 보이는 느낌이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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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달 사순 샴푸가 중요 아이템(?)으로 등장하고 계속해서 이름을 불러댑니다. 비달사순비달사순비달싸쑨!!! 그러고보면 그 시절 유행이었네요 저거. ㅋㅋㅋ)



 - 근데 장점으로 넘어가면요...

 이렇게 흔하고 뻔하고 식상한 이야기가 일본 영화 특유의 그, 보는 사람이 축 늘어지도록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는 가운데 느슨하고 정적이면서 감성 터지는 여름 분위기와 결합되면서 엄청나게 관대해지게 만드는 면이 있습니다. ㅋㅋㅋ 

 주인공들 캐릭터들이 하나 같이 다 나이브한 톤의 일본 청춘물 속 바보 청춘들인데. 얘들이 영화 내내 시전하는 개그도 정말 안 웃기거든요. 근데 그것도 그냥 대충 허허 웃으며 보게 됩니다. 애초에 평범한 바보들이니 화끈하게 재밌는 일을 저지를 수도 없겠죠. 이 정도가 딱 현실적(?)이랄까요.

 그리고 그렇게 영화 속 일본 여름 무드에 익숙해지고 나면 그냥 그걸 즐기게 됩니다. 멍청함이 정겨움이 되고, 싱거움이 귀여움이 되고, 뻔함이 익숙하고 편함이 되고. 뭐 그런 식이에요. 재밌단 생각은 안 드는데도 그냥 안 끊고 쭉 보게 되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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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청춘!! 열정 바보들!!! 조합이 나오는 일본 이야기들은 대체로 좀 미워하거나 냉정하게 보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ㅋㅋ)



 - 뭐 더 길게 이야기할 것도 없구요.

 이야기 측면에서나 아이디어 측면에서나... 뭘로 보든 '잘 만들었다'고 호평해 줄 구석을 찾기 힘든 싱거운 영화에요. 만드는 본인들도 그걸 알았는지 영화 속에 나오는 가상의 영화 하나를 언급하며 이런 대사를 넣어뒀네요. "이 영화의 장점이 뭔지 알아? 시시하다는 거야." ㅋㅋㅋㅋ

 하지만 일본 대중 문화 상품들 속에서 줄기차게 팔리는 그 일본의 뜨겁고도 나른한 여름 풍경,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그 압도적 시시함 속에서도 그냥 어익후 이놈들 진짜 뻔하기도 하지. 허허허. 이러면서 즐길 수 있게되는 묘한 매력 같은 게 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그냥저냥 봤어요. 하지만 추천은 못 하겠군요. ㅋㅋㅋ




 + 참고로 왓챠에 등록된 한 줄 평들은 정말 압도적인 호평들입니다. 글쎄요... 그냥 다들 자기 취향에 맞는 영화를 잘 찾아서 보셨나 보다. 라고 생각합니다.



 ++ 우에노 쥬리 출연작 같은 걸 본 게 없거든요. 그러다 이제사, 20년 전 작품의 조연으로 그 분을 처음 봤는데 뭐 인기 폭발할만 했네요. 아주 곱고 매력적이십니다. 캐릭터도 비중도 별 거 없지만 그래도 예쁘다는 거.



 +++ 투자는 어떻게 받았네 어쨌네 하는 얘길 잔뜩 써놨는데 지금 확인해보니 이거 '춤추는 대수사선' 감독님 작품이었군요. ㅋㅋㅋ 아이고 몰라뵈어서 죄송... ㅠ



 ++++ 주인공들부터 SF 알못으로 설정된 SF 영화이고 엄격한 논리 같은 건 찾아볼 수가 없기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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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웰스 소설 '타임머신'의 옛날 영화판에 나왔던 타임머신... 을 대략 오마주한 듯한 게 나오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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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중요하진 않은 역할로 이렇게 트레키(!!)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ㅋㅋ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한심한 주인공들이 타임머신을 손에 넣고서 시도하는 모험이란 무려 하루 전날로 돌아가서 에어컨 리모콘이 망가지기 전에 집어 오는 겁니다. 그런데 주인공들의 압도적인 한심함 덕에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뻘짓들만 하고 다녀서 일이 꼬이구요. 그 와중에 타임머신의 주인, 25년 후 미래에서 온 젊은이가 주인공들에게 합류해서 에어컨 리모콘 찾기 미션에 뛰어들어요.


 근데 웃기는 건 얘들이 SF동호회잖아요. 하지만 실은 아무도 SF에 관심이 없는 애들입니다. 그게 무엇의 줄임말인지도 모른다면서 다 함께 껄껄 웃어요. ㅋㅋㅋ 그래서 시간 여행의 패러독스... 뭐 이런 것도 전혀 모르는데요. 이 동아리의 대선배인, 이미 졸업하고 무슨 공장 같은 데서 일하고 있는 아저씨가 우연이 이 일에 엮이게 되면서 열심히 칠판에 판서를 해가며 알려줍니다. 그런데 이 분의 결론인 즉, "니들이 과거로 가서 뭐 하나라도 바꿔 놓으면 현재 시점의 우리들은 모두 삭제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라져 버린다." 입니다. 뭐 자세한 원리는 생략하구요.


 그래서 으아아 안되겠다 모두 다 원상 복구하자... 며 다시 과거로 여행을 거듭한 주인공들은 그러다가 이 대학의 미스테리였던 캇파상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도입부에 나왔던 이해 안 가는 장면들의 원인 제공자들이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홀로 잘 생긴 남자애는 예쁜 여자애랑 러브 라인 같은 것도 만들고 그럽니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결국 원상복구를 완료하고. 덕택에 찾을 수 없게 된 에어컨 리모콘은... 미래에서 온 젊은이가 자기 시간대로 돌아가서 거기 리모콘을 집어 옴으로써 해결합니다. 알고 보니 갸도 SF 동호회 회원이었고 주인공들이 쓰던 동아리방, 에어컨과 리모콘을 그때까지 쓰고 있었다네요. 허허(...)


 근데 이 녀석이 "그럼 안녕~" 하고 떠나면서 떡밥들을 남겨둡니다. 자기 엄마도 이 대학 학생이었대요. 그리고 이 녀석이 들고 다니던 카메라는 사진부의 예쁜 여자애가 쓰는 카메라와 같은 제품이구요. 그 와중에 자신의 성은 뭐뭐라고 알려준 후에 떠나는데요. 결국 이 놈이 사진부 예쁜 여자애의 아들이라는 건데, 문제는 이놈의 성이 주인공이랑 다른 겁니다. ㅋㅋㅋ 그래서 좌절에 빠졌던 주인공은, 그 녀석이 떠나기 전에 타임머신을 열심히 찍어대던 공장 선배의 말을 떠올립니다. "미래에 타임머신이 존재한다는 건 누군가 그걸 만들었단 얘기잖아? 그렇다면 바로 내가 그걸 만드는 사람이 되겠어!!"


 그래서 갑자기 씨익 웃으며 옆에 있는 멍청이 친구들에게 물어요. 야. 사람이 자기 성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


 그러면서 엔딩입니다.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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