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7 00:42
그러니까 지난 월요일 밤이었습니다.
그때도 이미 폭염 모드여서 밤에도 쌩쌩 에어컨을 돌리고 있었는데... 문득 하나도 시원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거죠.
뭐지? 하고 에어컨을 쳐다보니 에러 코드가 떠 있고. 검색해보니 그 코드의 의미란 '냉매 부족'이라는 것.
말은 '부족' 이지만 그냥 냉방 기능이 사망한 상태였어요. 애타게 이것저것 조작하며 애를 써봐도 아무 쓸 데 없었고 결국 가동 중지.
이 비상 사태에 깜짝 놀라서 게으른 저답지 않게 광속으로 인터넷에 들어가서 AS 신청에 들어갔는데, 내용을 다 입력하고 나니 '가장 빠른 날짜는 8월 7일 오후 1시입니다. 예약 하시겠습니까?' 라는 무심하게 끔찍한 안내창이... ㅋㅋㅋㅋㅋ
이런 일이 벌어지니 방학이라는 게 저주가 되더군요. 차라리 출근을 하면 오전이랑 낮시간은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는데 말이죠. ㅋㅋㅋ
애들 데리고 외출을 하면 되지 않겠냐... 라고 주변에서 말도 하던데 그건 뭔가 앓느니 죽는 기분이라 어떡하나... 하다가 '그냥 버텨 보지 뭐' 라고 결심을 했습니다.
뭐 생각해보면 그렇잖아요? 20세기엔 당연히 에어컨 같은 거 없이 살았는데요. 그리고 엄밀히 말해 21세기에도 에어컨 없이 살았습니다. 제가 결혼을 하고도 대략 2년 정도는 에어컨을 안 샀거든요. 그동안 쭉 없이 살아온지라 그게 익숙해서 크게 불편하단 기억 같은 것도 없었고.
그래서 뭐 어때!!
고작 일주일인데!!! 하고 집에서 버티기로 결심했으나...
첫날은 정말 고행이었습니다. ㅋㅋㅋ
일단 상식적으로 창문을 다 열었죠. 선풍기도 틀어 놓고 그렇게 버텨봤는데.
지난 한 주 날씨 다들 겪어 보셨잖습니까. 집 양쪽 창문을 다 열어 놓으니 아주 따끈한 열풍이 팡팡 들어오더라구요. ㅋㅋ
마침 또 제가 사는 집이 햇볕은 잘 드는데 바람은 잘 안 드는 위치에 있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다음 날엔 작전을 바꿨습니다.
밤새 창문 다 열어 놓고 버틴 다음에 아침에 거실로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순간 창문을 다 닫아 버리고 커튼을 팍팍.
덥혀질 순 없다!!! 모드로 전환을 했더니... 뭐 일단은 좀 낫더군요. 그래도 몇 발짝만 움직이는 순간에 땀이 나기 시작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ㅠㅜ
이러한 상황을 핑계로 가사를 내팽개치고 식사는 배달 음식으로. ㅋㅋㅋ 그래도 다행히 가까이 사는 어머니께서 지원을 해주셔서 집을 뜨겁게 하지 않고도 적당히 먹고 살았는데.
뭣보다 컴퓨터를 쓰는 게 제일 문제였습니다. 지금 제 시스템이 cpu도 gpu도 발열이 적은 편으로 구성한 물건인데, 에어컨 틀어 놓고 살 땐 '와 정말 하나도 안 뜨겁네!'하고 뿌듯해했는데 날씨와 환경이 이렇게 되니 참으로 따뜻하고, 특히 게임을 돌리면... orz
그래도 자식놈들은 잘 지내더라구요.
땀은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할 거 다 하고 놀 거 다 놀고. 심지어 딸래미는 그 와중에 아이브 춤 연습을 하고 있고 막(...) 저처럼 '참아낸다!' 이런 느낌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잘 살았습니다.
역시 인간도 신제품이 좋은 거구나. 라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느끼며 보낸 일주일이었습니다.
암튼 이렇게 '살아남아야 한다!' 라는 맘으로 한 주 다 버텨냈구요.
드디어 내일이 에어컨 부활의 날... 입니다만. 이렇게 그 날이 다가오니 설마 AS 기사님께서 '어익후, 여기에 맞는 부품이 없네. 한 3일 정도 걸리겠는데요?' 라고 하실까봐 걱정이 되고 그렇습니다. 안된다구요.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하루 종일 전화해서 진상 부리겠... (쿨럭;)
근데 실은 사나흘쯤 지나니 역시 뭐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건지, 힘들지만 그냥저냥 지낼만 했어요.
다만 예상치 못했던 크리티컬이 하나 있었으니, 아침에 일어나는 게 문제였습니다.
잠이 들 때까진 괜찮은데 자는 동안 더워서 충분히 깊게 잠을 못 드나봐요. 습관적으로 그냥 눈이 떠지는 시각이 있고 눈을 뜨면 걍 벌떡 일어나서 하루 일과 시작하는 타입... 이라고 믿어왔는데. 에어컨 중단 이후로는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무겁고 정신이 몽롱합니다. ㅋㅋ 딸래미가 밥 내놓으라고 깨우면 소파까지 어기적거리며 이동해서 거기 널부러지고. '밥을 내놓으란 말이다!!!' 라고 아우성을 쳐야 간신히 어기적어기적...
그런데 제가 내일은 출근이란 말이죠.
그래서 대충 얼른 자야겠습니다. 라는 급결론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나마 저녁에 비가 좀 내려서 그런지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네요. 내일 에어컨님 부활하시면 퇴근 후 일단 부둥켜 안고 눈물 좀 흘린 후에 더욱 더 가열차게 돌려보겠습니다. ㅋㅋ
암튼 이 무더위에 다들 건강, 안녕하시고.
여러분과 더불어 댁의 에어컨들도 모두 건승하시길 빌어 드립니다. 으하하;
+ 그래서 오늘의 뻘글 마무리쏭은
(아직 하룻밤 남았지만) 일단 살아남았습니다!!! ㅋㅋㅋㅋ
2023.08.07 01:32
2023.08.07 20:37
지금 매우 시원합니다!!! 역시 문명의 이기란 끝내주는군요!!! 말씀 감사합니다!!!!! 우핫하(...)
2023.08.07 07:21
2023.08.07 20:38
제 기억속엔 1994년 전설의... 는 아니고 전설이었던 폭염이 굉장히 또렷해서 그동안 별로 옛날보다 덥단 생각은 안 하고 살았거든요. 근데 올해는 정말 끝내주는 것 같습니다. ㅠㅜ
2023.08.07 08:05
2023.08.07 20:46
서울은 아니지만 나름 근처 수도권이라 그래도 일주일 정도면 많이 빨리 오는 편이라고 주변에서 그러더라구요. ㅋㅋ
다행히도 오늘 다 고쳐져서 지금은 시원하고 보내고 있습니다.
theforce님도 한 주 즐겁고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2023.08.07 08:48
94년 2003년, 2018년
2023.08.07 20:46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는 매년 여름이 그 전 해보다 더울 거라고 하더군요. 흠(...)
2023.08.07 08:56
여름에 패딩입고 나갈래. 겨울에 반팔입고 나갈래 물어보면 전 반팔을 택합니다. ㅜㅜ
너무 고생하셨네요.
2023.08.07 20:47
그런데 이 날씨에도 반마다 긴팔 입고 온 애들이 최소 한 명 씩은 있더라구요. 놀라운 녀석들... ㅋㅋ
고생은 고생 맞는데 지나고나서 보니 간사하게도 덕택에 옛날 생각 나고 재미도 있었단 생각이 드네요. 물론 다시는 겪고 싶지 않지만요. 하하.
2023.08.07 09:07
엇!! 반갑습니다. 저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노 에어컨을 실행하고 살고 있습니다 ㅋㅋㅋ
역시나 아이들은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잘 논다고 하니 해피엔딩인 것 같아 뿌듯하군요 ㅋㅋㅋ
2023.08.07 20:48
올리신 글 읽었습니다. ㅋㅋ 근데 에어컨이 건강에 그리 좋지 않은 건 사실인 듯 해요. 제가 올해는 방학 시작할 때 냉방병 비슷한 상태였는데 그게 이후로도 계속 남아 있었거든요. 근데 일주일 후끈하게 보내고 나니 많이 나아지더라구요. 하하...;
2023.08.07 09:54
더위를 잘 타지 않고 추위에 약한 체질이라 알고 살았는데 몇 년 전부터 더위를 못 견뎌요. 신제품 좋은 거 맞죠.ㅎㅎ
에어컨 켜고 창 닫고 사는 거 안 좋아해서 가능한 참아보려 하지만 말씀대로 창을 열면 다른 집 실외기 때문인지 더운 바람이 막 들어오고 머리도 아프고 뭘 할 수가 없어요. 게다가 노견이 헐떡거리기 시작하면 그냥 동참하게 됩니다. 한여름 더위의 피크에 고생하셨네요. 오늘 저녁엔 반드시 찬바람 맞이하시길.
그나저나 춤연습이라니 오늘도 따님의 씩씩함에 감탄했어요.
2023.08.07 20:50
오늘 대화 나눈 직장 동료분과 똑같은 말씀을 하셔서 웃었습니다. ㅋㅋ 일생 더위는 안 타고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이번 여름은 힘들다고 슬퍼하시더라구요.
맞아요. 내가 안 틀어도 다른 집이 다 트니 실외기 열풍 파워 때문에 창문 열고 버티는 게 더 어려워져버린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애들이야 뭐 진짜 쉽게 적응하더라구요. 예전에 둘 다 감기 걸린 상태로 한겨울에 제주도 여행을 간 적 있는데, 그 상태로 밖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더니 오히려 감기가 나은 걸 보고 신제품의 생명력과 회복력에 감탄했던 적이 있습니다. 요즘도 그렇구요. ㅋㅋ
2023.08.07 16:11
2023.08.07 20:51
네 정말 다른 건 대충 적응해서 살겠는데 아침이 너무 힘들더라구요. 출근도 해야 하니 더더욱. ㅠㅜ
덕택에 이젠 시원 쾌적하니 내일 아침은 훨씬 나아지리라 믿습니다. 기원 감사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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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이런 날씨에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내일부터는 다시 시원한 일상생활로 돌아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