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바퀴벌레 얘기를 읽으니 떠오르는 기억 하나.


4년전쯤에 완도에 놀러갔어요.

늦은밤에 도착해서 인터넷에서 검색한 그 지역에서 제일 최근에 지어지고 좋다는 모텔에 갔죠.

바닷가 바로 앞에 지어져 있었고..정말 시설등이 좋더라고요.


예약을 하지 않고 갔는데,마침 가서 물어보니 방금 방 하나가 취소되어서 남아있다고 하더라고요.

가격까지 깎아준다니 이게 왠 떡이냐 싶어서 냉큼 계약을 했죠.


방도 넒고 시설도 좋고..모든게 좋았어요.

티비옆 티테이블 아래에 웅크리고 있던 바퀴벌레만 빼고...


멀리서 문을 열고 방을 들어가는데 그것이 제일 먼저 눈에 띄더라고요.

처음에 전 커다란 장수풍뎅이인줄 알았어요.

매끈하고 윤기나는 검은색 그것은..도저히 바퀴벌레라고 보기 어려운 아우라가 있었거든요.


전 장수풍뎅이를 좋아하니까 왠 방에 풍뎅이가 싶어서 다가갔죠.

그런데..그 커다란 그것은 바퀴벌레 였어요.


가난하게 살았던 어린시절에 전 바퀴벌레나 개미등과 함께 부대끼며 사는데 익숙했어요.

어머니가 끓여놓은 국에 바퀴벌레가 둥둥 떠다니고, 밤에 부엌불만 켜면 수십마리가 샤샤샥 싱크대와 가스랜지 밑으로 도망치는 그런 풍경은 그냥 일상이었던 적이 있었죠.

집안사정이 나아지며 조금 좋은 곳으로 이동했을땐 개미가 저희가족을 괴롭혔어요.

책상에 과자라도 올려두면 잠시후 바닥에서부터 책상까지 이어지던 개미들의 행렬...


그러니 제가 바퀴벌레의 모습, 일반적인 형태나 그런것을 잘 모를리가 없어요.

그런데 완도에서 봤던 그건..이제까지 제가 파악하던 바퀴벌레에 관한 상식을 뒤엎을 만큼 초현실적인 것이었어요.


그 크기는 성인남성 손바닥의 3/2정도..그러니까 문구용 12cm자 정도 크기였는데..그냥 힐끗 본다면 흔히 애완용으로 파는 커다란 왕장수풍뎅이나 장수하늘소라고 생각할만큼 엄청나게 육중한 몸집이었죠.

미국바퀴니 독일바퀴니 외국산 바퀴가 크기가 크다.하지만 전 그런 크기는 본적이 없었거든요.


가까이 다가가도 꿈쩍도 않던 그것은 정말 기름칠이라도 한 듯 번뜩이고 기름진 윤기가 있었고,투명한 갈색인 일반적인 바퀴에 비해 지나치게 새까맣지만 아무리 봐도 확대된 바퀴벌레.형태였죠.


카운터에 전화를 했더니 한숨을 푹 쉬더니 남성한명이 올라오더라고요.

손에는 짐작한듯 엄청 두텁고 큰 타월을 쥐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그 타월로 싸서 바퀴벌레를 잡았어요.

그러면서 제게 요 근래 갑자기 이런 바퀴벌레들이 몇마리씩 출몰한다고...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봐도 이런 크기의 바퀴벌레를 찾아볼 수가 없는데..도대체 그건 무슨 돌연변이들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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