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여자 입장에서 결혼이 가져다주는 손해 이야기가 나오는데 남자인 저도 결혼은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다른 남자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저는 다분히 사이가 좋은 부모님을 두고도 이 공포증이 중학생 때부터 있었어요.

 

왜 '처자식 때문에..', '처자식이 딸린..', '돈 버는 기계'라는 말이 있겠어요. 누가 요즘에 취미도 관심사도 없는 한국아저씨가 되고 싶을까요. 이 얘기하면서 사회적 시선에 대한 얘기를 많이들 하시던데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남자에게 지워진 부담 및 책임감도 가히 살인적이죠. 심지어 사정이 좀 좋다는 대기업이나 공무원 사회에서도 직장에서 밀려 자살하는 그 무수한 사람들은 항상 아저씨들이잖아요.

 

똑같은 식으로 사회적 시선 차원에서 얘기하자면 여자가 사회에서 밀리면 전업주부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처자식 딸린 남자에게는 곧 죽음과도 같죠. 이외에도 제 입장에서 댈 수 있는 결혼의 폐해야 무수하죠.

 

이 얘기가 나오면서 남녀 중 누가 더 손해인지 따지는 게 아니라고 계속 전제하는 데 보면 또 결국 계속해서 그 얘기더라고요. 서로 기가 차는 주변 사례 배틀하면 뭐 끝도 없겠죠. 원래 글도 상대방 남편 입장에 대한 고민은 단 한 줄도 없이 온통 '내가 여자라서 손해' '나 여자라서 더 힘들어' 밖에 없는 데다가 남편까지 인정했다고하니.. 저라도 결혼했는데 와이프가 무슨 소리를 하건 힘들다고 하면 내 힘든 건 덮어두고 위로부터 했을 듯..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으나 그 불행에 대한 당사자의 마인드에서 나오는 책임도 생각날 수밖에 없었고 일부 좀 까칠한 댓글도 그런 이유로 나왔었던 걸로 보이고요.

 

이상적인 결혼 얘기가 나왔었는 데 그건 일단 서로의 입장에서 그런 상대방이 손해 (?) 보는 부분부터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시작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한쪽이라도 '내가 더 손해'라는 마인드가 무의식으로라도 깔린다면 그 결혼이라는 게  매우 힘들어지지 않나라고 봅니다. 상대방이 그냥 순간적으로 힘들어서 푸념하는 거라면 위로하겠지만 정말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속 손익 따지고 들면 저도 반사적으로 손익 따지겠고 결국 냉전이나 파국으로 치닫겠죠. 아예 애초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게 우선인 사람은 결혼에 성공하기도 매우 힘들다고 보고요.

 

글쎄...아마 그런 생각들을 많이들 하고 있고 스스로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결혼률이 떨어지나 봐요. .

 

저는 이런 공포증이 아직도 여전하나 잘 못 걸리면 (?) 결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결혼공포증 때문에 끝난 연애도 있었지만 나이 먹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경험도 했었거든요. 결국 다른 이유로 실패했지만 어쨌든 저도 결혼을 결심할 수도 있다는 게 이미 증명되었으니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7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2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42
124100 '얼룩소'라는 플랫폼이 재미있군요 [15] Sonny 2023.08.25 893
124099 디즈니 영화 크레이터 이야기를 하다가 [2] 가끔영화 2023.08.25 186
124098 [EIDF] 어느 수도사의 대성당 [9] underground 2023.08.25 423
124097 [티빙바낭] 세상은 넓고 호러는 많습니다. 핀란드산 호러 '햇칭' 잡담 [4] 로이배티 2023.08.24 324
124096 버호벤의 두 신작 [4] daviddain 2023.08.24 392
124095 '오펜하이머' 잡담 [12] thoma 2023.08.24 604
124094 프레임드 #531 [4] Lunagazer 2023.08.24 110
124093 일본이 핵을 맞은 이유 [6] catgotmy 2023.08.24 572
124092 한국 넷플릭스 신작영화 - 너의 시간 속으로 메인예고편 상수 2023.08.24 255
124091 듀게에 지옥만세 보신 분 계십니까 [2] 상수 2023.08.24 324
124090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시작 [4] 상수 2023.08.24 479
124089 조금 늦은 2023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후기~ [2] Sonny 2023.08.24 442
124088 <에릭 클랩튼: 어크로스 24 나이츠>를 보고왔어요. [7] jeremy 2023.08.23 249
124087 [넷플릭스바낭] 매우 하이 컨셉하고(?) 아트 하우스스러운(??) SF 소품, '더 나은 선택'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3.08.23 393
124086 미임파7에서 떠올린 로저 래빗/김혜리 팟캐스트 에피소드 daviddain 2023.08.23 212
124085 프레임드 #530 [4] Lunagazer 2023.08.23 98
124084 레저수트 입은 래리 [6] 돌도끼 2023.08.23 336
124083 작가 폴오스터 말입니다 [6] toast 2023.08.23 649
124082 부천 빵집 메종블랑제 [2] catgotmy 2023.08.23 356
124081 뒤늦게 재장마중에... 비, 눈, 폭설, 번개등, 날씨나 계절, 특정 시기에 생각나는 영화, 노래들 [6] 상수 2023.08.23 26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