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7 15:24
[To Leslie]
[To Leslie]의 주인공 레슬리는 옛날에 복권 당첨되어서 팔자 펴지나 했지만 이제는 돈에 쪼들리는 알코올/약물 중독자 신세가 된 지 오래입니다. 영화는 그녀의 최근 고난을 담담히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보다 보면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일말의 희망을 위해 애쓰고 좌절하는 그녀의 모습엔 상당한 감정적 힘이 있습니다. 참고로, 주연인 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본 영화로 얼마 전 깜짝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가 되었는데, 홍보 과정에서 논란이 좀 있었지만 그녀의 연기가 작년 최고의 성과들 중 하나인 건 분명합니다. (***1/2)
[바빌론]
데이미언 셔젤의 신작 [바빌론]은 [사랑은 비를 타고]의 어둡고 지저분한 버전이 되려고 하지만, 그게 딱히 성공적이지 않습니다. 일단 [선셋 대로]나 [배드 앤 뷰티]를 비롯한 쇼 비즈니스의 어두운 면을 다룬 영화들과 차별을 두고자 3시간 넘는 상영 시간 내내 과잉과 퇴폐를 화면 안에서 펼치지만, 그 결과물은 흥분되기보다는 지쳐만 갑니다. 염려했던 것만큼이나 나쁘지는 않았지만, 보는 동안 내내 심란하기만 했습니다. (**1/2)
[이마 베프]
어쩌다가 최근 국내 개봉된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1996년 [이마 베프]는 여전히 쏠쏠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열렬하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영화 속 영화의 엉망진창 제작 과정을 보다 보면 웃음이 나오곤 하고, 장만옥이 그 중심에 있으니 더 좋지요. 참고로, 얼마 전에 나온 미니시리즈 버전이 웨이브에 올라왔으니, 조만간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를 뒤늦게 극장에서 챙겨봤습니다. 국내에서 매우 드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장편 영화이기 때문에 주목받을 만한데, 결과물은 단순하고 투박하지만 여전히 꽤 흥미로운 수작이었습니다. 물론,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만큼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국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더군요. (***)
[성스러운 거미]
[경계선]의 감독 알리 압바시의 신작 [성스러운 거미]는 2000년대 초 이란에서 일어났던 실제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픽션입니다. 사건 피해자들이 모두 거리 성매매 여성들이었으니 가상의 여성 기자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를 차분히 굴려 나가는 동안 영화는 그 연쇄 살인 사건이 보수적인 이란 사회의 여성혐오적 면들의 반영임을 치 떨리게 보여주고, 이는 현재 이란의 정치적 상황과 공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모로 결코 편히 볼 영화는 아니지만, 상당한 몰입감이 있더군요. (***1/2)
[씨 하우 데이 런]
작년 말에 디즈니 플러스에 올라온 [씨 하우 데이 런]을 뒤늦게 챙겨 봤습니다. 1953년 초 런던을 배경으로 한 본 영화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 [쥐덫]의 공연을 중심 소재로 하고 있는데, 사실과 픽션 그리고 실존인물과 가상 캐릭터를 발랄하게 뒤섞으면서 나온 결과물은 꽤 재미있더군요. 한마디로, 그냥 시간 때우고 싶을 때 가볍게 즐겨 보실 수 있는 추리 코미디물인 가운데, 저처럼 크리스티 작품들을 꽤 많이 알고 계시면 보는 동안 많이 실실 쪼개실 수 있을 겁니다. (***)
2023.02.07 15:32
2023.02.07 15:44
'이마베프' 시리즈는 왓챠 아니고 웨이브에 있어요!
영화 보다 코믹 요소가 더 강했고요, 영화도 좋았지만 시리즈도 재밌었습니다.
2023.02.07 16:08
아, 그렇군요. 수정하겠습니다.
2023.02.07 16:45
너무 뜬금포로 단기간에 동료배우들이 주도한 소셜 미디어 캠페인으로 깜짝지명이 되서 뒷말이 좀 나오긴 했지만 어쨌든 걸출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낮았던 안드레아 라이즈보로가 주목받을 기회가 되서 개인적으로 기쁘네요. 저 작품도 국내에 수입이 됐으면 합니다.
씨 하우 데이 런은 그럭저럭 재밌긴 했지만 제가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들을 잘 몰라서 놓친 디테일들이 상당히 많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막상 작중의 살인사건은 허무하게 해결되는지라... 시얼샤 로넌의 귀엽고 당찬 연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2023.02.07 18:20
2023.02.07 18:40
그래도 진짜 극소수 말고는 있는지도 몰랐던 영화가 이렇게 언급이 되고 오스카 노미네이트도 성공했으니 커리어엔 플러스가 될 것 같아요. 어차피 부정적인 사람들도 그 캠페인 과정에서 논란이 될만한 방법을 썼던 부분을 욕하지 배우한테 뭐라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고...
아가사 크리스티 팬인데 디즈니 채널과 거리가 있어서서 그런지 '씨 하우 데이 런'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네요. (언젠가 디즈니 채널을 접한다면) 봐야 할 영화 목록에 올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주 개봉인 '성스러운 거미'가 무척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