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제목대로 1976년생이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51분. 스포일러 신경 안 쓰고 막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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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경고했다잉~' 이라는 카피가 재밌습니다.)



 - 이탈리아 주재 미국 대사 로버트 손씨가 아내의 출산을 보기 위해 병원으로 후닥닥 달려가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결론은 사산. 뭔 신부 하나가 다가와서 '아내에겐 비밀로 하고 그냥 이거 한 번 키워보지?'라며 다른 신생아를 들이밀구요. 고민 끝에 데려다 키우고, 일단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손씨 가족입니다만. 세 살인가 네 살인가 생일 파티에 수상한 개 한 마리가 나타나고. 이 개에게 노려봄을 당한 유모가 갑자기 저택 윗층으로 올라가 "날 봐 데미안~ 모두 널 위한 거란다~~" 라고 외치며 목에 밧줄을 메고 번지를 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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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대략 이렇게 속 썩이던 우리 금쪽이 데미안군이)



 - 다짜고짜 본론으로 들어가면요. 낡았습니다. ㅋㅋ 영화 자체가 낡았다... 라기 보단 이야기와 소재가 낡았죠. 악마의 숫자 666! 적 그리스도의 등장!! 내 새끼가 악마 대빵이라니!!! 인류의 운명은!!!? 이런 이야기를 궁서체로 진지하게 하는 영화를 2024년에 보면 어쩔 수 없이 철이 한 10번쯤 지났군요...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게다가 이런 류 이야기의 '원조'답게 아무래도 딱 저것 빼면 남는 게 별로 없어요. 후대에 비슷한 소재 영화들이 수백 수천 편이 쏟아져 나오며 모두 이 영화 속 설정을 갖고 조합, 변형, 발전을 시켜댔으며 저는 그걸 또 신나게 보며 나이 먹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그리고 전에도 비교했던 '엑소시스트'와 나란히 놓고 보면 그게... '엑소시스트'는 딱히 시대와 철을 타지 않는 이야기잖아요. 종교에서 말하는 '신의 뜻'과 인간의 퍽퍽한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존재라든가. 희생이라든가 구원이라든가... 그런 철학적이고 유행 안 타는 올타임 인기 소재를 다룬 이야기인 반면에 이 '오멘'은 딱 세기말 종말론 유행 시기 최적화 아이템입니다. 인간적인 드라마라는 게 거의 없고 그저 적그리스도와 인류 멸망이라는 소재 하나에만 올인하니까요. 여러모로 지금 보기엔 싱겁고, 또 건질 것이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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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넘치는 젊은이 유모 누나와)



 - 하지만 이렇게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하고 본다면, 기본적으로 잘 만든 장르물입니다. 

 일단 감독이 리처드 도너잖아요. 능력 있는 감독님이 그럴싸한 분위기를 잘 잡고 미장센이나 포인트가 되는 호러 장면들 같은 걸 유려하게 잘 연출해 주셔서 재미가 있습니다. 초반의 젊은 유모 점프 장면 같은 것도 그렇고, 베일록 부인은 등장할 때마다 으스스 포스를 맘껏 발산해 주시고, 그 외에도 사람 죽어나가는 장면들은 거의 빠짐 없이 지금 봐도 꽤 좋은 호러입니다.


 캐스팅도 아주 잘 됐어요. 사실 연기할 게 별로 없지만 어쨌든 주인공(...)인 로버트 역할에 그레고리 펙 같이 무게감 있는 연기자를 캐스팅한 건 영화가 저렴해 보이지 않게 만들어준 신의 한 수였고, 그나마 번뇌와 고통 같은 걸 표현해주는 역할의 아내 캐릭터를 리 레믹 여사님이 잘 연기해 주고요. 기자님과 베일록 부인 같은 인물들도 뭔가 비주얼만으로도 충분히 분위기를 풍겨주는 (배우님들 죄송;) 사람들로 잘 캐스팅 되어 있죠.


 또 이 나라 저 나라를 오가며 로케이션해 보여주는 풍경들도 영화 분위기에 딱 맞게 좋구요. 뭣보다 주인공네가 생활하는 대저택의 이미지가 참 좋습니다. 어디서 굴러들어왔는지 모를 금쪽이 하나 때문에 부모가 고통 받는다... 라는 사실은 소소한 이야기의 스케일을 대폭 뻥튀기 해주는 데 큰 공헌을 하더라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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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앙심 깊고 엄격한 선생님을 만나 새 삶을 살게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 아쉬운 부분을 생각해보자면, 아무래도 데미안입니다. 뭐 적그리스도 그 자체로서 주변 사람들을 마구 죽여 없애는 사악한 존재 역할을 그런 어린애에게 맡겨 놨으니 이보다 더한 뭘 시키긴 윤리적으로 무리였겠습니다만. 그래도 연출 같은 걸로 좀 더 살벌한 느낌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싶었구요.


 또 극중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거의 다루지 않아요. 사실 대단한 멜로드라마 아닙니까. 금이야 옥이야 열심히 키운 자식 놈이 자기들을 죽이고 세상을 멸망 시킬 존재라는 거. 이런 부분을 잘 살렸으면 엄마가 맞는 비극적 최후도, 클라이막스에서 로버트 손이 내리는 결단도 훨씬 강렬하게 살아났을 텐데 그런 게 없어요. 특히 우리의 로버트 아저씨는 두어 번 의무적으로 '아무리 그래도 내 자식인데!' 라는 대사를 뱉어주는 걸 제외하면 딱히 뭐가 없어서 마지막에 데미안이 "아빠, 왜 이러세요!" 라고 인간적인 척 할 때 멈칫하다 총 맞아 죽는 게 어색할 지경이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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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색해보면 흑백 스틸들이 많이 나오는데, 마치 원래 흑백 영화인 것처럼 잘 어울린다는 게 함정. 흑백 버전도 보고 싶네요. 더 무서울 듯.)



 - 어쨌든 뭐, '엑소시스트'처럼 시대를 초월한 고전으로 남을만한 작품은 못 된다 하더라도 추억은 방울방울 모드로 재감상하기엔 모자람이 없는 소품 오컬트 호러였습니다. (제작비 3백만 달러로 6천만 달러를 벌었다고 합니다.) 지금 보기 좀 싱겁다 하더라도 원조님이시잖아요. 원조 대우는 해드려야 하니 조금은 관대한 마음으로 봐 줘야죠. ㅋㅋ

 어째서 이렇게 유명하고 인기도 좋았던 영화가 vod 서비스가 안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잘 봤습니다. 끄읕.




 + 데미안 역을 맡았던 배우님은 어떻게 지내시나... 하고 봤더니 이 영화 이후로 1980년에 아역으로 영화 하나 찍고, 그 후로는 배우를 그만두셨나봐요. 나아중에 나온 오멘 리메이크 작품에 타블로이드 기자로 카메오 출연한 게 필모의 전부네요.



 ++ 데미안이 엄마랑 동물원에 가니 동물들이 다 겁에 질려 도망치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때 유독 비비들만 데미안을 보고 마구 화를 내다가 결국엔 우루루 몰려와서 데미안이 탄 차를 공격합니다. 그렇습니다. 인류의 평화는 우리 비비 전사님들이 지키는 것!! 

 ...근데 동물들 입장에서 기독교적 종말이란 건 뭘까요? 뭐 손해볼 게 있긴 한가??



 +++ 저작권이 만료된 건지 그냥 배째라 불법 영상인데 단속이 안 되고 있는 건지...



 어쨌든 한글 자막까지 붙어 있는 유튜브 버전입니다. vod 서비스들을 다 뒤져봐도 리메이크 밖에 안 나와서 이걸로 봤어요. 용서해주십... ㅠㅜ



 ++++ 짤 검색하다 보니 재밌는 포스터들이 좀 보여서 그냥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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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지금은 마치 대표 이미지처럼 되어 버린 짤인데... 사실 영화엔 안 나오는 장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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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 배경으로 보이는 저택을 자세히 보면 소소한 스포일러가 숨어 있는 게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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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부터 창의성 발동 시작... 인데 이 짤은 뭔가 후대에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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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의적이지 않습니까? ㅋㅋㅋ 맘에 들긴 하는데 영화 포스터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진 모르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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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폴란드 포스터였다는 듯 한데... 허허. 확실히 찝찝하고 기분 나쁘게 잘 만들긴 했는데 좀 과한 듯 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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