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히어로물에 관심이 적은 탓에 제가 조커라는 캐릭터를 잘 모릅니다. 아마 영화제에서 상 받지 않았으면 영화도 안 궁금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아님 제 집중력 탓인지, 영화 보는 동안 시계를 여러 번 봤군요. 재미 면에서도 의미 면에서도 그다지 와 닿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 아서는 현실 어디엔가 있을 것 같은 사람입니다. 너무 마르고 뒤틀린 몸이 꿈틀거릴 때마다 마음이 아팠어요. 스파이더맨도 그러더니 요즘의 영웅/반영웅의 추세는 초능력계가 아닌 현실계인가 싶더군요. 어쨌든 아서는 불행한 환경과 그로 인한 병든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은 만나는 족족 그를 업신여깁니다. (망상장애에서 기인하는 면도 조금은 있지 않나 싶은데.. 옆에 있지도 않았던 여자를 있었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처럼요)

근데 그런 아서가 굳이 그 유명한 조커라는 캐릭터와 연결되는 지점은 잘 납득이 안 됐습니다. 제 눈에는 그냥 끝까지 광대 분장한 아서, 광대 분장한 와킨 피닉스처럼 보일 뿐이었거든요.

 


- 그에게 가졌던 안타까움이나 동정심이 사라지는 지점은, 그가 광대 분장을 한 다수 속으로 몸을 숨기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이제 패거리를 가지게 됐으니까요. 다행히도(?) 우쭐해서 대놓고 대장질을 한다든가 총을 난사해서 아무나 죽이지는 않습니다. 머레이라는 쇼 호스트는 분명 아서에게 가장 큰 무례를 저지른 사람이에요. 동영상을 맘대로 틀고 조롱하다니.. 고담시에는 초상권도 없나?

 


- 조커라는 허구의 캐릭터에 사회 문제를 덧입혀서 캐릭터 개연성을 시도한 것 같은데, 그다지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부자는 다 죽어라식의 단순한 분노를 표출하는 광대 시위대는 공감이 가기 보다는 그저 한 떼의 좀비들마냥 보였어요. 사실 현실에서 부자들한테 혐오를 표출하는 애들은 차라리 용기 있는 애들이죠. 대부분은 본인과 비슷하거나 더 약한 계층, 성별을 상대로 수평폭력을 휘두를 뿐입니다.

 


- 와킨 피닉스의 호연은 이견이 없겠고(사실 여기에 사족을 달면 왠지 연기자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만 같은데.. 워낙 연기 잘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그런가 기시감은 있었어요. 제 생각엔 미친 연기 하기는 연기 난이도 최상위 레벨은 아닌 것 같아요. 독특한 캐릭터는 신체가 고달파서 그렇지 오히려 쉬운 면도 있다는 생각), 그를 제외하면 영화 전체를 통틀어 기억에 남은 건 문장 하나입니다. 정신병의 가장 안좋은 점은 아닌 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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