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4 22:26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오는 2025년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계획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링크한 바 있습니다 (http://www.djuna.kr/xe/board/13654882)
그런데, 댓글 주신 여러 분들과 논의하는 중에 드는 물음이, 같은 논리라면 (자사고/외고 입시를 위한 사교육, 그리고 자사고/외고의 입시 사관학교로의 변질이 문제라는 지적) 왜 과학고, 영재학교 폐지 얘기는 없는 것일까요?
과학고, 영재학교의 정원이 대략 연 2,500명 정도인데, 잘 아시다시피 상당수의 (특히 강남) 초등학생, 중학생이 늦은 밤까지 사교육에 시달리는 이유가 과학고, 영재학교 때문입니다.
또한, 잘 아시다시피 과학고, 영재학교에 지원하고 다니는 학생들 중 상당수가 정말 수학, 과학을 좋아하고 더 배우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그냥 거기가 (입시 output에서) 제일 좋은 학교, 명문학교이기 때문입니다. (외고처럼 말이죠..)
또, 현재 과학고, 영재학교에서 제공하는 수학, 과학 교육의 양과 질이 크게 탁월하다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생긴 과학고인 경기과학고 1, 2기 졸업생들 (저보다는 한참 위인..) 얘기를 통해 추측해보면, 도입 초기의 과학고 교육은 지금 과학고/영재고와는 분명 달랐던 것 같습니다. 매우 실습 중심이고, 서울대 진학 등 입시 실적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것 같고요..
참고로, 저는 과학고/영재학교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고, 또한 그러한 제도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최소한 아직까지는) 아닙니다.
사실 제가 학교 교육 받을 당시와 교육 시스템이 크게 변해서 제대로 판단하기가 어렵기에 여러 분들의 가르침을 통해서 한 수 배우길 원하는 것이지, 특정한 주장을 고집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2019.10.14 23:02
2019.10.14 23:09
1. 그런데 이 포스팅을 보면, 등록금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과학고/영재학교와 전국단위 자사고 1인당 학비는 대략 연 800만원 정도로 비슷합니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5138418&memberNo=29001867)
2. 향후 career가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꽤 long-term follow-up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의대 간다고 꼭 과학고 존재 의미가 퇴색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수상자의 상당수가 서울대와 해외 명문대에서 수학, 또는 과학 전공으로 학/석/박사를 했지만, 그 중 상당수는 실제로는 해외 금융 관련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9.10.14 23:15
2019.10.14 23:27
1. 현재 과학고, 영재학교 입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평균적으로) 자사고/외고 입학생들에 비해서 우수한 것은 자사고/외고 입시에 교육부가 (과학고/영재학교 입학에 절대적인 시험 성적의 중요도가 높은 반면, 자사고/외고는 그렇지 않도록) restraint를 걸어놓았기 때문이 아닌지요? 만약, 자사고/외고 입학 요건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면, 일부 자사고/외고는 예전 경기고처럼 과학고, 영재학교보다 더 입학하기 어려울 수도, 더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제 생각에는 그렇다고 해도 (즉, 과학고, 영재학교보다 더 우수한 학생들만이 진학할 수 있는 자사고가 출현한다고 해도) "이 자사고는 정말 똑똑한 애들만 갈 수 있다"는 이유로 용인해줄 것 같지는 또 않아 보입니다..
2. 더욱이, 최근 20여년간 과학고, 영재학교의 숫자가 크게 늘어서 현재 과학고, 영재고의 정원은 연간 대략 2,500명 정도로 대단히 많아서 "아주 똑똑한 학생만이 갈 수 있다"는 것은 현실에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이 크게 증가한만큼 당연히 과학고, 영재학교 학생들 간의 수준 차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3. 수학, 물리를 하늘보리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국어나 영어, 프랑스어, 국사가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해외 거주 경험이 없었던 제게는 영어 (실질적 영어 구사능력)를 수학, 과학 수준으로 잘 하는 것은 대학 입학 전까지 거의 극복 불가한 과제처럼 느껴집니다. 물론, 수학, 과학을 아주 잘 하는데 어느 정도의 재능이 필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실제 (특히 강남) 초등학생, 중학생이 늦은 밤까지 선행학습에 시달리는 이유 자체가 수학, 과학이 선행학습으로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하다는 것을 대치동 학원 강사들이 실질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2019.10.15 00:21
과학고가 입시에 항상 유리하진 않다고 봅니다. 무조건 유리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좀 착각하는 것 같고요.
고입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사교육에 의해 속고 있는 걸 수도 있어요.
과고면 선행학습 정도로 극복가능한 수준이면 안된다고 봅니다. 전문성도 키우고 정원도 줄여야 해요.
아예 없애기엔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성적도 내고 싶고, 한국에도 노벨상 타오는 사람 키워내야 하잖아요 ㅎㅎ
사실 예술이나 과학은 다른 학문과 달리 전문분야라는 생각이 강해서 그런거겠죠.
일반고 다니면서 방과후에 각종 대학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법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입에 워낙 목숨 거는 사회라, 그런걸 하게 주변에서 둘 것인지가 문제이긴 하겠네요.
2019.10.15 00:27
1. 솔직히 저는 제 경험, 그리고 주변 지인들을 통해 볼 때 고등학교, 대학교 교육 정도까지는 선행학습으로 극복 가능하지 않은 수준은 찾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타고난 재능의 역할이 분명하지만, 상당한 부분이 극복 가능하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정원을 줄여서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지금의 자사고/외고 논의를 넘어서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과학고/영재학교가 폐지 논의에서 빠져있는 이유에 대한 제 개인적인 추측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과학고/영재학교 역시 자사고/외고에 비해 수월성 교육이라는 비판, 입시사관학교로의 변질이라는 면에서 덜하지 않고 역시 비슷한 문제점들이 있지만 그래도 과학, 공학이라는 것은 중요하니 이들은 남겨둬서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자.."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이유를 들어 결코 문제점이 덜하지 않은 과학고/영재학교만 존속시키고 자사고/외고는 없애자는 논리가 별로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다양한 시도들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사립이 아니라 공립이고, 따라서 한학기 등록금 수천만원 하는 그런 귀족 사립고등학교와는 다르다는 인식이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의대에 진학하는 건 문제인데. 의대로 진학하는 학생이 많다면 과학고가 왜 존재하느냐는 의문을 던질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