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1 20:04
Petite Maman, 2021
어떤 전개인지 알고 봤기 때문에 이 꿈과 같은 상황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저도 동참해서 보았습니다. 아래 글에 내용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고 아이가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이 큰 영화입니다. 아이가 엄마를 더 이해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낳은 영화입니다. 아이는 사랑하는 할머니를 제대로 된 작별인사 없이 보냈고 엄마 마리옹은 자신의 엄마를 잃은 슬픔에 젖어 있습니다. 아이는 할머니와의 이별로 슬프고 엄마의 슬픔이 또한 걱정입니다. 이 아이 넬리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집 뒤편 숲에서 놀다가 놀이 거리가 없자 바람에 우수수 떠는 나무들 사이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관객은 바라보게 됩니다. 그 외로운 마음이 전달되고 홀로 오도카니 앉아 있던 숲은 곧 환상의 장소로 이어집니다.
넬리는 숲에서 나무를 얼기설기 세워 오두막을 짓고 있는 제 또래 마리옹을 만납니다. 엄마가 어릴 때 만들었다고 넬리에게 말한 바 있으나 함께 가서 보여 주진 않았던 오두막입니다. 둘은 즐겁게 놀아요. 항상 엄마와의 시간이 모자랐던 넬리로선 엄마가 친구가 되었으니 얼마나 만족스러운가요. 대화도 나눕니다.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우회하지 않고 단순하면서 정곡을 찌르고 서로에게 스미듯이 정확하게 이해됩니다. 넬리가 보기에 사는 게 재미없는 듯하고 이해가 어려웠던 성인인 마리옹과 달리 자기 또래 마리옹은 넬리 못잖게 엄마를 잃을 것을 두려워하며, 자신과 마찬가지로 형제 없는 외로운 아이임을 알게 됩니다. 더구나 엄마의 유전병 때문에 받아야 하는 수술을 무서워하는 중입니다. 둘은 비밀을 공유하며 서로의 힘이 되어 줍니다. 그리고 위의 사진 장면처럼 마리옹의 엄마 즉 넬리의 할머니까지 포함해서 삼대가 모여 마리옹의 생일을 축하하기도 합니다. 마리옹으로로 인해 연결된 할머니와 넬리. 누구도 떠나지 않은 완벽한 시간이며 모녀들의 행복한 시간입니다. 마지막 날 넬리는 마리옹과는 잊지 못할 모험을 함께하고, 할머니에게는 돌아가실 때 제대로 못했던 작별인사를 건넨 다음 집으로 옵니다.
집에는 엄마가 돌아와 기다리고 있어요. 넬리가 '마리옹'이라고 부르며 엄마를 안자 엄마도 웃으며 '넬리'라고 화답합니다. 넬리는 엄마를 '내 엄마'라는 생각(엄마는 '엄마'라야 하는데..등등)에서 나아가 '마리옹'으로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일까요.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최소한 발걸음을 뗀 것 같습니다. 환상의 힘, 상상력의 힘이란 것이 이런 것이군요.
어린 마리옹과 넬리가 너무 예쁩니다. 그냥 외모도 외모지만 행동과 태도가 아이답고 예쁩니다. 뭔가 방송과 인터넷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것 같은 아이들 모습입니다. 여덟 살이라는데 좀 더 어려 보이기도 하네요. 외모는 엄마쪽 보다는 아빠쪽을 닮았나 싶었어요.
숲이 이야기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 같습니다. 독일 풍의 검은 숲이 아니고 연두빛과 노랗고 붉은 단풍 빛의 어린 숲 느낌입니다.
2022.12.21 21:06
2022.12.21 22:30
작고 아름다운 영화였어요. 드문드문 다시 보고 싶어질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아빠 잠깐씩 나오지만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끔 표현해 주는 것이 셀린 시아마 감독이 능력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2.12.21 22:52
마리옹이 자기 미래의 남편을 흡족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던 장면이 나름 웃음 터지는 포인트였다고 생각해요 ㅎㅎ 마침 직전에 면도를 해서 외모도 깔끔해졌고
2022.12.22 10:11
저도 그 장면 눈에 들어왔어요. 웃을 듯 말 듯한 그 표정. 암튼 만족해 하는 표정이었지요.ㅎ
2022.12.21 22:56
오프닝 씬에서 넬리가 양로원 할머니들에게 한명씩 정성스럽게 작별인사를 하던 모습에서부터 마음 속에 콱 박혔는데 그게 어떤 의미였는지 보면서 새삼 느껴졌어요. 마지막에 본인이 원했던 인사를 제대로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짧은 러닝타임에 아주 단촐한 소품같은 영화이지만 모든 것이 꽉차있어요.
재감상을 하면서 자꾸 맴도는 대사들이 있는데 엄마가 자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 같다는 넬리와 넌 이미 내 맘속에 있다는 마리옹의 대사입니다.
2022.12.22 10:15
재감상을 부르는 영화 같습니다.
어릴 때의 불안과 꿈을 잘 담고 있으면서 무작정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달콤한 영화도 아니어서 더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2022.12.22 09:07
2022.12.22 10:21
두 아이의 아이다운 모습들이 정말 좋았습니다. 둘이 역할극하며 놀면서 '너 정말 연기 잘 한다', '너도' 하고 대화하는 부분 생각나네요.
현실은 또 울퉁불퉁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생기는데 그 공격을 잘 물리치시고 어머니와 행복한 식사하시기 바랍니다.
되게 별 거 없는 평이한 환타지 스토리 같은데 뭔가 촘촘하게 많은 의미와 감정 같은 게 담겨 있는 게 감탄스러웠어요. 말씀대로 엄마, 딸로 이어지는 여성 삼대 이야기지만 어찌보면 그냥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고. 덤으로 그렇게 여성들에 집중하면서도 남자 캐릭터 왕따 안 시켜주는 것도 고마웠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