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5 11:41
‘더 메뉴’는 제목처럼 최고급 레스토랑에 온 상류층 고객들을 최고 컨셉의 요리와 퍼포먼스로 대접하는 내용입니다.
물론 이 만찬 퍼포먼스의 마무리는 모두가 죽고 레스토랑이 폭발하는 거고요.
하지만 한번에 12명 밖에 들어갈 수 없는 외딴 섬 레스토랑 손님들은 여러모로 재수 없는 사람들이어서 정신나간 레스토랑 셰프와 이하 직원들이 합심해서 이들을 몰살해도 그리 불쌍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쩌다가 여기에 들어서게 된 상류층이 아닌 여주인공은 살아남기 때문에 평범한 인간인 우리는 아냐 테일러 조이가 날렵하게 연기하는 ‘마고’에 감정 이입해서 그래도 난 살아남았어라고 안도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근데 보고 나면 좀 찜찜한 것도 있는게 12명 손님은 다 죽어 마땅한가요?
1. ‘마고’의 데이트 상대: 요리는 전혀 할 줄 모르면서 음식 전문가인 척 하는 것도 가소롭지만, 자기가 데리고 가는 데이트 상대가 죽을 줄 알면서 아무 것도 모르는 마고를 이 만찬에 데려온 걸 생각하면 뭐…
2. 재수없는 IT 임원 삼인방: 너무 재수없어서 죽어도 관심이 안가요.
3. 요리 평론가와 편집장: 재수 없기로는 윗 사람들을 거의 능가합니다.
4. 영화배우와 비서: 역시 재수없기는 한데 비서는 좀 안됬긴 하네요. 실력도 없는 주제에 보통 사람들을 우습게 보고, 뻥이 심한 영화 배우(스티브 시갈을 모델로 했다고;;;)는 그렇다 치고 비서는 크게 잘못한 건 없어 보이는데요
5. 상류층 부부: 처음에는 그냥 남편이 고급 콜걸인 마고의 고객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스토리가 있어 보여요. 아내가 마고가 잃어버린 딸을 닮았다고 하는 거며, 남편은 고객일 때 마고에게 딸 연기를 시킨 것을 볼 때, 남편이 딸을 성적으로 학대해서 죽거나 실종되었는데, 아내는 아마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여기서 눈치를 챈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에 혼자 빠져나가게 된 마고가 남은 사람들을 돌아보았을 때 가라고 고개짓을 했다고 보고요.
6. 셰프의 엄마: 아무 배경 설명이 없지만, 셰프의 현 상태를 보았을 때 어느 정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머지 레스토랑 스텝들이 있는데요. 셰프 아래에 요리사들이야 고립된 섬에 같이 살면서 군대같이 엄격한 주방 체제 아래서 셰프에게 철저히 세뇌가 되었을 수도 있지만, 웨이터 및 경비 같은 주방 외 스텝들까지 셰프의 최종 퍼포먼스에 죽음으로 충성하는 건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 속 요리가 맛있고 근사한 최고급 요리여야 할텐데 별로 맛있어 보이지 않는 건 영화 내용 탓 일까요. 단 마고의 요청으로 마지막에 만드는 햄버거는 정말 맛있어 보였어요. 저는 햄버거는 싫어하고, 체다 치즈 슬라이스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데도 여기서는 입맛을 다시면서 보았다니까요.
혹시 리얼한 고어씬이 있을까요 아니면 리얼하지 않아도 깜짝쇼로 놀라게 한다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