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06 21:33
- 이건 2021년에 나왔나 보네요. 에피소드는 또 13개인데 미국인들답다 싶구요.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시즌 1보단 조금 성의 있어진 포스터 이미지. 살짝 어설프지만 그게 또 드라마 분위기랑 잘 맞습니다.)
- 뭐 그냥 전 시즌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라 스토리 요약 같은 건 필요 없겠구요.
일단 시즌 1 말미를 보며 느꼈던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그렇듯 대략 맞았습니다. 시즌 1만큼 재밌게 보진 못했어요.
가장 큰 이유는 두 캐릭터의 흑화(...) 때문인데요. 일단 주인공 크리스틴이 시즌 1 마지막 장면에서 저지른 엄청난 사고가 시즌 2의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어 버려요. 원래 '이게 대체 귀신이여 자연 현상이여?' 라는 주제로 귀여운 캐릭터 셋이 수다 떨고 꽁냥거리는 모습 구경이 재미의 핵심인 시리즈였는데. 셋 중 한 놈이 사고 치고 흑화돼서 내내 정색하고 있으니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버리구요.
두 번째 문제는 크리스틴의 엄마입니다. 시즌 1에서 내내 씩씩 당당 화끈한 모습으로 재미 주시던 분이 남자 친구 잘못 사귀어서 민폐 진상 캐릭터가 된 것 자체도 짜증나는데. 이 사람이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무슨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그걸 꽁꽁 싸매고 한 시즌을 그냥 끝내 버리네요. 그냥 '어찌저찌 그쪽에 물들어 버렸다'라는 식으로 가볍게라도 언급이 나오면 좋을 텐데 진짜 아무 이유가 없어서 나중엔 이 분만 보면 화가 날 지경... ㅠㅜ
그리고 이런 류의 스토리가 다 그렇듯이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메인 스토리'의 비중이 커지는 것도 어쩔 수는 없지만 아쉬운 부분이었네요. 뭐 '엑스파일'급으로 메인 스토리가 극혐이고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만. 그래도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더 재밌다 보니.
(발랄 귀여우면서도 냉철하던 우리 주인공님은 이러고 계시구요...)
(씩씩하고 보기 좋던 엄마 캐릭터는 완전 시청자 질병 유발 캐릭터가 되어 버렸읍니다. ㅠㅜ)
-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구요. 어디까지나 시즌 1에서 변화가 생긴 부분들이 좀 아쉬웠단 얘기지 여전히 재미는 있어요. ㅋㅋ
일단 여전히 건질만한 에피소드들이 많습니다. 시즌 1에서 인셀의 탄생 과정을 다룬 에피소드를 상당히 재밌게 봤는데 (특히 이 에피소드 결말이... ㅋㅋㅋㅋ 진짜 걸작이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사회 풍자성 에피소드들이 좀 더 늘어났고 그게 또 재미가 있어요. 대놓고 아마존 까는 이야기도 있고, 인종 차별로 카톨릭 교회 신나게 비꼬는 이야기도 있고. 무겁지만 쭉 유머를 잃지 않고 적당한 톤으로 잘 다룬다는 느낌.
그리고 메인 주인공 둘이 메인 스토리 떡밥으로 정색하는 동안에도 우리의 공돌이 벤께서는 계속 캐릭터 변화 없이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십니다. 중간에 잠깐 이 분도 심각해지긴 하는데 메인 스토리 연관이 아니라 그런지 금방 지나가더라구요. 특히 이 분께서 새로 사귄 여자 친구 이야기는 정말 어처구니 없게 웃겨서. ㅋㅋㅋ
몇몇 새 캐릭터들도 좋습니다. 정체불명의 동네 주술사 아줌마도 매력적이고. 주인공들을 돕는 할매 수녀님 캐릭터도 참 듬직하고 좋아요. 특히 이 분이 빌런들을 마주할 때마다 주인공들 땜에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라 완전 소중하셨던. ㅠㅜ
(이번 시즌 최강자셨던 우리 수녀님. 정말정말 멋지신데 뭐라 설명할 길이 없네!!!)
(앞으로 더 자주 보고 싶었던 다크 호스 캐릭터. 벤의 여자 친구 치료(?)해주는 장면에선 정말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 어쨌든 그래서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재밌게 봤어요. 이박 삼일 동안 에피소드 26개를 봤으니 뭐... ㅋㅋㅋㅋ 그리고 대체 언제 끝날까 궁금해서 대충 검색해보니 요 다음인 시즌 3이 시리즈 최고 호평이었다고 하니까 여전히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다만 제게 웨이브 계정이 없고, 어차피 시즌 3으로 끝도 아니니 일단 남은 시즌은 서두르지 말고 느긋하게 보려구요.
(제발 이런 분위기로 돌아와 달라구요!!!)
+ 에피소드 소재들 중에 '엘리베이터 게임'이 나와서 좀 웃겼습니다. 왜 그 한밤중에 혼자 엘리베이터를 탄 후 몇 층 누르고 다음에 몇 층 누르고 어쩌고 하면 지옥으로 간다 or 귀신 만난다. 이거 있잖아요. 극중에선 '일본에서 온 놀이다' 라고 설명하던데. 검색해보니 그게 맞는 것 같군요. 하지만 전 그냥 고경표가 나온 무서운 이야기2의 '탈출'을 다시 보고 싶어졌고...
(출처가 일본 놀이라 그런지 귀신도 일본풍으로 나옵니다. ㅋㅋ)
++ 검색하다 보니 미쿡 아마존 프라임에는 이 드라마가 시즌 3까지 다 있나 봐요? 아. 정말 불쾌하군요. ㅠㅜ
분위기가 가라앉는다니 저는 더 진도 빼기 어렵겠어요. 마침 애플에 슬로 호시스 시즌2도 올라오고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