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 두 작가의 수다

2022.12.10 10:03

thoma 조회 수:347


'헤어질 결심'을 어제 재감상했어요.(시리즈 온에서 7일 대여한 거라) 스포일러 있습니다.

다시 보니 처음 보면서 의아하던 게 조금 정리가 됩니다. 

남편1과 남편2는 같은 시계를 찼고 해준은 남편1과 같은 휴대용 술병을 사용하잖아요. 왜 저래?

남편1은 서래의 몸에 자기 이니셜을 새겼지요. 해준 표현대로라면 '가축처럼'. 서래 부부와 해준 부부가 시장에서 만났을 때 박용우가 본능적으로 손마디를 꺾습니다. 지 물건에 손대려는 놈과 싸울 준비하듯이요. 해준이 집 앞에서 이 실장과 떠나는 아내를 마주쳤을 때도 손마디를 꺾더라고요. 방금 산에서 서래를 만나고 왔으면서 저러고 싶을까? 

또 눈에 띄었던 것은 박용우의 명함에 박힌 상반신 사진이 그대로 해준의 실루엣으로 전환되는 장면입니다. 어째서 저렇게 찍었을까.

그리고 다들 눈이 강조됩니다. 남편1 시체의 부릅 뜬 눈, 남편2의 죽었는데 갑자기 떠지는 눈, 해준의 안약을 상비해야 하는 눈. 

다시 보니 두 남편은 쓰레기이고 해준은 사랑의 대상으로 온전히 믿음직한 남자,가 아니었어요. 서래는 산에서 두 남편과 해준을 구별해서 자신의 조상에게 '꽤 믿음직한 남자 데려왔다'라고 표현하지만 이 대사가 '믿음직한' 보다는 '꽤'에 방점이 찍혀야 되는 것이구나, 해준이 남편들과 구별되는 캐릭터는 아니었구나, 그것이 바다로 가며 나눈 통화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구나, 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하지만 해준은 기회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두 남편과 다른 점이라면 죽기 전에 똑바로 보려고 노력한다는 것 정도 아닐까요. 

영화에 사용된 음악을 듣다가 위의 두 작가의 대화를 보았습니다. 정서경 작가는 마지막 바다 장면이 자신이 쓴 글이지만 저런 파도로, 바다의 모습으로 영상화 된 것을 보니 아주 좋았나 봅니다. 아니나다를까 박찬욱 감독은 후반 산에서 두 사람의 대화 장면이 전체 분량에서 타이밍상 지루할 지점이어서 어떻게 손을 보나 고민을 했다는 말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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