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 많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곱순씨는 올 봄 꽃구경 안 가느냐는 질문을 같이 일하는 분에게서 들었어요, 

사람 많은 곳 별로 안좋아하고, 꽃이야 뒷산에도 예쁘게 많이 피었으니까요~ 슬슬 뒷산 올라가면 되지요~~ 라고 대답하니까

에이, 그래도 여의도 윤중로는 꼭 가봐야지요... 지난주가 절정이었다는데 구경 못 가봤다니 아쉽겠네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언젠가 저에게 애인이 생기면, 애인이랑 꼭 손 잡고 꽃 구경하러, 남들 다 데이트코스로 놀러가는 사람 많이 있는 그런 곳들을 당당히? 갈 수 있기를 바란데요.


음...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 현실적으로 애인이 생길 리도 없지만 ^^;;) 

만약 정말로 애인이 생겨도, 사람이 많은 곳에는 별로 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냥 항상 그랬어요.


왜일까요. 


예를 들면, 집 근처의 지하철역에는 나름 번화가라 음식점이나 술집들, 카페들이 많이 있습니다.

주말 저녁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지요. 당연히 연인들도 많고요.

그런데 내가 만약 언젠가 운 좋게 애인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래서 연인이 된다 하더라고

저런 장소에서 수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서, 다른 많은 연인들처럼 당당히 데이트를 한다...

...... 별로 상상이 잘 안갑니다. 

그냥, 그런 곳들은 나를 위한 장소가 아닌 것 같아요.

수많은 데이트 코스, 고급 레스토랑 이런곳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렇게 생각에 생각을 물다가,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한 장면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딸기밭이여 영원하리... 이 챕터였던 것 같은데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봤던지라 정확하지가 않네요. 하지만 챕터 제목만은 기억하고 있어요. 인상적이어서.)

주인공 남녀는 놀이공원에 갑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는 유명 놀이기구에, 두 주인공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다른사람들처럼 이런 곳에 놀러오면 여기까지 왔으니, 당연히 오래 기다려서라도 저런 유명 놀이기구만큼은 꼭 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둘 다 없었던 거지요.

그리고, '여기까지 와서 저것도 타지 않으면 어떡게 해....남들 다 타는거니까 우리도 반드시 타야지...' 서로가 이런 사람이 아니여서,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대신 두 남녀는 흔한 회전목마를 탑니다. 그리고 가장 행복한 한 때를 보냅니다.


책 읽으면서 저 부분에서 굉장히 공감을 했는데...

(못생긴 여주인공에 대한 묘사 부분이야...  너무너무 공감하다 못해, 가슴을 쥐어뜯으며 봤지만요 ㅠㅠ)


뭐랄까, 제 성격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남들에 비해서 많이 부족한 인생을 살고 있는 거겠지만요...^^;;




만약 운 좋게도 제가 좋은 분과 연애를 할 수 있다면... 

저의 이런 점들을 이해를 해 주실 수 있는 분이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제가 바라는 데이트는, 

손 꼭 잡고, 나머지 손엔 따뜻한 800원짜리 편의점 캔 커피 하나씩 들고, 원없이 한적한 공원 같이 걷는 것... 입니다.




꽃구경에서 책에서 놀이공원에서 미래의 데이트 소원까지...

모태 솔로의 두서없는 봄맞이 잡담이었습니다...

날씨가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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