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2022.12.28 18:17

Kaffesaurus 조회 수:303

1. 학기말, 크리스마스를 두고 아팠습니다. 2주전 화요일에 아침에 출근했는데 한 45분 지난 뒤에 목이 아픈 거에요. 그날이 루시아라 (스웨덴에서는 큰 날 입니다.) 학교에서 커피랑 크리스마스 대표 하는 빵이랑 제공하는데, 솔직히 2분 그거 먹고 집에 갈까? 했습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조금 전까지 말짱했던 제가 나 목이 아파 하면서 퇴근한다니 출근은 왜 하셨습니까? 란 표정들을 하는 동료 친구들을 뒤로하고 집에 왔습니다. 이때 까지만 해도 보통때 처럼 잠을 좀 자며 나아지리라 믿었어요. 목이 아픈거야 며칠 그러면서 사라질때가 더 많으니까요. 그런데 한 11시쯤 동료랑 통화는 데, 어 아침에만 해도 목소리가 이렇지 않았는데 괜찮아?라고 할 정도로 급속도로 아파지더군요. 15시에 학생과 미팅 하고 나서는 완전히 뻗었습니다. 열도 많이 나고 무려 16시간을 잠인지 혼수인지, 그런 상태로 보내면서요. 


금요일에 제 지도 박사과정이 research plan 을 발표하는 날이라 (박사과정들에게는 처음으로 자신의 택스트를 발표하는 때라 좀 큰 입니다) 화면끄고 줌으로 참여했는데, 나중에 출근했을 때 누가 그러더군요. 나 그때 커피공룡 죽어가는 줄 알았어... 


옆에서 울로프도 아프고, 선물이만 건강. 이제 많이 커서 장도 보고 엄마 저녁도 만들어 주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데 어른들이 별로 낫는 거 같지 않으니 (집에서 1주일을 꼼짝안고 있었거든요) 어느날 조용히 묻더군요. 엄마, 나 산타한테 선물 받을까? 하하. 


계획은 스웨덴 민족의 이동 시기에 조금 늦게 동참 (스웨덴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가 제일 중요한 날입니다. 보통 이전에 가족들을 만나러 가요) 25일에 울로프의 가족이 있는 고텐버그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고텐버그에 살지만 가족은 이곳에 있는 친구 오사로 부터 아파트 열쇠도 미리 받았고요. 호텔을 예약한 것이 아니니 좀 있다 보자 했는데 23일쯤에 가족한테서 연락이 오더군요. 가족의 절반은 지금 독감 혹은 코로나에 걸렸다고.


저한테 성탄절은 예배, 초콜렛 박스, 귤 그리고 긴 영화면 됩니다. 어렸을 때 그렇게 보냈으니까요. 선물이는 스웨덴 성탄절 요리중 고기요리 많이, 무스트라 불리는 음료수 많이, 그리고 선물입니다. 제일 보통과 다르게 보내는 울로프에게 괜찮아?라고 물어보니 그냥 이렇게 쉬는 성탄절도 괜찮다고. 대신 연말 연시에 친구들을 초대했습니다. 31일에는 교환 박사과정 케니. (우리는 12시 제야의 종이 울리기 전에 자는 사람들이야. 파티 피플은 아닌데 그래도 괜찮다면 저녁먹으로 와). 2일에는 루이스네 가족, 5일에는 소피아 N 의 가족 (아들 셋한테 닭을 튀겨주기로. 집에 튀김기가 있거든요). 


그리고 나면 울로프는 혼자 일주일간 이태리에 스키여행을 갑니다. 제가 선물이 보고, 울로프가 이태리 혼자 가면 우리끼리 뭐 할까 했더니 아들 왈, 나 울로프 따라갈래. 울로프가 가면 스키타야돼 라고 하자, 선물이 갑자기 침묵... 고개를 도리도리. 


성탄절 영화. 

저는 내일 저녁 혼자 헤어질 결심을 보러 갑니다! 선물이를 혼자 둘수 없어서, 그리고 보니까 아무래도 일주일만 상영하고 그만 둘거 같아서, 울로프를 매정하게 혼자 두고 영화를 보러갑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58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846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680
122010 ‘12세 소녀 술먹여 성폭행’ 20대 3명 무죄판결… 도대체 이런 - 이라는 기사에 대하여 (아래아래글 관련) [50] DH 2010.12.23 5466
122009 지난 3일간의 유니클로 대란(?)에 참여하셨습니까? [24] chobo 2012.11.12 5465
122008 여자가 바뀔때 남자가 급속히 늙어가는 현상 [20] 무비스타 2012.10.31 5465
122007 남녀간에 다른 대답이 나온다는 질문들 [16] 메피스토 2012.07.15 5465
122006 박원순 시장, “가든파이브, 귀곡산장 같아 … ” [17] chobo 2012.04.18 5465
122005 마스터 셰프 코리아 11회 잡담..(탈락자 스포일러 있음) [11] 가라 2012.07.07 5464
122004 도박 신고가 들어왔다며 방금 경찰이 방문했어요. 떨리는 심장 진정 안됨 [17] 페르세폴리스 2010.07.09 5464
122003 이건희가 죽든 말든... [25] 머루다래 2014.05.16 5463
122002 듀게 최고 인기 외국 남배우는?(조토끼 vs 코선생 vs 셜록) [50] 자본주의의돼지 2012.01.11 5463
122001 제가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아는 사람의 여친이 있어요. [23] 최광철 2016.08.20 5462
122000 나꼼수 청취소감 + 팔짱 끼고 보는 대선판 : 은지원 까면 안될거 같아요. [20] soboo 2012.12.09 5462
121999 용팝. 선물 전용 계좌 개설. 정말 듣도보도 못한 발상이군요. [26] Jade 2013.08.27 5461
121998 행정고시 빽쓰는 거 걸린 사진 [14] 머루다래 2011.10.13 5461
121997 명동교자 칼국수 [14] 01410 2010.09.15 5461
121996 주상복합 계약했습니다. 서울에서 집을 산다는 것은...으아아 [26] 시간초과 2011.05.24 5461
121995 신입생의 패기 [18] 화려한해리포터™ 2012.08.06 5460
121994 곱순씨는 왜 꽃구경을 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생각 난,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한 장면 [30] 라곱순 2013.04.22 5460
121993 [시] 달을 노래한 한시 몇 편 (+ 달 그림들) [22] underground 2016.02.22 5459
121992 오만해진 앤 헤서웨이? [16] 월요일 2013.06.03 5459
121991 2010년대 놓치지 말아야 할 애니 중 하나 [13] hermit 2013.07.23 545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