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직장맘이 되었고 나름 신뢰도 높은 기관을 통해 베이비시터 이모님을 구했습니다.

이제 겨우 2달이 되어가지만 울 아가를 너무나 이뻐하셨고 초보 엄마도 많이 가르쳐주셨기 때문에 의존했고 정도 들었어요.

 

하지만 어느날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죠.

우리 부부가 없을 때에도 이렇게 울 아가에게 잘 하실까...싶었어요.

우리에게는 tv 안보신다고 했지만 tv를 보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약간 믿음이 흔들린 것도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죄송스런 맘은 들었지만 몰래 녹음기를 돌려놓고 나갔습니다.

 

우리 부부가 나간 이후에 확연히 줄어든 말수, 기나긴 전화 수다, 조용한 집...

'우리 oo이~oo아~'라고 가끔 부르시지만 하루에 울 아가에게 쓰는 단어는 10개도 안되더군요(조사나 의성어 빼면 5자 내외일 듯).

놀아주는 개념은 거의 없으시고 먹이고 달래고 재우는 것에 충실하십니다.

그 이후로 몇 번 녹음을 했지만 혼자 옹알이하는 울 아가가 너무 가엾어서 눈물이 나더군요.

 

나쁜 분은 아니시고 울 아가를 이뻐하는 맘도 진심이시라고 믿고 있어요.

그냥 노는 것까지는 잘 안해주실 뿐이죠.

제가 있을 때 '우리 oo 너우 이뻐~얼마나 착한지 몰라~오늘도 똥을 이쁘게 한 무더기 쌌어~'라며 수다를 하세요.

오늘은 점심시간에 아기 똥 쌌다고 전화도 주시고...(제가 변비를 두려워하다보니 울 아가 응가에 집착하는 습관이 있네요)

 

남편과 많이 의논하고 결국 cctv 다는 거 합의하고 다음주부터 일하실 새 이모님을 구했는데 지금 이모님께 그만두시라고 아직도 말씀 못드렸어요.

어제도 오늘 아침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도저히 말을 못 꺼내겠더라구요.

아직 월급날이 2주가량 남았지만 한 달 월급은 다 드리려구요.

 

이렇게 당장 그만두시게 하면 충격 받으실 거예요.

저를 참 좋아하세요.

몰래 녹음한 내용에도 '이 집 엄마 너무 싹싹하고 이쁘다고...'...

 

오늘 어떻게 말씀드리죠? 너무 맘이 아파요...

저 악질 고용인이 된 기분이네요.

 

사실 웃으면서 잘해주다 3일 남겨놓고 해고통보로 뒷통수치는 악질 고용인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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