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9 19:08
이런 소재의 영화 중 가장 큰 감정적인 호소력을
가지고 있었어요. 저한테는.
추천하고 싶다고 했지만 추천하기 어려운 영화죠.
영화 중반까지는 만약 아무 것도 몰랐다면 과거로의
추억 여행처럼 평화롭고 목가적으로 보였을 거에요.
모든게 지극히 아름답고 내가 주인공이라도 두 사람과 정말
자연스럽게 친밀해졌을거에요.
가스라이팅, 그루밍,,,,,그런 말들을 듣고 특히 가스라이팅,,,,
피해자들을 사실은 공감을 잘 못했던 것 같아요.
엡스타인의 피해자들도 왜? 반복해서 다시 또 다시 자기발로
찾아갔을까.
길레인 맥스웰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것처럼 여기서 여성의 역할은
결정타가 되죠. 그 자신 아동성범죄 피해자이기도 한 여성이.
그래서 도무지 그 여자 본인의 이야기까지 알고 싶지만 알 수 없겠죠.
부적절한 상황이지만 도대체 이 영화에서 엘리자베스 데비키는
왜 이렇게 매혹적이죠.
이 모든 상황에서 유혹자의 주역은 사실상 G부인이죠.
이 영화의 후반부보다 사실 "자연스럽게" 보이는 교묘하게 벽돌 하나씩
쌓아가는듯한 전반부에서 보여준 데비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을거에요.
그리고 마침내 내 기억에서 이 여배우가...." 개츠비"에 나왔던
그 여자구나!!!!! 아! 왜 몰랐을까. 그 화려한 화장을 지우고 나니
"더 크라운"에서 다이애너비로 나올 때는 처음보는 "너무 맹하게 보이는 여자"라고
생각했는데요. 작품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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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 나서 다시 기억이 나서
소름이 끼쳤죠.
"감독의 실화였다더니" 영화 끝에 감독의 어린 시절 사진
승마하는 모습, 그리고 에세이의 사진들도 나옵니다.
imdb를 보면 이게 감독의 첫 극영화, 원래는 다큐멘터리 전문감독이라고 하는데
영화의 연출력도 탁월하고, 현실과 상상을 섞으면서 유치해지는 영화가 많지만
그 연출의 힘이 마음에 닿더군요.
마지막 무렵 에세이를 낭독하고 자신의 피해사실을 스스로 미화하고
왜곡한 기억으로 바꾸려는 결심을 하는 모습이 나오죠.
그렇게 오랜 세월 망각과 미화 속에 잊혀진 기억을 끄집어내서
영화화하고 HBO를 비롯해 공개하기로 결심한 마음이 무엇일까요.
당연한걸 뭘 질문하느냐 하시겠지만요.
자신이 "피해자"가 되지 않고 싶다고 결정한 "자존심"(?)을 깨뜨리고
자신의 비밀서랍 속에 가두었다가 꺼내보는 것도 아니고
영화를 만들다니, 자신의 인생을 직시하기로 한 용기가 대단하다 이런 얘기보다
사실은 끝내 전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있죠. 아마도 내가 주인공이라면
끝까지 세상에 꺼내지 않았을거에요.
유일한 단점이자, 지적하고 싶은건 아무리 성인대역을 썼다해도
굳이 성적인 장면은 연출해서 보여줄 필요가 없었는데 너무 적나라해서
도저히 볼 수 없어서 다 건너뛰었어요. 적당한 선에서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걸
충분히 연출할 수 있는데 보여준 것에도 다 감독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보기엔 너무 역겨웠어요.
2022.12.19 20:33
2022.12.19 20:50
저도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어요. 핵심이죠. 피해자들 중 다수인지는 모르지만
네, under the skin에서도 마찮가지로 기억을 왜곡하거나 내가 원하는 일이야.
난 조종당하는 victim이 아니라고 믿죠. 인생 전체를 뒤틀었는데도.
감독한테 묻고 싶기도 했어요. 성적인 장면들을 왜?
내가 선댄스 영화제에서 감독과의 대화에 참여한 사람이었다면 질문했을텐데요.
아, 단점이 하나 더 있다면 남자는 너무 평범했어요.
딱히 여자들한테 매력적이지도 않고 말이에요. 그냥 흔한 얼굴에
길거리 걷다가 볼 수 있는 동네 청년처럼 생겼는데 말이죠.
도무지 그렇게 어린이에게 성욕을 느끼는 미친X처럼 안보인다는게
정말 함정이죠. 아역 배우가 특히나 정말 "어린이"였기에 표현할 수가 없네요.
한편으론 아동성범죄자라는 것들은
특별히 전형적인 유형이라는게 존재하지 않아,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사람도 얼마든지.
실제로 특정 경제계층이나 글쎄, 특정한 유형으로 한정할 그런건 없더군요.
아이들한테 접근하기 쉬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다는 특징은 있겠지만
어떻게 알겠어요.
2022.12.20 17:53
그 불편함을 느끼라고 만든 장면이 아닐까요? 그것을 경험 할 수는 없지만 하라고. 그리고 이것은 정말 '사랑'이 아니며 이 관계는 '평등적'인 두 주체에 의한 관계가 아니라고. 예전에 종군 사진사 (아 이름이 생각이 안나요. 우리 모두 그분의 사진을 봤는데) 누구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 생각나네요. 뭐 이런 비슷한 '사람들이 총알 한 방이 어떤 고통을 야기하는 지 본다면 전쟁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것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전쟁터에 와서 직접 그것을 보고 느낄 수는 없다. 내가 하는 일은 최대한 그것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사람들 대신 여기와 있다'.
릴리 포에버 랑 영화에서는 인신매매 된 소녀와 성인 어른들이 성관계하는 장면들을 릴리의 위치에서 잡아 보여주죠. 즉 관객들은 릴리의 위치에서 이 남자들을 보고 있게 됩니다. 역기 끔찍한 기분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박해일이 은교의 소설가로 나온 걸 보고 경악했습니다. 굉장히 불쾌했어요. (사실 소설가 자긴이 그런 통창력 같은 건 없었을 거라 보지만) 박해일이 아무리 노인 분장을 했다고 해도 그는 노인이 아니죠.본인은 스스로 미화한다해도, 자기 눈에는 자기가 노인분장한 박해일이라 해도 다른 이들에게는 (저 한테는) 귀스타브 아돌프 모사의 그림 다비드와 밧세바에서의 다비드 같은 모습일텐데.
2022.12.21 11:18
아역을 사실 초반에서 바꾸죠. 자기 기억 속의 모습보다 실제 사진을 보고나서 더 어리고 작은 아이였다는걸 알고 말이에요.
그래서 아주 앳된 어린이 모습의 아역이 이 역할을 한 것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걸 느꼈죠.
"은교"같은 소설, 영화를 작품성있는 것처럼 포장해서 끝없이 홍보하고 인정해주던 그 때 분위기
그 영화 너무 역겨웠어요.
2022.12.20 09:51
엘리자베스 데비키는 '테넷'에 나왔죠.
2022.12.21 11:19
"테넷"은, 아쉽게도 손댈 수 없는 장르라고 할까요.
남자 친구가 빅팀이라는 표현을 쓰자 질색을 하며 폭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죠. 그래서 많은 피해자들이 그렇게 진실을 외면하고 살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구요.
말씀대로 성적인 장면들을 너무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싶긴 했어요. 아주아주 불편했구요. 근데 뭐 본인 이야기를 본인이 만든 것이다 보니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 하게 되더라구요. 외면하고 싶은 기억을 토해내는 심정으로 찍은 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들지만 이유는 본인만 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