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5 15:21
정말 오랜만에 국내 드라마 시리즈를 완주했어요.
지난 번에 올린 글에서도 썼지만 '사랑의 이해'입니다.
자그마치 16부작이며 회당 60분 이상입니다.
추천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씨네21 평론가들 순위 높다고 이 정도 시간을 들여 볼 작품은 아닙니다. 보다가 빨리 넘긴 부분도 많았어요.
일단 호흡이 매우 느린데 이걸 장점으로 꼽기엔 아쉬워 보입니다. 화면, 이야기 전개에서 호흡이 느리다는 것이 밀도가 약해져도 된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느려서 얻을 수 있는 분위기 같은 부분은 살리면 좋지만 이건 아닌데 싶어서 대체로는 자주 몸을 비틀게 되었습니다.
제가 기대한 부분도 크게 눈에 들어오진 않았어요. 연인이 되기 전에 학력과 취향에서의 차이 같은 이해를 따지게 되는 상황을 날카롭게 다루진 않습니다. 그냥 뭐 제일 계층 차이 안 나서 잘 통하는 두 인물이 남게 되네요. 다 보고 나니 두 인물은 애초에 그렇게까지 밀당을 할 일이 있었을까 싶고요. 밀 때는 고구마 우겨 넣는 장면을 참아야 하고 당길 때는 오그라듦을 참아야 해서 포기의 순간도 찾아 왔고요.
그리고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흠이다 싶은 것은 인물 중에 제일 아쉬웠던, 여자 주인공과 잠시 사귀는 은행 청경 역할 인물에 대한 표현입니다. 더 잘 그려야 했지 않을까 싶어요. 네 사람 중에서 계층적으로 가장 열세로 나오니 더 입체적으로 살릴 필요가 있었는데 너무 기우는 느낌입니다. 두고 쓰는 문장이 '미안해요'라니.....인간적 매력이 많이 떨어지고 막판엔 좀 위험인물 느낌까지 들더군요.
다만 예전에 본 국내 멜로와는 달리 조역 인물들과 부모들이 꽤나 합리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금수저 인물 경우 과거와 달리 대화로 해결(?) 가능한 선에서 그려져 있었고 그 부모도 이상하기야 하지만 해괴한 수준으로는 안 그리려는 노력이 보였달까요. 그리고 조역들이 던지는 대사들이 한 번씩 웃음터지게 하는 재치가 있었고요.
어쨌거나 이번에도 역시 은행에서 연애하는 드라마였다 싶네요.(은행 대리와 과장의 연봉이 얼마나 되나 찾아 보았는데 높던데요.ㅋ)
얽히는 네 인물 중 아는 배우는 유연석 뿐이었고 다 처음 보는 연기자였어요. 문가영은 표정이 김희선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멜로 주연으로 어울리는 얼굴이었어요. 그런데 유연석은 역할이 썩 붙지는 않더라고요. 연기가 안 늘었나...
군데군데 연애해 본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겠다 싶은 장면은 있었습니다. 함께 아는 사람의 결혼 앨범에서 멀어진 연인의 사진을 발견한다거나, 함께 걷고 다녀갔던 장소들, 이제는 텅 빈 거리를 카메라가 훑는다거나.
저도 이런 장면에선 과거 생각이 조금 났네요. 과거의 데이트란 걷기와 유의어가 아닌가 싶고. 만나면 참 많이 걸었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다리가 뻐근할 정도로ㅋ...
연인 아니라 누구와도 오래 걸으면서 이 얘기 저 얘기하는 거 참 좋은 것인데 요즘은 그럴 일이 없어서 슬프네요. 걷기와 대화에 대한 생각을 더듬어 본 것이 이 드라마에 투자한 보람이다,라고 생각하려고요.
작년엔 어떤 드라마가 선정되었나 찾아 봤더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작은 아씨들', '나의 해방일지'가 1,2,3위입니다. 정희진 선생이 '나의 해방일지'를 여러 번 언급해서 봐 볼까 고민. 이 드라마가 '나의 아저씨' 작가라 해서 주저가 되네요. '나의 아저씨'도 몇 년 전 뒤늦게 몰아 보았는데 저는 이 드라마에 거부감이 컸거든요.
2023.12.25 15:40
2023.12.25 17:19
의사들, 회사팀장님들에서 은행원님들로 옮겨 간 것이 특이하긴 했습니다.
멜로 드라마 많이 좋아하시는 분이나 중심 인물 연기한 배우들 좋아하시는 분 추천합니다.
로이배티 님은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시기 어렵고요, 보시는 게 상상이 잘 안 되네요.ㅋ
2023.12.25 17:44
인스타용 카드뉴스 명대사로는 많이 쓰이더군요. 금새록배우가 한 명대사가 많이 인용됩니다. 배우분 연기는 독전 초반의 단역밖에 안봤는데, 이혜영감독의 이전작인 경성학교에도 나오셨고 얼마 전에는 백종원 골목식당 예능에 종영전 끄트머리에 나오셨던.
2023.12.25 18:02
금새록이 청경으로 나온 연기자인 줄 알았는데 금수저 여성 배우였군요. 금새록 금수저ㅎㅎ. 음성이 좋았던 거 같아요.
2023.12.25 17:47
덧붙여 나의 해방일지 전작인 나의 아저씨는... 지금은 주연배우의 사건사고지만, 당시 작가분은 옛날 고전소설 키다리 아저씨를 응용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전 나의 아저씨도, 나의 해방일지도 아직 안봤으나, 각본이 워낙 유명해서 각본집을 공부삼아 사긴 했어요.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 하는 주인공(김지원)이 겪는 이야기를 다룬 차기작인 나의 해방일지도 각본집이 나온 거 보면... 어쨌든 이야기적인 구조는 괜찮을지도요.
2023.12.25 18:09
'나의 아저씨'는 주연 두 사람 이야기 보다 저에게는 동네 아저씨 조기 축구회 후원 드라마로 각인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남성 중심 문화 긍정과 옹호의 느낌으로, 저에겐 안 맞았습니다.
'나의 해방일지' 1회를 봤는데 대사 자체는 참 재미있게 쓴 거 같네요. 대사가 재미있는 것과 이야기의 흐름은 좀 다를 거 같은데요. 김수현 드라마가 대사 자체만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건 또 무슨 드라마인가... 하고 검색해 보니 여기서 '이해'가 이해하다가 아니라 이익/손해 할 때 이해였군요. ㅋㅋ 배경이 은행이라서인가요. 제목 센스는 재밌는데 드라마는 그렇게까지 재밌진 않은가 봅니다. 어차피 로맨스물이라 저는 안 볼 것 같지만 글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