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2021)를 봤습니다. 짧은 잡담이지만 스포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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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처럼 주인공 율리에가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오슬로의 거리를 헤매거나 하늘을 배경으로 숙고에 들어가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인물 입장에 이입하게 하는 장치 역할을 합니다. 오슬로도 예쁘고 주인공도 예쁘니까요.   

원제는 '세상에서 최고 나쁜 사람'이죠. 율리에 본인이 스스로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인지? 실제로 이기적인 여자를 보여 주려는 의도는 없는지? 저는 후자의 의도도 살짝 느껴졌습니다.

연인이 갈라서게 되는 데는 얼마나 많은 이유가 있겠습니까? 너무 많아서 그냥 연애하다 헤어지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원분들 경험을 돌이켜 보시면 어떠신지요. 왜 헤어졌는지 이유가 확실하게 기억 나시나요(뜬금없이 죄송) 호감의 성격이 달라질지언정 두 사람이 일생을 좋아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천운이 아닐까요. 결혼으로 맺어져 그냥 가족이려니, 하고 지내지 않는다면요. 율리에 나이에 자기 존재가 지워지는 것 같고 함께하는 앞날이 안 그려지면 갈라서는 게 맞고 다른 사람이 좋아지는 기회가 오면 다시 관계 맺기에 노력해 보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전공 찾기 과정 역시 뭔가 신중함이 부족한 듯 볼 수도 있는데 저는 자연스럽게 봤습니다. 시간과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 누군들 시행착오의 과정을 누리며 시도해 보고 싶지 않을까요. 이상적이죠. 

이런 부분들에 있어 율리에를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주인공이 잘 대접받지 않은 장면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만화가 애인은 왜 암에 걸리는 설정일까요. 다시 만날 이유로? 대화가 되는 상대와의 즐거움을 율리에가 다시금 깨닫게 하려고? 그리하여 밤새 걷다가 유산하게 되는 장치로 쓰려고?(김신영 형사 톤이 되네요) ...결정적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을 앞에 두고 자신의 원치 않은 임신을 얘기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보입니다. 전남친과 이 문제에 얽힌 회한이 있어서 그랬다고 봐야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연출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어요.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으로 표현됩니다. 인물의 선택이 과연 나쁜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 인물 정말 나쁘네,가 되어 버린 느낌? 제가 놓친 것이 있거나 확대해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이야기의 구성이 챕터별로 나뉘어서 관계의 단면들을 잘 잘라서 보여주는 특징은 좋았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그런대로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영화제나 평론가들이 그렇게 호평을 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재가입하고 끄적거린지 오늘로 이 년입니다. 

글을 헤아려 보니 이 글까지 108개. 작년과 같아요. 사실 얼마 전에 글 수가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어서 작년보다 모자르지 않으려고 맞췄습니다.ㅎㅎ. 이러다 108개가 기준이 되려나요. 

올해는 더 노안이 오기 전에 책을 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듀게에서 소개받는 좋은 영화도 과감하게(선택장애에 고민하는 경향이 있어요)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쓰고 보니 사실 늘 하는 생각이네요. 

회원님들 모두 즐겁고 편안한 일상 보내시길 바라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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