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배운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터키는 아시아에 속한다고 들었고 그렇게 쭉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터키라는 국가의 역사나 현행제도를 대충 알아보니까 아시아보다 유럽에 더 가까운 것 같더군요.


지리적 위치로 따지면 아시아 97%(아나톨리아 반도), 유럽 3%(이스탄불)이긴 한데, 그렇게 따지면 러시아도 우랄 산맥 동쪽의 아시아 지역이 서쪽의 유럽 지역보다 훨씬 넓죠. 그런데 러시아는 이견 없이 유럽으로 간주되잖아요.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서쪽이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모든 면에서 러시아의 중심지인건 명백하지만요.


뉴기니섬의 서쪽을 차지한 인도네시아, 시나이반도를 차지한 이집트는 이견없이 각각 아시아, 아프리카에 해당됩니다.


터키의 경우 아나톨리아 반도의 중심에 위치한 앙카라가 수도긴 하지만 최대도시는 발칸반도와 아나톨리아 반도에 걸친 이스탄불(과거 오스만 제국 시절엔 수도였죠)이 더 큰 도시입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터키가 아시아에 속한다고 확신하기 애매합니다. 실제로 유럽사에서 오스만 제국의 영향은 엄청났죠.


일단 터키의 정부구조와 사회제도는 유럽 기준으로 되어있습니다. 터키 민법은 스위스 민법의 영향을 받았고 옷이나 신발 사이즈도 유럽대륙 기준을 따릅니다. 절대다수의 터키인들 역시 터키는 유럽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EU 가입은 못했어도 EU 준회원국이고 한국 외교부에서도 유럽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죠.


이 정도면 유럽에 속한다고 해도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슬람교를 믿으니까 유럽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럼 역시 발칸반도에서 이슬람교 비중이 높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알바니아, 코소보는 유럽이 아닌건가요?


사실 어느 대륙에 속하는지 논란이 되는 국가들은 터키 말고도 많죠. 키프로스는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속하지만 그리스와 터키의 영향을 받은데다가 여긴 EU 가입국입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카프카스 3국(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의 경우는 정말 애매한데, 일단 정치적, 경제적으로는 유럽쪽에 가깝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경우는 파나마 이북 및 카리브해 지역은 북미, 파나마 이남은 남미로 나누는 방식, 캐나다와 미국을 앵글로 아메리카, 나머지 지역을 라틴 아메리카로 나누는 방식, 북미, 중미, 남미, 카리브해 지역으로 나누는 방식 등이 있는데 역시 애매한 지역들이 생기거든요. 예를 들면 멕시코는 북아메리카로 볼 수도 있고, 라틴 아메리카로 볼 수도 있고, 과테말라에서 파나마에 이르는 지역과 엮어서 중앙 아메리카로 볼 수도 있습니다.


다시 터키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절대 다수가 속해 있으니까 아시아라고 해야 맞는걸까요, 제도적으로나 자국 인식으로나 유럽이라고 생각하니까 유럽이라고 해야 맞는걸까요. 끝나지 않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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