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호기심이 고양이를 막... '여귀교: 저주를 부르는 게임' 잡담입니다

 - 2023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1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그렇습니다. 봐 버렸습니다. 흑.)

 - 이야기의 배경은 2019년입니다. 이러면 1편의 배경보다 오히려 1년 전이 되네요. 그렇다면 프리퀄인가? 라고 생각을 해봤는데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이건 1편 스포일러라서 더 자세힌 말을 못 하구요.

 암튼 1편과는 다른 대학이 배경입니다. 1편 초반에 방송 리포터가 대만 대학들의 유명한 괴담들을 소개하는 장면이 짧게 지나갔는데 그때 언급된 대학들 중 하나가 배경이에요. 대충 어떻게 시리즈를 이어갈지 짐작이 되죠. 

 어쨌든 이 대학 건물을 올릴 때 재단과 건축가 사이에 트러블이 있었다나봐요. 그래서 재단 측에서 잡귀를 막겠다고 卍 <- 요 모양으로 지어달라고 그랬던 걸 그 역방향 모양(하... 하켄크로이츠? ㅋㅋㅋ)으로 지어 버리고 배를 쨌다나요. 그래서 이 건물은 온갖 잡귀들이 모여드는 괴이한 공간이 되었다는 이야깁니다.

 그리고 여기에 AR 게임을 만드는 대학생들이 등장해요. 우리 학교가 괴담 소재로 인기가 많으니 이걸로 게임 만들어 대박을 쳐보세! 하고 열심히 만들어서 리더였던 남자애가 홀로 야심한 밤에 대학 건물에서 셀프 베타 테스트를 하다가... 괴이한 cctv 영상 몇 개를 남기고 혼수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몇 년 뒤, 다른 팀원들이 결국 게임을 완성해 내고. 아까 그 남자애 여동생이자 게임 제작팀의 멤버인 동시에 이 영화의 주인공인 '팅'이 오빠 혼수상태의 수수께끼를 풀어내겠다고 의욕적으로 나서는데요...

 (1편과는 다른 배경에서 다른 사건을 다루니까 주인공도 전혀 관계 없는 인물로 바뀌긴 합니다만...)

 - 1편을 본 김에 그냥 봤죠. 1편보다는 낫더라는 평을 어디서 봤는데 1편이 매우 비추급 영화이긴 해도 완전히 꽝은 아닌 걸로 봤거든요. 게다가 이 영화들이 게임으로도 나오는데 (어차피 아무도 관심 없는 영화지만 간혹 게임 원작 영화라는 설명들이 보이던데 영화 먼저, 게임은 나중입니다.) 게임들은 평이 또 꽤 많이 좋은 편이에요. 그래서 뭐 망해봤자 100분 버리는 건데... 라는 맘으로 봤지요. 그랬는데 결과적으로는... 아, 망했네요. ㅋㅋㅋㅋㅋ

 (사실은 더블 주인공 시스템이고)

 (다 보고 나면 진짜 주인공은 이 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결국 모든 게 1편에 종속되는 식으로 마무리되거든요.)

 - 일단 AR게임으로 호러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너무 생각이 없습니다. 증강 현실이니까, 현실 위에 뭘 덧붙여서 플레이하는 게 AR 게임이니까 호러 영화에 적용하기 좋겠다... 고 생각을 했나 본데 전혀 아니죠. 뭐 현실성 아예 내다 던지고 무슨 선글라스 같은 거 하나 가볍게 걸치고 플레이 하는 걸로 설정을 잡으면 모르겠는데 영화가 그만큼 막 나가진 않아요. 결국 어두운 학교 건물에서 핸드폰 몸에 걸고 다니며 그 폰으로만 보이는 귀신들을 상대하는 것이니 전혀 무섭지가 않습니다. 특히나 우리가 보는 영화는 폰 속 화면과 함께 그 폰을 걸고 다니는 사람과 주변 풍경까지 다 보여주는 식이니 더 안 무섭구요. 게다가 이게 결국 주인공들이 '조작'을 해야 하잖아요. 그럼 그건 결국 폰 화면 터치하는 거라 더더욱 차게 식어가는 공포감...

 (엄밀히 따지고 보자면 2편도 1편보다 조금 적을 뿐이지 호러씬은 엄청 나오는데, 하나도 무섭지가 않아서 호러씬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게 문제.)

 - 게다가 이 AR 게임이라는 소재도 결국 훼이크입니다. 대략 절반 조금 못 와서 게임 이야기는 끝이고 이후부턴 그냥 전형적인 동양식 원혼담이에요. 그냥 게임 만들던 애들이 귀신 만나는 이야기... 일 뿐인데요. 그나마도 주인공들의 구구절절 불쌍한 사연들 보여주느라 바빠서 귀신이 자주 나오지도 않고, 나올 때도 안 무섭고 그럽니다. 그렇다고해서 드라마가 재밌거나 신선하거나... 한 것도 아니고 정말 진부 클리셰의 결정체라 지루하기만 하구요.

 (호러 이야기에 애잔한 드라마를 본체격으로 집어 넣고도 재밌는 영화는 만들 수 있죠. 이 영화가 그런 사례가 아닐 뿐.)

 - 이번에도 나름 회심의 아이디어들이 몇 있긴 합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인 척 하면서 전편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놓고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다든가. 유명한 괴담 세 개를 엮어서 영화 속 게임 소재로 삼는다거나. 전편과 다르게 이번 편엔 귀신 파훼법이 등장하는데 그게 좀 의외의 방식으로 흘러가서 재밌어 보이는 구경을 좀 할 수 있다든가... 그런데요.

 유명 괴담 셋은 죄다 1회성 이벤트 아이템으로 소모될 뿐이고 딱히 참신한 뭔가는 보여주질 못해요. 나름 참신해 보이는 파훼법은 무리수 멜랑콜리 드라마에 파묻혀서 클라이막스에서도 이야기의 중심에서 밀려난 채로 스쳐 지나가구요. 전편과의 연결 고리 역시 가뜩이나 매력이 약한 본편 이야기를 더 약화 시킬 뿐이고 그 자체로 그렇게 재밌지가 않아요. 

 그러니까 대체로 1편과 마찬가지로,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있긴 한데 제대로 엮어내지를 못하는구나... 라는 느낌이 강한 가운데 치명적으로... 정말 안 무섭습니다. ㅋㅋㅋ 슬픈 드라마에 치여서 호러 장면의 분량 자체가 압도적으로 적구요. 그리고 그나마도 1편보다 안 무서워요. 전반은 그 어설픈 AR게임 컨셉질로 런닝타임을 한참 잡아먹어서, 후반은 멜로드라마 찍느라 바빠서... 뭐 그렇습니다.

 (나름 신경 썼구나... 싶은 장면들이 없진 않은데, 싹 다 재미 없고 관심도 안 가는 멜로드라마에 밀려 버려서 기억에 남질 않습니다.)

 - 그래서 오히려 1편보다도 못한 영화였네요. 

 생각해보면 1편과의 연결 고리 때문에 영화가 산만해졌다기 보단 애초에 1시간 40분을 버틸 수 없는 빈약한 이야기라서 그거라도 갖다 붙인 듯 하기도 하구요.

 암튼 이 얘기 하다가 저 얘기 하다가 오락가락하는 산만함에, 2편만의 새로운 주인공은 존재감이 흩날리고 그나마 조연들은 아예 무슨 캐릭터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호러는 멜로드라마에 치여서 저 멀리 가 버렸고 그 멜로는 재미가 없는 가운데 도입부, 중반부, 클라이막스를 최소 절반 이상씩 잡아 먹어요.

 이게 대만에선 꽤 히트를 해서 또 속편이 만들어질 것 같다는데. 그저 '그건 정말로 보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해 볼 뿐입니다. ㅋㅋㅋ 다시는 만나지 말자...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정리하자면요. 주인공 '팅'의 오빠가 먼저 학교 건물에서 한밤중에 홀로 그 유명한 '저승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놀이를 하다가 뭔가에 질질 끌려 나가고. 목숨은 부지했지만 의식불명 상태가 된 채로 몇 년이 흘렀어요. 팅은 오빠가 게임 만드는 자료들 모아놓은 노트 같은 걸 보고선 '혹시 이 학교 건물이 정말 어딘가로 연결되는 게 아닐까' 라는 의심을 품고 살다가 드디어, 친구들 보는 앞에서 AR게임 시연 플레이도 하는 겸 엘리베이터 저승 체험 시도를 해 보는데요. 게임은 성공적으로 작동했지만 첫 번째 스테이지인 '혼자서 술래잡기'를 클리어하는 순간 진짜 귀신이 나타나서 주인공을 위협합니다. 친구들이 기다리던 쪽으로 헐레벌떡 도망쳐서 살아난 주인공은 자신의 의심을 확신으로 갖게 되고. 오빠를 구해야 한다! 라는 마음을 더 굳게 먹게 되죠.

 근데 이때 뒤늦게 나타나서 주인공들을 쫓아냈던 경비 아저씨가 자꾸만 수상한 행동을 하는데... 그건 이 경비의 정체가 1편의 마지막 생존자였기 때문입니다. 원래 여귀교 귀신의 앞잡이였던 친구를 때려 죽이고 살아 남은 대가로 2차 앞잡이가 되어서 귀신에게 시달리다가, 잡귀들을 막아주는 건물이라는 이 곳에 와서 취업을 하고 살고 있었던 거죠. 나름 실제 효험이 있는지 이 건물 밖으론 절대로 나가지 않습니다. ㅋㅋ 그러다가 이 양반이 다음 날 혼자 와서 이번엔 엘리베이터 괴담에 도전하고 있는 팅을 발견하고 건물에서 쫓아내요.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다시 오빠가 남긴 자료들을 복습한 팅은 오빠가 귀신을 만날 당시 들고 갔던 등불이 키 아이템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 그건 학교 창고에 있기 때문에 결국 경비 아저씨에게 다시 가서 그 등불 좀 달라고 읍소에 읍소를 거듭하다가... 우연이 악몽과 죄책감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하던 경비를 구해준 후 결국 한 팀이 됩니다. 그래서 바로 그 날 밤에 경비 & 팅 & 게임제작 학생들은 다 함께 AR 게임 두 번째 스테이지에 도전합니다만. 당연히 진짜 귀신이 출동하고, 경비와 팅을 제외한 모두가 실종되어 버려요. 그리고 위기에 처한 팅을 구하려던 경비 아저씨가 소중한 아이템 등불을 살짝 망가뜨려서 그 안에 담겨 있던 기름이 조금씩 샙니다만, 아무도 그걸 눈치 채지는 못해요. 그리고 동시에 병원에 누워 있던 팅의 오빠가 위독해지네요.

 이젠 정말 겁에 질려 아무 것도 안 하려는 경비를 또 또 애절하게(ㅋㅋㅋ) 설득한 팅은 둘이 함께 등불을 들고선, 이번엔 오빠가 했던 엘리베이터 놀이에 도전하는데요. (AR은 때려 치웠습니다.) 문이 열리고 이들이 도착한 곳은... 팅이 혼자서 처음으로 게임을 하던 날, 그 시각의 학교입니다. (갑작스런 시간 여행! 그것도 루프!!) 과거의 자신들에게 들키지 않게 숨어다니며 오빠가 남긴 힌트 '빛을 따라가라'를 열심히 실행에 옮긴 결과 이 둘은 학교 구석에 처박혀 덜덜 떨고 있는 오빠(의 영혼)를 발견합니다만. 이유를 알 수 없게 바로 바스슥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려요. 그리고 그때 램프의 불이 꺼지는 걸 본 주인공은 "아. 이 램프의 기름이 오빠의 영혼이었어!" 라고 외치며 램프가 망가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네요.

 어떻게 그렇게 잘 파악했는진 모르겠지만 이 학교 건물엔 주인공이 겪은 모든 사건들이 여기저기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후다닥 경비가 램프를 망가뜨렸던 장소로 달려간 주인공 & 경비는 과거의 자신들이 램프를 망가뜨리는 상황을 해결하구요. 하지만 분노한 귀신에게 쫓기다 주인공이 귀신에게 끌려가려는 순간... 누군가의 손이 툭 튀어 나와 주인공을 구해줍니다. 어라. 오빠네요. 효과가 너무 빠른 거 아닌가요. ㅋㅋㅋ 암튼 그렇게 오빠와 주인공은 이 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달려가고, 그 곳에서 경비도 만나 셋이 사이 좋게 가려는데. 다시 귀신이 쫓아와 문을 못 닫게 하며 난리를 치구요. 경비 아저씨는 기절해서 보탬이 안 되고, 팅은 귀신들 장난으로 거울 속 차원으로 빨려 들어가 보탬이 안 되는 가운데 호올로 결사 항전하던 오빠가 귀신에게 질질 끌려 나가는데... 그 나가는 폼이 영화 처음에 오빠가 혼자서 게임하다 끌려가는 모습과 같습니다. 처음부터 루프였다는 전혀 안 놀라운 반전이구요.

 그래서 이제 망했나? 하는 순간 갑자기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콱 잡는 손이 보이는데... 또 오빠입니다? ㅋㅋㅋㅋㅋ 근데 방금 끌려나간 오빠가 아니라 처음으로 이 게임에 도전하던 시점의 멀쩡한 오빠에요. 이건 또 다른 회차의 루프인가 봐요. 그래서 이 오빠는 제법 저항도 하고, 아까부터 바닥에 구르던 등불도 집어 들고 그러더니 갑자기 거울 속의 팅과 그윽한 눈빛을 주고 받아요. 그러면서 또 둘의 어린 시절 비밀을 구구절절 회상하다가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가 오빠를 목 조르는 아빠를 팅이 칼로 찔렀고, 그 죄는 오빠가 다 뒤집어 썼고... 뭐 이런 하나도 안 궁금한 이야기가 한참 나옵니다) 다시 그윽한 눈빛을 보낸 후, "넌 살아야 한다."는 말을 남긴 채 등불을 들고 엘리베이터 밖으로 뛰쳐 나갑니다. 그리고 무슨 워크래프트 네크로맨서 같은 폼으로 달려오고 있는 귀신을 향해 힘껏 달려가서 손에 든 등불을 귀신에게 던져 버려요. 귀신도 오빠도 불에 타 사라져 버리고 팅과 경비는 살아난 가운데 병원의 오빠 몸은 숨을 거둡니다.  

 오빠의 장례식장이에요. 오빠가 귀신을 잡으니 귀신에게 잡혔던 혼들도 해방이 된 건지 팅의 친구들, 그러니까 게임 제작팀 멤버들도 모두 멀쩡한 모습으로 나와서 함께 애도하고 있구요. 이렇게 이들은 해피 엔딩을 맞는 가운데 다시 경비 아저씨가 스윽... 하고 불안한 눈빛을 보이구요. 잠시 후 혼자 골방에 처박혀 있는 경비 아저씨의 핸드폰이 울리고, 귀신이 나타나서 다섯을 더 죽이라고 난리를 치고, 그때 귀신이 손가락을 스윽 들어 경비가 보던 티비 속 뉴스 리포터를 가리킵니다. 당연히 1편의 그 리포터겠구요.

 또 장면이 바뀌면 어느새 변신의 귀재 경비 아저씨는 방송국에 취직을 했어요. 역할은 당연히 카메라맨이겠죠. 그 리포터와 파트너가 되어 일을 나가고, 그러면서 리포터에게 슬쩍 '뭐뭐 대학교의 여귀교 전설이라고 들어보셨어요?'라며 리포터를 유인하네요. ㅋㅋ 근데 한 가지, 그렇게 차를 달리는 가운데 조수석에 경비 아저씨가 슬쩍 가져 온 본편의 만능 아이템, 등불이 보이면서 엔딩입니다. 아마도 귀신이 시키는대로 하러 가는 게 아니라 귀신을 없애러 간다... 라는 엔딩인가 봐요. 암튼 이렇게 1편의 도입부와 이어지면서 끝이에요.

 + 여기에서 1편이랑 설정이 안 맞는 부분이 발생합니다. 1편의 엔딩이란 게 이 경비맨(=카메라맨)이 빌런이란 게 밝혀지는 거였죠. 막판에 진상을 눈치 챈 리포터를 기절 시켜서 결박한 후에 새로운 희생자(방송을 위한 대역 재연 배우 다섯)를 계단에 세워서 저주를 받게 하면서 씨익 웃었거든요. 근데 이 영화로 인해 경비는 선역이 되어 버렸으니... ㅋㅋ

 뭐 대충 수습이 가능하긴 합니다. 어쨌든 1편 엔딩에서 아무도 죽지는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경비는 귀신을 죽이기 위해 등불까지 가져왔고. 리포터를 기절 시킨 건 자기 일에 훼방이 될까봐 그랬으며. 마지막에 계단 위에 서 있던 다섯 명의 재연 배우들은 얼굴을 안 보여줬으니까... 그 다섯 명이 사실은 고스트 버스터즈가 되기 위해 경비를 지원하러 온 지금 이 영화, 2편의 게임 제작팀 젊은이들이었다고 우기면 되긴 합니다. 다들 경비에게 신세 졌으니 그거 갚기 위해, 그리고 팅 오빠를 그렇게 만든 악귀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뭐 이럼 말이 안 될 건 없긴 하네요. 지금까지 본 것보다 더 격하게 재미 없어질 것 같다는 점만 빼면...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