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의 스포일러.


그리고 마이클 파웰의 '분홍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아주 뻔한 질문. 니나는 죽었을까요 살았을까요.


아마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전 영화 엔딩을 보면서 스스로 이 질문이 떠오르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영화 '분홍신'을 보고나서도 같은 질문을 떠올린 적이 있고,

실제로 imdb 게시판에 가보면 분홍신을 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가

"그래서 주인공은 끝에 죽었다는 거야 살았다는 거야?"거든요.


주인공이 마지막에 극적으로 죽어가면서 마지막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처럼 마지막 말을 남기는 장면들.

감독은 "얘는 이제 죽었어요. 영화 끝"이라고 연출한 게 뻔히 보이지만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얘 살았다고 치고 '블랙스완2:니나의 역습'을 낼 수 있는 거 아니겠니?"라고

애써 주인공의 생존을 믿고 싶은 관객들의 마음.


"끝장"을 향해 달려가는 여주인공의 라스트는 이런 것이 어울린다는 걸까요.

어쨌든 니나에게 걸맞는 엔딩이긴 했습니다. 분홍신의 주인공은 오히려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2. 위노나 라이더 팬들이 보기에 괴로울 거라길래 비중이 작아서 다들 실망했다는 건가 했더니만...

으아악! 이렇게 막나갈 거라면 차라리 비중을 줄여줘!

어떻게 된 배역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하나도 빠짐없이 비참함의 극치를 달리는 건지 원.



근데 여기서 질문. 극중 베스의 자해 장면을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a. 베스의 자해 장면을 목격한 니나의 정신붕괴가 가속화되었다.


b. 베스의 자해 장면도 니나의 환상일 뿐.


c. 베스의 얼굴을 니나가 난도질하고 도망쳐나왔다.



전 영화보면서는 a나 b였다고 생각했고 어느쪽이든 상관없다고 넘어갔지만,

영화를 보고나서는 혹시 c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 영화 더 공포스러워지는군요.





3. 영화 좋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보다 더 즐거웠던 것은

영화 끝나고 극장안 불이 켜지면서 관객들의 그 벙쪄있는 표정들.

아, '스플라이스'관람 당시 보았던 관객들의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표정 이후로

이렇게 즐거운 경험은 오래간만이에요.

물론 그 벙찐 표정에는 저와 제 어머니도 포함되어 있었겠습니다만.


좀 좋은 상영관에서 한 번 더 보고 싶기는 한데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컨디션 아주 좋고 기분 좋을 때 골라서 보러 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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