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몇 곳에 통증이 심한데도 미루다가 정형외과에 다녀왔습니다. 당연히 요즘은 병원 입구에서 체온 체크를 해요. 제가 원래 저체온이긴 하지만 평균 36도는 됐는데 34.6도가 나오더군요. 간호사님이 너무 낮다며 고개 저으시더니 다른 환자는 건너뛰는 혈압도 재셨어요. 당연히 저혈압이었습니다. 사흘 전부터 겨울이불을 꺼내 덮기 시작했는데,  자다가도 추워서 깨곤 합니다.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긴 신호인 거죠. 
아무튼 그러고 나서 대기소파에 앉아 있는데 멀리 앉아 있던 발목에 부목 댄 웬 소년 환자가(십대 중반쯤?) 절름절름 자리를 좁혀 오더니 이런 조언을 건넸습니다.

소년> 토마토 많이 드세요. 라이코펜이 많이 햠유된 과일이라 저체온과 저혈압에 좋아요.
어디로갈까> (어리둥절~)
소년> 기름으로 불에 익혀서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더 좋아져요.
소년> 항산화물질인 베타카로틴이 많이 든 당근도 좋습니다. 
어디로갈까> (마스크 땜에 제 미소는 안 보였겠으나) 내가 만나본 중 젤 어린 선생님이네요. 어떻게 이런 공부를 하셨어요?
소년>(꿋꿋) 라이코펜 함량은 스파게티소스> 케첩>쥬스> 생토마토 순인데 입맛에 맞는 걸로 골라 드시면 됩니다. 다 영양이 풍부하니까요.

어디로갈까> 큰 도움 됐어요. 고마워요. 다리는 어쩌다가 다쳤어요?
소년> 형하고 싸웠는데 주먹질 피하려다가 2층에서 뛰어내렸어요. 제 방이 넘 쪼끄맣거든요.
어디로갈까> 으흠
소년> 제가 나쁜짓을 해서 형이 응징한 거예요.  요샌 영상 수업하니까 별 상관없어요.
어디로갈까> ........ 

소년의 진료 차례가 돼서 그정도로 대화는 끝났는데, 마스크로 얼굴의 반이 가려졌으나 그 눈빛과 음성이 기억에 남습니다.
뭐랄까,  세계와 접촉할 줄 아는 지적 관능이 느껴지는 눈빛이랄까요. 명민하지만 앎에서 얻은 비밀을 혼자 간직하면서 살 것 같은 분위기의 음성이랄까요. (이 무슨 관상 읽기? -_-)
반전은 처방전 받을 때 간호사님이 귀뜸하시길 소년이 병원장 둘째 아드님이라더군요. 왜 보호자 없이 혼자일까 살짝 궁금했는데  든든한 배경의 소유자였던 것입니다. 

동물이지만 인간의 생활은 여러 면에서 다른 동물과는 변별되는 방식으로 조직돼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식습관 행위인데요, 인류는 날 것의 음식을 거부하며 요리에다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온 역사가 있습니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 만사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요리해서 먹는 행위와 인간의 뇌 활동의 관계를 다룬 서적들을 접해본 바 이건 진화론/ 뇌과학/문화인류학이 겹쳐 있는 분야로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더군요.

아무튼 며칠 전 **님의 글에서 라면에 의존해 산다는 부분에 '앙대~'라는 불끈심이 솟구쳐서 간단영양요리 레서피를 약속드렸던 터라 (맥주 한 캔이 부른 오버 ㅋㅎ) 이렇게 적어봅니다.  
메뉴 정하기가 힘들긴 해요. 엥겔지수, 귀차니즘, 음식취향이 다 다른 거니까요. 그래도 약조한 것이니 앞으로 쓰는 모든 글에 한둘 간단요리를 붙여볼까 싶습니다. (안 지킬 확률 높음.)
이건 만인에게 권하는 게 아닌,  라면(따위~)에 기대 사는 요알못 독신자에게 권하는 음식임을 밝혀둡니다. 
(이하 존칭 생략)

# 값싼 단백질 보급제 
1. 달걀찜.
- 두어 번 먹을 수 있는 개수에다 (3~5개) 동량의 물을 넣고 거품기로 잘 저어줌. (국 같은 국물 효과 있음. 귀찮으면 미니 믹서기에 윙~ 돌려도 됨.)
- 간은 소금이든 국간장이든 액젓이든 입맛대로  한두 꼬집(스푼) 정도 넣어 슴슴하게 함.
- 뚝배기를 불에 달군 후 참기름/들기름으로 표면을 코팅하고 계란물을 붓고 3분 정도만 끓임. 
- 표면에 공기가 보글 피어오를 때 양파 1/4개 정도 다져 넣고 (없으면 생략) 불을 끈 후 뚜껑을 덮고 예열로 익힘. (다 익을 때까지 열을 가하면 찜이 부드럽지 않음.) 
- 이후 대파 다진 것 +통깨 + 후추 살짝 뿌리면 끝. 매운맛 좋아하면 고춧가루나 청양고 하나 다져 넣음. 

2. 두부조림
- 평균치 크기의 두부를 세로로 한번 자른 후 가로로 6등분 냄. (총 12조각 정도.) 
- 팬에 기름을 두른 후 중간불로 굽는데,  한꼬집 소금으로 먼저 밑간을 하는듯 마는듯 해줌. (생략해도 괜찮음.)
- 이때 채썬 양파 반 개를 같이 구워줌. (생략해도 좋으나 맛과 영양이 배가됨.)
- 두부가 앞뒤로 노릇노릇 구워지는 동안 양념장 만들기.
진간장 3T+ 물엿 1T (또는 설탕 1T) + 대파 한뿌리 다진 것 + 풋고추 1 다진 것(생략가능)+ 고춧가루 1T+ 마늘 약간 (이정도 기본 양념은 구비해놓을 것을 권함.)
구워진 두부 위에 양념장을 뿌린 후 2분 정도 조려준 후, 참기름 약간+ 통깨 약간 뿌림.

3. 미역국
오늘 새벽에 넘 추워서 끓인 국이라 소개해봄.
가장 맛난 건 쇠고기와 조개류를 섞어서 국물을 내는 건데, 저는 주로 조개만 쓰지만 오늘은 둘 다 사용했음. 
(한우 가격이 후덜덜하니 호주산 불고기용으로 나온 것 쓰면 됨. 그것도 없으면 에잇 소고기 다시다 써도 됨. 라면도 먹는데... )

먼저 미역을 십분 정도 불린 후 씻어 놓음. (요즘 브랜드 미역은 이 정도 시간 불리면 됨.)
달군 냄비에 참기름(혹은 들기름)을 두르고 소고기 한줌+ 깐 조개 한 줌 넣고 달달 볶다가 물을 부어 끓임. (물은 불린 미역 양의 4~5배 정도?)
육수가 팔팔 끓으면 미역을 넣고 중불에서 계속 끓여줌. (15분 정도) 
간은 국간장이 제격임. 액젓도 괜찮지만 소금은 좀~ 
미역국에 대파는 안 씀. 마늘은 쓰기도,  안 쓰기도 하는데 쓸 경우엔 불을 끈 후 넣는 게 좋음. (저는 마늘 마니아라 씀.)

오늘은 여기까지~ 
쓰는 동안 약기운이 퍼져서 곧 꼴까닥할 것 같아요. 모두 건강하십시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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