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30 14:52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562
시사인 3월 24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시사인 홈페이지에 전문 오픈 된듯..)
민주주의는 너무 유약해서 감염병에 취약할까? 재난 상황에서는 단호하고 강력한 권위주의가 더 나은 체제일까? 중국 공산당은 확실히 그렇게 주장하려는 것 같다.
1월2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를 충분히 발휘한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우한 봉쇄와 감시용 드론 등 민주주의 체제가 꺼내들기 어려운 무기로 코로나19와 맞섰다. 베이징이 보기에 이번 방역전은 체제 경쟁이다. 그리고 중국 권위주의 시스템이 개방적 민주국가보다 우월하다고 입증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2월26일, 관영지인 〈인민일보〉 논평은 베이징의 관점을 압축해 보여준다. “코로나19는 위기이면서 국가 거버넌스 시스템과 능력에 대한 시험이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가 시대에 호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중요한 제도적 보장이며, 세계적인 방역 전쟁에도 귀중한 노하우다.” 이제 세계는 권위주의 중국의 선도를 따라야 한다.
서방 언론은 베이징의 승리 선언에 맞설 반례를 원했다. 코로나19 방역전의 최전선에 있어야 하고, 민주주의 체제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고수해야 하며, 화끈한 권위주의에 비하면 좀 못 미더운 그 무기로도 성과를 내야 한다.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나라가 하나 있다. 한국이다. 한국은 코로나19 영향권 한복판에 있고, 대구에서 집단감염이 터진 후에도 도시 봉쇄 옵션을 제쳐뒀고, 세계 최고의 진단 역량으로 확산세를 따라잡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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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식인들은 권위주의 체제가 더 취약하다고 보았을까. 재난 대응은 자원을 총동원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정보의 문제다. 아마르티아 센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인도 출신 경제학자이자, 경제학을 넘어서는 우리 시대의 사상가다. 센은 “민주국가에는 기근이 없다”라는 유명한 테제를 제시했다. 기근은 공공자원을 적시에 투입하기만 하면 막기가 꽤 쉬운 재난이다. 가난한 국가라도 얼추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권위주의 체제는 종종 기근 대응에 실패한다. 국지적으로 식량이 부족할 때,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현장 정치가와 행정가가 재빨리 반응한다. 거기에 그들의 자리가 달려 있다. 하지만 권위주의 체제는 최고 지도자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 정보다. 위에서 생산된 정보가 아래로는 내려가지만, 아래에서 위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권위주의 체제는 국지적 식량 부족을 못 알아채거나 알고도 방치해서 일을 키운다. 기근은 그렇게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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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대편에 한국 모델이 있다(보통은 미국이 서던 자리인데, 영어권 언론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그 역할을 기대하는 기색은 별로 없다). 정보는 한국 모델의 핵심 무기다. 정보의 투명성과 생산성 양쪽에서 한국 모델은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감염자 정보는 구체적인 동선까지 공개된다. 인권침해 소지가 없지 않으나, 덕분에 재난 상황에서 종종 등장하는 집단 패닉의 기색은 없다. 외신은 긴장감이 높지만 차분한 대구의 분위기를 놀라워하며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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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중국은 우한을 격리하여 코로나 상황을 진정시키고, 그것을 체제의 승리라고 선전했다.
2)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이 원하던 반례를 한국이 해냈다. (보통 미국이 하던 자리)
3) 재난 상황에서는 '각자도생'과 '공동체 연대'가 동시에 벌어진다. 우리나라는 공동체 연대 의식이 발현되었다.
4) 재난 상황에서 지도자는 '재난을 벗어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의 역활과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도자'라는 상충되는 두가지 모습을 요구받는다. 현재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후자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터넷 글들을 보면 우리나라가 삐끗하면 서방 선진국들이 '봐라, 아시아의 한계다' 라면서 비웃을거라고 하는 글들도 있던데...
지금 서방 선진국들이 계속 어려운한, 중국 권위주의 체제의 반례로서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의 선봉에 서겠군요.
이번 사태로 유럽 선진국의 민낮이 드러났다는 글들도 많이 보이는데, 저는 이제 사람들이 '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네? 더이상 개도국, 중진국이 아니네?' 라는 의식을 심어준 것 같습니다. 솔직히 G20 에 경제순위 12위 전후, 국방력 10위권내 들어가는 국가가 중진국이나 개도국이라고 하면 안되긴 하죠. 주변 나라들이 워낙 쎄서 그렇지.
2020.03.30 15:23
2020.03.30 15:29
그런데 민주국가에서도 봉쇄를 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미국은 뭐 공산주의 국가인가 싶을 정도로 자동차 회사에 산소호흡기 생산하라고 하고 코로나 검사 무료로 풀고 주정부는 외출 금지 시켜서 위반하면 벌금 때리고 하는데 중국의 봉쇄정책과 크게 다른 건 또 뭔가 싶어요. 위반했을 때 벌금이냐 체포 구금이냐 아니면 고문과 재판없는 처형이냐 같은 극단적인 처벌의 차이가 아닌가 싶은데요. 그리고 중국 봉쇄의 경우 (사무실의 우한이 고향인 친구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건물이 봉쇄되거나 자가격리 조건이면 그래도 식품과 필수품은 공급해 준다고 하는데 호주는 자가격리는 그야말로 자급자족 자가격리예요. 아니 먹을 거는 그래도 갖다줘야지 그걸 알아서 하라고 하면 어쩌라고!
이런 거 보면 시민의 갑질 파워가 만렙인 한국이 제일 집행력이 약하죠. 위반해도 할 수 있는 게 고소 정도. 그것도 검찰이 기소 안 하면 그만. 그나마 내각제 정부들이 좋은 건 이럴 때 발목 잡는 야당 파워가 제로라는 것 정도죠. 또 야당도 클라스가 있어서 이런 국가적 재난에 시비걸고 발목잡는 짓은 안 합니다. 그러고 보면 문재인정부가 언론, 야당, (일부)교회들이 정권 무너지라고 합동 고사를 지내는 상황에서도 이 정도까지 방어하는 게 기적에 가깝거나 진짜로 만렙 파워이거나 둘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2020.03.30 15:31
2020.03.30 18:12
강경화 장관이 얼마전 BBC 인터뷰에서 '우리 국민은 정부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라고 했었죠.
오랜 군사독재로 인한 공권력에 대한 불신과 사회에 만연한 군사문화로 인한 인내심(?)과 권위에 대한 복종심이 혼재하는 것 같습니다.
2020.03.30 15:31
2020.03.30 18:26
아마르티아 센의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국가의 차이가 2017년 5월 9일 하루의 결정으로 180도 바꼈죠.
반대의 경우에는 2008년 정부가 교체되자 마자 민주국가에서 권위주의 국가로 변해서 우리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컨테이너 산성과 물대포로 박살내버렸고요.
2020.03.30 21:29
민주국가라도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국민이 겪는 상황이 너무나 달라지니,시스템이 리더쉽을 커버하지는 못하는 모양입니다.
리더쉽을 커버하고자 그 많은 법을 만들고 삼권분립체제를 만들고 했건만
2020.03.30 21:43
코로나19가 무슨 체제대결의 양상으로 변질 되고 있는게 우려스럽니다. 그 양극단의 한쪽에 한국이 떠밀려져 내세워지고 있는 것도 좀 우풉고요....;
2020.03.31 05:32
그런데 애초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저렇게까지 퍼지고, 그것도 모자라서 전 세계에 코로나가 다 퍼져버린 것이 바로 초반에 코로나를 은폐, 축소하고자 했던 그 투명하지 못한 조처와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가 일으킨 시너지 때문이죠. 민주주의였다면 초반에 이상한 병의 존재를 알아채고 이를 알리려던 의사를 공안이 잡아다 입막음하는 일은 없었을테니, 코로나19를 권위주의 시스템을 통해 우격다짐으로 통제하긴 했지만 애초에 병을 키운 것도 권위주의
2020.03.31 11:10
이 포스팅( https://sovidence.tistory.com/1045 )이 생각나는 글이었습니다. 다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을 결론짓는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