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 존재의 증명

2019.10.21 17:50

madhatter 조회 수:860

조커를 드디어(?) 봤습니다.

당연히 아래는 스포가 있겠죠.










DC 유니버스랑 상관 없는 영화라고는 하는데, 브루스 웨인이나 토마스 웨인과의 연결성(?)을 억지로 만들어 놓은 게 이상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 때문에 영화가 배트맨처럼 보이고 자연스럽게 역대 조커와 비교를 안할 수가 없더군요.
제가 아는 실사판 조커는 잭 니컬슨과 히스레저뿐인데.. 잭 니컬슨과는 유사점이 전혀 보이질 않았고, 히스레저의 조커와는 비슷한 면이 보였습니다.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는 뭔가를 자꾸 증명하려고 합니다. 인간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존재인지, 선함이라는 게 얼마나 약한 것인지를 엄청난 고비용을 들여서 증명하려고 애를 쓰죠. 일부는 증명에 실패하지만 일부는 성공을 하죠.
그리고 이 조커도 뭔가를 증명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바로 자기라는 존재의 증명이죠.
어머니가 항상 행복을 얘기했기 때문에 남을 웃기는 코미디언이 되어서 자기가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려고 했고, 부정하는 토마스 웨인에게 자신이 아들이라는 걸 증명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토크쇼 진행자에게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고 싶어했죠.
다크나이트의 조커가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려 했다면 이 조커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어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조커가 되기 전의 일들이긴 합니다만..
그런데 그런 것들이 좌절되자 이 조커는 자신의 존재를 정의할 수 있는 사회와의 연결성을 다 끊어버립니다. 어머니를 죽이고 토크쇼 진행자를 죽여요. 아, 옛 동료도 죽이죠.
어찌 보면 큰 플롯은 신화의 주인공 같기도 합니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채 어머니가 혼자 키운 주인공이 갖은 고난을 겪고 영웅이 되는 서사죠. 그 진실은 망상과 우연과 개인적인 사정의 시궁창스러운 결합이지만요.
뭔가 이 영화는 자기 존재 증명을 실패한 자가 역설적으로 대단한 존재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억지스럽지만 비참한 장식을 씌워서 비극으로 엉성하게 칠해놓은 영웅서사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게 누구에게는 자기 합리화에 쓰일 수도 있겠고 누군가에게는 범죄와의 소격효과로 작용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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