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5 00:39
안철수 사쿠라설 관련 글에 댓글을 달았었는데
만일 안철수에 대한 기대를 한다면 (그 기대가 배신받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은) '안철수의 학습능력이 관건이다'라는거였어요.
그런데 데메킨님께서 그런 (학습능력에 대한) 기대조차 매우 회의적이라는 반론을 다셨더군요.
어떤 사람을 판단할때 (그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주목한 판단)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갖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좋다라고 믿기 때문에 데메킨님의 반론에 기본적으로는 동감을 합니다.
그런데...
0.1%의 가능성을 열어두셨지만 그런 가능성이 실재된 사례가 분명 있었어요.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그런 사례라고 전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영화 변호인을 보신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변호사 노무현은 처음에는 입지전적인 성공을 거둔 속물적인 변호사였어요.
그가 인권변호사가 되고 야권정치인이 되는 과정은 영화와 실재가 거의 차이가 없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우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은 학습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평가를 하는 것을 들었어요.
안철수와 노무현이 참 여러가지로 다른 성장과정을 갖고 있고 기질도 참 다르지만
학습능력에 대한 의문까지 갖을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안철수에 대하여 (그의 정치입문에 대하여) 애초부터 발꼬락의 떼만큼도 기대를 안했었다는 것을 미리 밝힙니다.
그런데도 제가 학습능력이라는 전제를 깔고 아주 조심스럽게 지켜보려는 마음이라도 갖으려는 이유는
바로 안철수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안철수로 상징되는 정치세력 때문입니다.
전 안철수지지자들, 안철수에게 자신의 정치성을 투사하는 사람들을 기질적으로 꽤 싫어합니다.
보수적인 민주당 지지자들만큼이나 참 싫어해요.
(노파심에서 부언하자면 새누리당 지지자들을 싫어하는것과는 좀 다른 의미에서 싫어합니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그냥 증오나 환멸에 가까운것이고 보수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냥 싫은 정도의 차이)
그래도 안철수 지지자들이나 보수적 민주당지지자들과는 대화라도 통하는 집단이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집단이라고 인정은 해요.
여하튼
안철수 개인에 대한 기대는 별로지만 저 멀리 박찬종, 문국현 등등으로부터 주욱 이어져 오는 그런 정치성향의 상징으로서
전 안철수가 그 전의 박찬종, 문국현과는 달리 좀 오랫동안 정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성과를 내거나 개과천선하는것 까지는 안바래요.
최소한 10년정도는 오래 정치를 했으면 해요.
적어도 그가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할 정도의 판단력과 양식은 갖고 있다는 점이 크게 고려되었다는건 부정 못하기 때문에
이정도 바램은 갖어도 될거 같아요.
왜 오래 해야 하느냐.... 그리고 학습능력을 갖고 있길 바라느냐?
정치권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정치현장에 들어와서 직접 당해보면 본인도 주류에 어울려 놀적과 달리
못보던 것들 혹은 외면하던 것들을 안볼 수가 없을거 같아서 말입니다.
하다못해 그가 정치에 입문하기 전이었다면 세월호 사건을 어떻게 보았을까요?
현하 보수언론과 중도적 언론에서 걸러내는 쓰레기같은 시선에서 얼마나 더 나은 관점을 갖고 있을까요?
모든 면에서 공정하지 못한 위치에 서서 공정하지 못한 룰을 본인이 당하다보면
밖에서 팔짱 끼고 허튼소리 해대던 것보다는 좀 철딱서니 있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깜량이 못되서 버티지 못하면 할 수 없는거지만....
여전히 큰 기대는 안합니다만
사람 보는 눈이 정말 없는 사람 같거든요. 어떻게 하고 많은 인간중에 김한길같은 양아치와 손을 잡는건지....
그래도 그가 야당정치인으로서 대한민국의 썩어빠진 주류로부터 조리돌림을 당하다보면
안철수로 상징되는 대책없이 나이브하고 회색이 무슨 자랑이라도 되는냥 뻐기는 사람들도 조금은 각성하거나 정신 차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2014.09.05 01:32
2014.09.05 02:06
정말 의미없는 가정이지만 차라리 새누리당으로 가거나, 합당을 했다면 좀더, 아니 훨씬 더 '정치 잘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럼 민주당, 노동당은 정말 죽을 각오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까하는.
2014.09.05 02:25
근데 참 어려운게 안철수의 일거수일투족마다 언론들이 우르르 달려가서 초를 칠텐데
잘해도 못해도 계속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될 거잖아요. 정치신인인데 가혹하다 싶기도 하지만 그게 또 무기가 되겠다 싶기도 하고.
암튼 실패 두려워하지 말고 많이 도전하고 사고도 많이 치고 이것저것 부지런히 일을 저질렀으면 합니다.
2014.09.05 03:11
안철수한테 기대를 하지 않았던건 저하고 공통인 거 같은데요, 저는 안철수를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은 건 아니고 안철수가 정계 입문하기 전에 했던 언행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나서 기대를 접었습니다.
여러가지 사건이 있는데 ,그중에 제가 안철수는 정치할 그릇이 아니다라고 결정적으로 판단한건,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이면 의례히 거치는 민심탐방을하는 중에 어떤 시장 아주머니를 만나서 들은 하소연이 안철수의 마음을 움직였다는데, 그 하소연이 '정치인들은 왜 그리 맨날 싸운대요, 저는 그런 싸우는 모습이 너무 안 좋아 보여요' 이런 말을 들었다고, 자기는 싸우는 정치가 아닌 화합의 정치가 성공할 수 있음을 보이겠노라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할 때부터 저 양반 정치했다간 말아먹겠다는걸 알았다고요.
아니 기본적으로 정치는 싸워야 할때는 평생 원수가 될 각오로 싸우고 화합할때는 어제의 원수라도 껴안고 러브샷을 할 각오로 해야 하는데 기존 정치인들의 특징을 싸움꾼 자기는 화합인 이런 어처구니 없는 스탠스를 세워서 자기한테 족쇄를 걸고 시작하면 도대체 그게 무슨 정치인입니까 그냥 컨셉잡는 셀레브리티지.
암호같은 전문서적 잘 해독하는 스킬은 공부로 성공하는데 필수적인 자질이죠. 하지만 정치인이란건 거기에 더해서 인간의 내면의 욕망까지도 꿰뚫는 자질이 있어야 성공해요. 근데 안철수는 인간과 사회의 본질과 작동원리에 대한 공부가 너무 얕고 그런 공부가 필요하단 사실조차 몰라요. 자기 회사할 때 중소기업과 대기업 구도의 경제의 모순성을 겪었기 때문에 한국의 경제체제가 착취경제란 사실 정도나 깨쳤을까. 그런데 그조차도 중소기업 CEO적 관점에서 본거지 평범한 다수 노동자 자영업자 다수의 관점을 겪은 것도 아니죠.
결국 안철수는 자수성가인 특유의 고집은 있는데, 그때그때 주변에 자주 접하는 사람이 하는 말과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본심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파악을 전혀 못해요. 그러니까 김한길류한테 혹하고 넘어가죠. 정치와 민주주의와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이 없으니 주변으로부터 안철수 본인이 듣는 하는 말이 악의건 선의건간에, 그 말을 따랐을 때 생길 일에 대한 예측력도 없죠. 안철수는 그냥 청춘콘서트만 하면서 긍정적인 메세지를 던지는 것까지만 하는 게 사회에 대한 최고의 기여였어요.
나는 안철수가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이고 정치 입문하기 전 학생도 가르치고 노동력도 고용하는 등 사회에 기여한 바는 많다고 믿습니다. 갈등이 적고 안정적인 사회에 태어났으면 안철수같은 커리어의 사람이 정치에도 기여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한국의 현 상황, 앞으로의 상황에서 안철수는 아무리 열심히 정치를 한들 이 사회 정치수준의 발전에는 별반 보탤 게 없는 사람입니다. 정동영이 각성해서 거듭났다 한들 2007년 대선의 거한 삽질로 인해 앞으로 정동영이 대선 후보군에 이름을 못 올리는 것 처럼 안철수에게도 큰 기회는 올 수 없어요. 지지자들이 기회를 만들어 줘도 본인이 말아먹을겁니다.
안철수가 정치적으로 재기에 성공한다면 그건 아마도 집 사고 팔아 재산 불린 부동사 투기 아줌마가 산에 올라갔다가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대오각성해 부처가 되는 급으로 혁명적 계기가 있어야 하겠죠. 속물 변호사 노무현이 각성해서 민주투사가 된것도 살던 삶과 180도 떨어진 하루아침의 변신이 아닙니다. 어릴때부터 부조리한 것에 대한 반항심 하나로는 유명했던 사람이었다잖아요. 그런데 자기도 그런 부조리를 구성하는 사람의 일부였다는것을 깨달은 순간이 각성의 출발이었다면서.
공부 잘하는 걸로 주변의 인정을 받아 자기 고집 관철한거, 그것도 취미생활에 국한했던 것 이상은 없던 범생이 안철수가 어디서 그런 수준의 정치적 깨우침을 얻을 거라는 기대는 거의 망상에 가깝다고 봅니다.
정치신인이지않은가, 아직 기회를 주고 싶다고? 신인이 선배를 제치고 선두로 나가는 스타가 되려면 뭔가 싹수가 있어야 됩니다. 허나 저는 안철수에게서 전혀 어떤 싹수를 찾을 수가 없어요. 제가 미처 그걸 못보고 넘어가서 싹을 못 알아본 걸수도 있죠. 하지만 주기적으로 안철수를 검색해서 나오는 언행에서 어떤 정치에 대한 고뇌조차 찾을 수 없어요. 정치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야망은 읽히지만 그 야심을 받쳐줄 특출한 정치적 능력은 하나도 찾을 수 없다는겁니다. 정치적 성공이 아니라 정치적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자기의 처지를 모르고 있기도 하고.
안철수에게도 앞으로 기회가 몇번은 더 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기회를 살릴만한 정치적 자질은 기대할 수 없어요. 어쨋거나 한명의 국회의원으로 국정이라도 열심히 해서 표값은 하기나 바랍니다.
2014.09.05 03:20
잔인하시네요 ㅜ.ㅠ 사실.... 정말 한치 앞도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정치상황에서 지푸라기 따위같은게 혹 보탬이 될지도? 하는 미련이었습니다. 망상 맞아요..... 그런데 기적이라는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치트키를 바라는 헛된 망상이라도 있어야 지금 당장이라도 숨이라도 쉴거 같은거죠.
2014.09.05 03:29
정치현실과 자기 상황을 동일시할 필요가 뭐 있나요. 정치가 개판이라도 나는 내 능력과 평판으로 잘 먹고 잘 살 자신 있으면 되는 거지. 노무현 말마따나 국민 개인이 강해야 정치도 강해집니다. 새누리당 잘 하는게 개인을 절망에 빠뜨려 좌절시켜 노예적 스탠스로 전환시키는 거잖아요. 정치가 개판이 되고 민주주의가 아무리 후퇴한들 내가 먹고 살 일에 대한 대비를 내가 다 하고 거기다 조금 더 해서 약자의 연대에 조금만 더 버티면 사악한 욕망을 부추겨 사회를 지배하는 저 세력들은 노인의 퇴장과 함께 장기적으로 사라질겁니다. 단지 20대 30대의 정치유아와 정치학습 시작 계층이 약자의 입장을 사회 주류가 되었을 때도 잊지 않고 견지할 수 있게끔 하는 수 밖에 없겠지요.
2014.09.05 03:57
한국정치가 아무리 개판이어도 전 원래 전혀 영향을 받을 수 없는게 이미 외국에서 살고있;;
제 개인의 삶과 무관하게 한국정치현실을 보면서 갖게 되는 깊은 빡침 그리고 세월호 사건처럼 (제 삶과 구체적 연관성이 거의 없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그리고 그 고통을 조롱하는 비열한 것들에게서 느껴지는 불쾌함.... 이게 그냥 일본이나 중국의 이야기라면 지나칠 수 있지만 이상하게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깝깝해집니다. 즉, 개개인이 강해지는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거죠.
2030세대는 왠지 알아서 잘할거 같아요. 적어도 제 세대보다는 콤플렉스가 덜한거 같아서 말입니다.
2014.09.05 09:58
이젠 사회에서 만연하는 불의에 대한 분노가 지나쳐서 그게 스트레스 되는 상황을 철저히 사회와 나의 상황을 분리해서 방지해야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되고 나서 사흘동안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좌절했었는데 그러고 나니 정치상황으로 스트레스 받는게 자기 자신한테 너무 안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밝은 면을 보자~ 박근혜 덕분에 뱃살 빠졌네 이렇게라도 생각해서 겨우 견뎠지만. 앞으로 그럴 일이 한두개가 아닐거예요. 박원순이든 문재인이든 누구든 확실하게 법에 밝은 야권인사가 앞으로 대통령 되서 지금 권력잡고 있는 불한당들을 법적으로 골로 보낼 때까지는 그럴 겁니다. 그런 정도의 스트레스는 버티겠다고 이를 악물고 각오해야죠.
2014.09.05 12:30
2014.09.05 14:42
많은 공감이 됩니다. 저도 최근에 계속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답니다;;
2014.09.05 09:30
2014.09.05 10:13
그가 새누리당으로 가지 않은것만으로도 큰 공으로 처야할듯요
2014.09.05 14:38
저도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이것 하나만큼은 제가 지난 대선 때부터 떠들고 다녔죠ㅋ
2014.09.05 09:59
김태희나 안철수의 학습"능력"은 뛰어날 거라고 봐요. 하지만 연예인으로서나 정치인으로서 "무엇"을 학습해야 되는지가 중요한거죠. 영어, 수학, 과학에 뛰어나고 열심히 학습하면 뭔가 훌륭한 결과물이 나올 수가 있어요. 하지만 저 둘에게는 예술을 보는 감정과 자신의 정치가 누구에게 쓰여야 하는 정신이 빠져있어요. 핵무기를 만들줄 아는 뛰어난 학습능력은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그걸 누구에게 써야하고 무엇을 위해 써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역사같은 과목의 학습은 제대로 못 한 것 같아요. 정운찬 총장이 그랬죠. 그 똑똑하고 학습능력이 뛰어나 서울대 총장까지 지내고 최고의 경제학자라는 타이틀을 가진분이 "731부대가 독립군 부대 아니냐?"고 하던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과 정확히 겹쳐 보여요.
2014.09.05 10:11
김태희로 설명을 하시니 무척 이해가 쉽네요....;
2014.09.05 12:22
안철수는 공동대표 자리에서 물러난뒤에 세월호 유가족이나 현장을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박영선 비대위원장이 1차 합의 했을때 기자들이 안의원에게 물어보자 '합의를 했습니까?' 라고 반문했죠. 속된말로 삐져서 국회고 당이고 세월호고 아무 관심 안가졌다는 겁니다. 국회나 당은 그렇다고 쳐도 어떻게 세월호 사건에 관심을 안가질 수 있나요..
왜나하면님 말씀처럼 안철수 의원은 새누리당으로 가면 대통령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새정연에 있으면 어렵다고 봅니다. 새정연은 대통령감도 대통령 만드는데 힘들어하지만 새누리당은 대통령감 아닌 사람도 대통령 만들어주는 당인지라..
2014.09.05 12:41
안철수 씨는 대선 뒤 미국행 뱅기를 탔을 때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어요. 그가 잡을 수 있었던 마지막 썩은 밧줄은 문재인 낙선 뒤 문재인 캠프에 sos 치고 남는 거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보전이라도 할 수 있었는데 푕-- 모르죠, 썩은 밧줄이라서 잘못 잡았는줄 알고 쿵 떨어졌는데 그게 화수분이었을지. 태생적으로 노무현-문재인 같은 사람하고 결이 달라서 그랬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만 그것만은 다만 안타깝네요. 김한길은 아니죠. 아니어도 한참은 아니에요. 그게 그 사람 능력이고 한계에요. 학습능력은 모르겠어요. 민중들이, 국민들이 그걸 기다렬줄 수 있을까 싶습니다. 목까지 치밀어오른 이 상황에서. 우도할계. 적당한 말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를 보면 이 말이 떠올라서요. 아,...안박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학습효과에 대해서는 가까운 예로 정동영을 들면 어떨까 싶습니다.
박스정이라고 불리면서 이명박과의 대선을 말아 드신 후로, 많이 바뀐 것 같더라고요.
온두라스에서 갖혔던 국민을 구명하는 것에서부터 행보가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었습니다.
뭔가 큰일을 겪다보면 그렇게도 사람이 변하나 싶네요.
그러면서 좀 더 좋은 쪽으로 나아지면 되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