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한 명을 페이스북에 친구 추가를 하고 싶어서 이짓 저짓을 해봤어요.


근데 이 놈이 검색에 안걸리는 겁니다. 아니면 이름이 흔해서 제가 못찾는 걸수도 있죠. 혹시나 해서 이 녀석이 쓰는 별명으로 검색을 해봤는데 그것도 실패.


이게 왠만한 녀석 같으면 걍 전화나 문자를 통해 '너 페이스북 아이디가 뭐냐'라는 식으로 물어보면 되는건데, 외국에서 장기 체류 중인 놈이라 그게 안됩니다. 전화 번호도 모르고요.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아, 메일 주소로 검색을 해보면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메일 주소를 그냥 때려박으니까 검색에 안걸려요. 할 수 없이 그 친구의 메일 주소를 불러오기 위해, 제 네이트 아이디와 비밀 번호를 입력했습니다.


그랬더니 제 네이트 주소록에 있는 사람들 중, 주소록에 있는 메일로 페이스북에 가입되어 있던 모든 사람들의 명단이 뜨는 겁니다.

그런데 정작 제가 친구 추가를 하려고 했던 그 친구는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녀석은 그 주소로 페이스북에 가입하지는 않은거 였어요.


뭐 그럴 수도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어떤 이메일 주소로 가입을 하든 그건 자기 마음이니까. 네이트온에 있는 메일로 페이스북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될 건 하나도 없죠.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납니다.


저한테 '알 수도 있는 사람' 항목에 제 네이트 메일 주소록에서 소환되어 온 사람들이 뜨기 시작합니다.

오마이갓.

근데 이게 나한테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뜨면, 상대방한테도 그렇게 뜬다는 얘기 아닌가요? 그러면 안된다는 말이죠.



기본적으로 저는 저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제 페이스북에 와서 저의 주옥같은 고자드립을 감상하는 것에 어떠한 유감도 없습니다. 어디가서 그들이 그런 고자드립을 또 보겠어요. 감탄해 마지 않겠죠.

근데 저를 아는 몇몇 사람들이 그걸 보는건 좀 곤란하단 말입니다. 예를 들어 저의 사촌이라던가, 예전 군대 후임이라든가, 저와 잘 될 뻔한 어떤 친구라든가...

그들이 그런걸 본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짜증나고 기분이 더럽겠습니까. 그리고 그들이 그런걸 봤다면 저는 또 얼마나 무안하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저의 고자드립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몇몇 사람들에게, 제 페이스북 페이지가 '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뜰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이후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또 이짓 저짓을 해봤습니다.

추가시킨 연락처 주소록을 삭제시켰고, 프로필에서 제 네이트 메일 주소를 삭제시켜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가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 사람들은 여전히 '알 수도 있는 사람'의 목록 한켠을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실명으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놓은게 아니거든요. 페이스북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알 수도 없는 사람'에 뜨는 이상한 이름을 보고, "얘는 뭐지"라며 들어왔다가 제 혼이 담긴 고자드립을 보게 되겠죠.

그러고는 뭐 이딴 놈이 다 있냐며 낄낄거리다가 혹은 어이없어 하다가, 글에서 조금씩 묻어나오는 정보를 통해 그 페이지의 주인공이 저라는 사실을 알게 되겠죠.

그리고 최악의 상황에서는, 제 사촌의 제보에 의해 저의 부모님께서도 제가 인터넷이 그런 고자드립이나 올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분노를 못이기시고 고자 따위에겐 쌀이 아깝다며 더 이상 밥을 주지 않는...

하여튼 고작 '알 수도 있는 사람'에 제가 원치 않는 사람들이 떠 있는걸 봤다고 이상한 망상과 등줄기에 흐르는 땀이 멈추지 않더란 말입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페이스북 탈퇴도 가능하죠. 안타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저도 제 신변의 안전은 보장받아야 하겠기에 최악의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어요.

아니 그렇게 되면 제가 페이스북에 싸질러놓은 고자드립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어디가서 그런건 보지도 못하거든요.

인류 정신의 위대한 유산...은 절대 아니지만, 하여튼 고자들의 역사에 있어서는 중요한 하나의 발자취가 될 것인데 그게 이런 어이없는 이유로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페이스북이 책임질 수나 있답니까.


하여튼 페이스북 나빠요. 무책임해요. 아니 왜 내가 내 정보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의 목록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거냐고요.

연락처 삭제할 수 있다며. 근데 왜 친구추천에는 계속 남아있는건데...



두고보자 페이스북. 두고보자 주커버그. 니들이 세계를 정복하는 꼴을 두고만 보지는 않겠어. 너희들은 고자왕이라는 거대한 시련을 마주하게 될것이야.


그리고  이 사단의 발단인 친구놈, 그 놈도 가만히 두지 않을겁니다. 맨날 소개팅 시켜준다고 뻥만치더니 결국 일을 이렇게 만드는구나. 두고 보겠어. 용서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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