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21 17:08
옛날옛적에 H. F. 세인트라는 사업가가 [Memoirs of an Invisible Man]이란 소설을 쓴 적이 있었어요.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화판권도 팔렸죠. 그 뒤로 세인트는 전업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던 모양인데, 결국 차기작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뭐, 그 때 벌어들인 돈만으로도 남은 인생을 풍족하게 먹고살 만 했으니 세인트 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겠죠.
존 카펜터의 [투명인간의 사랑]은 세인트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원제는 책 제목과 같고요. 카펜터의 경력 중
조금 특이한 영화인데, 그게 재미있게 특이하지는 않습니다. 원래 아이번 라이트먼이 감독할 예정이었는데, 주연배우
체비 체이스와 합이 잘 맞지 않아서 하차했고 그 자리를 카펜터가 물려받은 거죠. 카펜터는 고용감독으로서 자기 일을
하긴 했는데, 그의 개성은 전혀 안 보입니다. 오퇴르로서의 자부심도 찾을 수 없고.
이런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닉 할로웨이는 주식 중개인인데 어떤 과학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그만 연구소에서 일어난
사고 때문에 투명인간이 되어버립니다. CIA 요원인 데이빗 젠킨스는 할로웨이를 납치해 킬러/스파이로 이용할 계획을
세우고요. 할로웨이는 젠킨스를 피해 달아다니는데, 그러는 동안 투명인간이 되기 전부터 좋아했던 앨리스와
엮이게 됩니다.
원작에서는 투명인간으로 사는 것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꽤 많다고 해요. 하지만 그게 얼마나 말이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완벽하게 논리를 따지기 시작하면 말이 될 수 없는 게 투명인간 이야기거든요. 예를 들어서
음식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배설물은 어디서부터 언제까지 보이는지? 원작이 이 질문들에 다 답을 해주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영화는 당연히 대충 건너뛰고 있고. 먹은 것은 소화되면 투명해지고 그 소화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맑은 수프를 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건 믿을 수도 없고...
흐릿한 영화입니다. 체비 체이스가 나오니 코미디 같은데 그 코미디가 아주 세지고 않고. 그렇다고 액션물이나
스릴러로 보자니 밍밍하고. 로맨스 역시 지나치게 할로웨이 중심으로 편리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특별히
감정이입할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냥 모든 게 적당한 수준이에요.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특수효과에 있습니다. 일단 영화는 닉 할로웨이가 투명해진 뒤에도 체비 체이스를 종종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그게 이 영화의 '1인칭' 묘사인 거죠. 주연배우 체비 체이스를
배려한 것이기도 하고. 하지만 영화의 진짜 재미있는 부분은 '3인칭'일 때, 그러니까 그가 보이지 않을 때입니다.
막 할리우드에서 컴퓨터 그래픽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던 시절 시각효과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후에 나온 [할로우 맨]처럼 매끈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 영화의 빛을 잔뜩 머금은 듯한 구식 특수효과엔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17/03/21)
★★☆
기타등등
카펜터가 음악을 맡지 않은 몇 안 되는 카펜터 영화입니다. 하긴 그 양반 스타일이 이 영화에 어울렸을
리가 없죠. 음악은 셜리 워커가 맡았어요. 나중에 이 작곡가는 존 카펜터의 [LA 2013]에서 같이 작업하죠.
감독: John Carpenter, 배우: Chevy Chase, Daryl Hannah, Sam Neill, Michael McKean, Stephen Tobolowsky,
Jim Norton, Pat Skipper, Paul Perri, Richard Epcar, Steven Barr, Gregory Paul Martin, Patricia Heaton, Rosalind Chao
IMDb http://www.imdb.com/title/tt010485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072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1 | 미씽: 사라진 여자 (2016) [1] | DJUNA | 2016.11.22 | 12470 |
80 | 파라독스 Paradox (2010) [1] | DJUNA | 2010.11.07 | 12476 |
79 | 파괴된 사나이 (2010) [3] [1] | DJUNA | 2010.07.05 | 12500 |
78 | 성난 변호사 (2015) [2] | DJUNA | 2015.10.18 | 12586 |
77 | 유령작가 The Ghost Writer (2010) [2] [2] | DJUNA | 2010.07.04 | 12661 |
76 |
크랙 Cracks (2009)
[41] ![]() | DJUNA | 2010.04.15 | 12815 |
75 | 킬러 조 Killer Joe (2011) [5] [2] | DJUNA | 2013.02.23 | 12831 |
74 | 고스트 : 보이지 않는 사랑 Ghost: Mouichido Dakishimetai (2010) [3] [1] | DJUNA | 2010.11.18 | 12856 |
73 | 탐정: 더 비기닝 (2015) [4] | DJUNA | 2015.09.23 | 13022 |
72 | 어브덕션 Abduction (2011) [7] [1] | DJUNA | 2011.09.23 | 13128 |
71 | 사랑에 빠진 것처럼 Like Someone in Love (2012) [2] [2] | DJUNA | 2013.11.02 | 13259 |
70 | 드래곤위크 Dragonwyck (1946) [2] [1] | DJUNA | 2010.09.06 | 13277 |
69 |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The Lincoln Lawyer (2011) [1] [2] | DJUNA | 2011.06.10 | 13285 |
68 | 나이트 크롤러 Nightcrawler (2014) [2] | DJUNA | 2015.03.13 | 13293 |
67 | 리미츠 오브 컨트롤 The Limits of Control (2009) [1] [38] | DJUNA | 2010.08.07 | 13326 |
66 | 엘리베이터 Blackout (2008) [2] | DJUNA | 2011.01.08 | 13702 |
65 | 해무 (2014) [1] | DJUNA | 2014.08.19 | 137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