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20 00:01
- 2005년작이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33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비주얼 되는 배우를 뽑으면 좋은 점 : 대충 만든 포스터도 왠지 괜찮아 보입니다.)
- 인류는 또 다시 망했습니다. 판데믹이었던 것 같구요. 망한 시기는 2010년인가 2011년인가 그렇네요. 허헐.
영화의 배경은 하아아안참 후입니다. 최소 100년은 흐른 듯 한데, 암튼 인류가 폭망하는 와중에 어떤 집단이 차단 구역을 만들어서 생존자들을 모으고 어찌저찌해서 인류를 존속시키는 데 성공했다는군요. 그런데 이 놈들이 후에 독재 집단이 되어 버리고. 사람들은 안전의 대가로 자유를 잃어버린 채 삽... 니다만 구체적으로 무슨 자유를 어떻게 빼앗겼는진 모르겠어요. 가끔 나오는 시민들 모습 보면 그냥 잘 사는 것 같은데?
암튼 그래서 당연히 독재 정권 타도! 를 외치는 무장 봉기 세력이 발생하고. 우리의 주인공 이온 플럭스도 그 멤버이자 그 중에서 가장 잘 나가는 무시무시한 인간 병기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이온 플럭스에게 독재 정권 의회 리더를 암살하라는 미션이 주어지고. 잘 침투해서 방아쇠만 당기면 되는 상황까지 가 놓고는 갑자기 자기도 모를 이유로 방아쇠를 못 당기고 어버버하다가 붙들려요. 하지만 탈출하죠. 그러고 집에 돌아갔더니 세상 가장 사랑하는 친동생이 독재 정권 놈들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우왕!! 복수할 테다!!!
...뭐 대략 이런 시작입니다.
(사악한 독재자와 정의의 무장 봉기 세력! 같은 구도인데. 세계관이 워낙 대충이라 쟤가 왜 나쁜 앤지 1도 모르겠습니다.)
- 원작이 한국에서 참 유명세를 떨쳤죠. 다들 기억하시다시피 원작자가 한국계라서... ㅋㅋㅋ 피터 정. 이름도 아직 기억합니다.
원작은 세기말 분위기를 제대로 탄 실험적이고 괴상하고 임팩트 강한 작품이었다고 들었는데. (네, 못 봤습니다.) 이 영화는 원작의 그런 특성을 전혀 못 살린 전형적인 헐리웃 양산형 SF 액션이라고 까였던 걸로 기억해요. 샤를리즈 테론도 미스 캐스팅이라는 얘기가 많았구요. 그래서 당시에도 안 찾아봤는데, 그랬더니 거의 20년이 흐른 이제사 궁금해지더라구요. 그냥 그 시절에 영화를 열심히 보고 살았을 것을... ㅠㅜ
(이런 짤과 예고편 클립만 수도 없이 봤죠.)
-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제대로 된 곳을 하나 찾아보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엉망진창입니다. 이 영화가 비판 받아야 한다면 그건 '전형적인 헐리웃 양산형 SF'라서가 아니에요. 그 조차도 안 되는 어설프고 모자란 작품이어서죠. 감독 '카린 쿠사마'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이게 두 번째 영화인데 데뷔작은 '걸파이트'. 못 봤지만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신선하고 좋은 영화라고 여기저기서 호평 받았었죠. 이 영화의 비평적 성공으로 차기작을 SF 블럭버스터를 맡게 된 것 같은데... 이제사 리뷰를 찾아보니 이 사람들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듀나님 리뷰에 의하면 '걸파이트'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질감으로 현실감을 강조한 게 장점인 스포츠물 겸 성장물입니다. 아니 이런 걸로 데뷔하고 딱 그 영화 하나 성공한 사람에게 왜 다짜고짜 수퍼 히어로 SF 액션물을 맡겨요. ㅋㅋㅋ 망할만 했네요.
(대충 만든 SF의 상징 : 아무 의미 없이 거대하고 넓기만 한 건축물과 풍경 같은 게 되게 폼나는 척하며 나옵니다.)
(그리고 그 곳엔 무의미함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쓸 데 없는 트랩들이 가득하죠.)
- 대략 큰 덩어리들 몇 개로 나눠서 간략하게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일단 비주얼이요. 뭔가 환타스틱한 분위기에서 우아하고 독특한 비주얼로 승부를 하고 싶었던 의도는 알겠습니다.
그래서 참으로 현실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장소들을 열심히 골라 로케이션 하고, 우리 이온 플럭스와 기타 등장 인물들은 아주 불편하고 괴상해 보이는 차림새를 하고서 느긋하게 허공을 날고 아크로바틱한 안무를 펼칩니다. 우왕 세상에 없던 독특하고 아름다운 볼거리! 라는 의도가 보이는데요. 그 독특한 장소들은 그냥 이야기의 뒷배경일 뿐 전혀 의미 있게 활용되지 못하구요. 그냥 독특하기만 하다 보니 '세계관'의 일부가 되는 게 아니라 산만한 느낌만 줍니다. 딱 봐도 불편하기 짝이 없는 패션들은 이야기의 개연성 실종만 떠올리게 하고, 아크로바틱 안무는 멋지게 찍히질 못해서 그냥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는 걸로만 보여요. 그냥 발차기 한 방이면 될 걸 이유 없이 공중 2회전을 하고 다리를 180도로 쫙 찢은 후에 한 대 콩! 하고 때리는, 뭐 그런 식이거든요.
(아무런 기능성도 없이 노출만 강조되는 패션의 여전사!!!)
다음에 스토리 얘길 하자면... 그러니까 대자본 들어가는 영화이니 원작 파괴 좀 하더라도 몰입할만한 드라마도 만들고, 관객들 놀랄만한 반전을 만들기 위해 SF 아이디어도 좀 써먹고 그러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근데 뭐, 예를 들자면 이래요. 후반에 위기에 몰린 주인공들이 무장한 군인인지 경찰인지들에게 가로막힙니다. 그러자 그냥 이래요. "너흰 명령을 따라 나를 죽일 수도 있고 아님 나를 도와 쿠데타를 진압할 수도 있다. 나를 돕는다면 너희는 너희 의지대로 자유롭게 행동하는 거야. 어쩔거냐!!" 그랬더니 그놈들이 그냥 주인공들 따르기를 선택합니다(...) 뭐 밑밥이 있던 것도 아니고 영화에 처음 나오는 캐릭터들이 이럽니다. ㅋㅋ 더 웃기는 건, 다음 장면에 보면 갸들이 없어요. 영화 끝날 때까지 안 나옵니다. 이게 무슨!!?
그리고 SF요? 허허. 유전자 복제와 영혼 카피(...)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는 영화입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과감하게 생략합니다.
(이렇게 허술한 영화들 보면 꼭 졸개 1, 2, 3 역할 배우들도 기합이 빠진 느낌이 들고 그렇습니다.)
- 그래서 영화를 보면 내내 이런 기분입니다. 아아 배경이 참 어색하게 화려하구나. 액션이 참 후지구나. 이딴 각본을 OK 해 준 책임자는 대체 누구일까. 어쩜 이렇게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 & 속도감이 1도 없을까... 이러다 결국 비웃고 놀리는 재미를 찾게 되고, 그렇게 감상 모드(?)를 전환하고 나면 꽤 즐겁게 웃으며 볼만한 영화로 보여요. 물론 돈 대 준 사람들과 나름 애 쓴다고 써 본 배우들 입장에선 피눈물이 나겠습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세상 일이란 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프랜시스 맥도먼드도 본인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모르고 오케이 했을 걸로 믿습니다. 그랬어야만 해요. ㅋㅋㅋ)
- 그런데... 이 영화의 장점(!)도 의외로 찾기 쉽습니다. 다들 예상하실 그것이죠. 네, 샤를리즈 테론이 예쁩니다. 예쁘고 멋지죠.
하지만 앞서 말 했듯이 이 영화의 미술, 디자인은 매우 쉣이라서... 마치 '소속사가 안티'라는 소리를 듣는 걸그룹의 비주얼 센터를 구경하는 기분이 듭니다. 자 이 난감한 의상과 허접한 스타일링과 하찮은 안무를 뚫고 너의 매력을 뽐내 보거라!!! 라는 상황인데 타고난 미모로 그걸 기어이 극복하고야 마는 광경... ㅋㅋㅋㅋㅋ 역설적으로 그 미모의 굉장함을 뽐낼 찬스이긴 하지만 이게 올바른 방향은 아닌데 말입니다.
덧붙여서 비주얼 뿐만 아니라 스토리로도 전혀 도움을 안 줘요. 영화상으로 이온 플럭스의 강력함이 거의 표현이 안 되는 데다가 클라이막스 액션에선 동료 둘 옆에서 본인 분량을 잃고 헤매기까지 하거든요. 진짜 문자 그대로 배우의 비주얼 말곤 뜯어 먹을 매력이란 게 전혀 없는 캐릭터입니다. 정말 어쩌자고 각본을 이렇게...
(이게 왜 CG 캐릭터가 아니고 현실 인간의 얼굴이냔 말이죠?)
- 그래서 결론입니다. 보지 마세요. ㅋㅋㅋ 리즈 시절 (무려 18년 전, 30세!) 샤를리즈 테론의 비주얼을 오랜만에 감상하고 싶다면야 말리진 않겠지만, 그럴 거면 더 젊었을 때 찍은 영화들 중에 비교적 멀쩡한 걸로 한 편 골라 잡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님 유튜브를 뒤져서 아무 클립이나 찾아 보거나요. 뭐 '테론님께 이 영화 얘길 하며 놀리면 진짜 당황하시겠지 ㅋㅋㅋ' 라는 망상이라도 하면서 본다면 조금은 즐거울 수도 있겠지만, 우리 인생의 한 시간 반은 그보다는 소중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끝.
+ 자막도 매우 좋지 않습니다. 자꾸만 의역을 해서 의미를 애매하게 만들어 버리거나, 정작 의역해야할 부분은 직역해서 어색하게 만들거나 하구요. 뭔진 까먹었지만 대략 2005년 그 시절에 쓰였던 것 같은 유행어 같은 것도 진짜 안 어울리게 들어가 있고 그래요. 진짜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
++ 전 뭔지 모르는 '틴 울프'라는 시리즈를 만든 제프 데이비스라는 양반이 '원작에 매우 충실한 버전'의 드라마 시리즈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언제 나올진 모르고 캐스팅도 모르구요. 파라마운트+ 컨텐츠로 만든다니 언젠가 티빙에 떡하니 올라올 수도 있겠네요. 근데 그 전에 원작 애니메이션이나 어디서 좀 좋은 화질로 서비스 해 주지...
+++ 내친 김에 샤를리즈 테론의 차기작들도 검색해봤지요. 내년에 '올드 가드2'가 나오고 '아토믹 블론드2'도 프리 프러덕션 단계라고 합니다. 아니 이 분 나이 먹더니 오히려 액션에 점점 더 격하게 꽂히고 계시네요... 하하.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알고 보니 우리 구세주 겸 독재 정권에는 큰 비밀이 있었는데요.
일단 판데믹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긴 했는데,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부작용이 생겨났으니 바로 전 인류의 불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대로 다 늙어서 전멸할 위기였는데, 상황 타파를 위해 인간 복제를 활용한 거죠. 임신 원하는 사람들에게 복제 배아를 넣어주는 식으로 자손을 만들어왔고. 의장님들도 그렇게 셀프 복제를 하며 대를 이어가는 중이었던 것.
여기에서 웃기는 게... 이게 다 '복제' 배아이다 보니 결국 계속해서 인간이 복제가 되는 세상이 된 겁니다. 완전히 새로운 인간이 없는 세상이라고 우기는데 굉장히 납득이 안 가지만 그러려니 하구요. 암튼 그래서 이온 플럭스의 살해당한 동생도 저 멀리 어딘가의 부부 아가로 복제되어서 환생 아닌 환생을 하셨네요. ㅋㅋ 당연히 '환생'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 영화는 같은 거라고 주장합니다. 이게 이 영화의 SF!!! (근데 이런 사실을 국민들 아무도 모르는 비밀로 하는 게 가능합니까?)
암튼 그래서 당연히 우리 이온 플럭스씨도 복제된 거였구요. 저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나오는 원본 '케이트'란 사람이 있구요. 이 사람은 독재 정권 의장의 아내였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온 플럭스가 의장을 암살하러 갔다가 차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던 것. 전생(??)의 기억이 떠올라서 그랬던 거죠. 네, 이것이 이 영화의 S... (쿨럭;)
여기에 또 반전이 있는데, 우리 의장님은 사실 착한 사람입니다? ㅋㅋ 그래서 이제 인류 안전을 위한 독재를 종료하고 저들에게 자유를 주자. 이러고 있었는데 의장님 동생은 그러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이 동생이 이온 플럭스네 반체제 집단을 꼬드겨서 의장 암살을 사주했던 것. 그렇게 자기가 의장 자리에 올라서 현 체제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자신을 복제하고 또 복제해서 영생(???)을 누리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었대요. 이게 이해가 가십니까? ㅋㅋㅋ 영화 스토리가 쭉 이래요.
암튼 그래서 이온 플럭스는 착한 의장님과 둘이서 나아쁜 의장 동생에 맞서는데... 애초에 살아 남은 인간이 몇 안 되는지 고작 병사 수십명과 싸우는데 그마저도 이온 플럭스의 옛 동료들이 다 죽여요. 정작 주인공은 착한 의장님이랑 멍때리고 있다가 마지막에 잔당 몇몇만 '자동 기관총 방아쇠 누른 채로 제자리에서 대략 세 바퀴 돌기'로 해치우는 게 액션의 전부네요. ㅋㅋ 뭐 그렇게 이온과 의장님은 살아 남구요.
마지막은 이겁니다. 의장님은 '어쨌든 이대로 가면 인류 멸종이니 복제는 계속 해야쓰지 않것냐' 라고 주장하고. 이온 플럭스는 '이건 사는 게 사는 게 아녀. 차라리 멸망을 향해 가는 게 인간다운 거지' 라고 주장하죠. 의장님은 그래 알았다 니 맘대로 해라... 라고 하구요. 그래서 이온은 늘상 무의미하게 하늘에 둥둥 떠다니던 유전자 은행 비행선으로 슝슝 날아가서 아무도 지키는 사람 없는 비행선에 폭탄 몇 개 설치해서 콰콰쾅!!! 그리고 추락한 비행선이 영화의 배경이었던 생존자 구역과 바깥을 격리하던 벽을 부숴버렸습니다. 아마도 인류는 이제 보호와 구속을 벗어나서 '인간답게' 살게 되겠죠. 그렇답니다. 인간다운 게 뭔데!!!!?
2023.07.20 00:07
2023.07.20 01:13
뭐 이 영화와 언급하신 작품들 모두 다 '매트릭스'보다 먼저 나온 원작들이 있는 경우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망했죠. ㅋㅋㅋ 각자 망한 이유는 다르지만 암튼 망했...
2023.07.20 00:16
'이온 플럭스'의 흑역사는 12년 후 '공각기동대'로 그대로 반복되고 말았습니다. 후자가 그래도 더 낫다곤 하지만, 샤를리즈 테론의 이온 플럭스나 스칼렛 조핸슨의 쿠사나기 모토코나 디자인이 너무 꽝이었어요.
2023.07.20 01:19
공각기동대 그건 평이 어땠던가... 하고 듀나님 리뷰를 검색해보니 말씀대로 '이온 플럭스'보단 덜 까긴 하시는데 결론은 똑같네요. 주인공 배우가 예쁘고 보기 좋다. ㅋㅋ 근데 예고편만 봐가지곤 전반적인 비주얼이 너무 어색 민망해서 볼 맘이 전혀 안 들더라구요. 하하.
2023.07.20 09:39
그 작품이 스칼렛 요한슨 화이트 워싱이라고 말이 많았잖아요? 이게 스포일러이긴 한데 어차피 안보실 것 같아서 대충 말하면 화이트 워싱이 나름 스토리 속에서 설득력(?)있는 반전요소라는 게 참 재밌었어요. 작품은 그냥 너무나도 평범한 할리우드 SF/액션물로 뽑혀나왔고 원작의 명성에는 당연히...
2023.07.20 10:28
듀나님 리뷰를 봐도 비슷한 얘기가 있네요. 화이트 워싱 세계관인데 아예 그걸 이야기 소재로 삼아 버려서 화이트 워싱 논란은 피할 수 있는 영화라고. ㅋㅋㅋ 궁금한데 한 번 볼까요!!! ㅋㅋ
2023.07.20 09:38
저 포스터와 예고편에 혹해서 휴가나왔을때 극장에서 봤는데 분명히 중간에 졸거나 하진 않았는데도 뭔가 인상적인 부분이 하나라도 기억나는 게 없네요 ㅋㅋ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나왔었다는 것도 저에겐 굉장히 충격적인 사실! 가뜩이나 평소에 블록버스터/상업영화 잘 안하시는 분인데 하필 고른 게... ㅠㅠ 뭐 배우들은 제작을 겸하거나 이런 입장이 아니면 최종 결과물에서 본인 캐릭터 비주얼이 어느정도일지는 알 수가 없죠. 그냥 감독과 제작진만 믿고 해야하는데...
카린 쿠사마 감독이 미셸 로드리게즈가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됐던 소녀 권투영화 '걸파이트'로 같이 할리우드에 데뷔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액션 여전사로 아직까지 활발히 활동중인 배우와 달리 감독님은 이 작품의 폭망으로 타격이 꽤 있었나 보네요. 아무튼 샤를리즈 여사님이 이 작품의 결과로 '난 액션은 안돼!'하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계속 도전해서 지금의 독보적인 포지션에 오르신 것도 다행인 일입니다.
2023.07.20 10:31
과장이 아니라 많은 장면들에서 아마추어 영화 느낌까지 납니다. 샤를리즈 테론 한 명 빼면 배우고 연출이고 간에 다 그래요. ㅋㅋㅋ
그래도 감독님은 요 다음 편까지는 나름 주목 받았지요. 또 다시 핫한 여성 스타를 데리고 기대작을 찍었지만 흥행 비평 폭망... 그 유명한 '죽여줘! 제니퍼'더라구요. ㅋㅋㅋ
하지만 잘 먹고 잘 살고 계신 것 같더라구요. 이후로 영화는 거의 못 찍었지만 티비 시리즈 에피소드 몇 개씩 맡아서 꾸준히 일 하셨고 유명 작품들이 많습니다. 여성 중심 서사 작품들이 많은 걸 보면 본인 컨셉이 확실하신 것 같기도 하구요. '걸파이트'랑 이거랑 다음 영화까지 싹 다 여성 단독 주인공 영화라는 본인이 작정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기록을...
2023.07.20 12:30
아 죽여줘! 제니퍼도 이 감독님 작품이었군요. 그게 당시 최고로 핫했던 메간 폭스에 아만다 사이프리드도 나오고 각본은 '주노'로 오스카 받았던 디아블로 코디라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었죠 ㅋㅋㅋ 그런데 개봉당시 성과는 별로였지만 의외로 뒤늦게 일종의 컬트 히트작으로 평가받기도 한다네요.
2023.07.20 15:21
네, [제니퍼의 육체]는 평가가 많이 바뀌었지요. 개봉 당시의 혹평에는 디아블로 코디와 메건 폭스에 대한 여성혐오적인 태도도 한몫 했다고 보는데(*), 제4세대 여성주의의 도래 이후에는 그런 과거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여성 감독이 여성 각본가의 각본을 토대로 두 여성 캐릭터의 관계를 다룬 보기 드문 공포 코미디라는 점, 그리고 [제니퍼의 육체]라는 노골적인 제목과 메건 폭스의 캐스팅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메건 폭스가 연기하는 아름답고 인기 있는 치어리더가 악마에 홀려 남자애들을 죽이고 다닌다는 설정이 의도했을 일종의 전복성이 재조명되면서 '우리가 이 영화의 선진성을 몰라봤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죠.
* 메건 폭스와 디아블로 코디 두 사람 다 말씀하신 것처럼 성공을 거두기는 했으나 그 성공의 이면에는 틀림없이 성적 물화가 있었죠. [트랜스포머]의 그 장면으로 유명해짐과 동시에 '당연히' 연기 못하는 배우 취급을 받았던 메건 폭스는 말할 것도 없고, 디아블로 코디도 각본가가 되기 전에는 스트리퍼였다는 이야기가 늘 따라붙음과 동시에 [주노]의 성공 이후 얼마나 잘 나가나 보자, 하는, 뭐랄까, 영화인으로 보지 않고 팔짱 끼고 비스듬한 눈길로 보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딱 그 두 '셀링 포인트'를 강조하는 포스터)
근데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얘기고, 또 [제니퍼의 육체] 이후 작품들은 못 본 채로 하는 얘깁니다만, 카린 쿠사마는 '우리 시대의 여성 창작자들을 새로운 눈으로 다시 평가하고 응원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좀 과하게 띄워진 면도 아주 없지는 않은 것 같아요. 선택하는 소재나 장르, 배우의 캐스팅 등은 대체로 솔깃하고 보고 싶어지기는 하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연출이 뛰어나다고 생각한 적은 없거든요. [걸파이트]를 포함해서 늘 '이것보다는 더 잘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제니퍼의 육체]도 재밌게는 보았고 틀림없이 [이온 플럭스]보다는 훨씬 나은 영화입니다만, 반대로 또 그렇게 열광할 만큼 진취적이거나 화끈한가 하면 그렇지는 않아서... 뭐, 일단 지금의 인기는 당시의 부당한 혹평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무튼 로이배티 님, 이렇게 된 김에 [제니퍼의 육체]도 리뷰하심이 어떠신가요? 디즈니 플러스에 있다던데요. 사실 전 카린 쿠사마 최고작으로 꼽히기도 한다는 그 다음 영화 [초대 / The Invitation]랑 니콜 키드먼이 아주 과격한 분장을 하고 여자 형사를 연기하는 범죄 영화 [파괴자 / The Destroyer] 쪽이 궁금해서 언젠가 봐야지 하고 있긴 한데 둘은 VOD 말고 스트리밍 서비스 중인 곳은 없나 보네요.
2023.07.20 19:49
이 영화는 봤습니다. 꽤 오래 전에 봤는데 당시엔 지금처럼 영화 보고 듀게에 꼬박꼬박 일기 쓰던 시절이 아니라서 글은 안 적었네요. 대략 기억나는 건 '아니 이게 왜 그렇게 욕 먹었지? 재밌는데?' 라는 생각과 '그런데 또 막 칭찬하기엔 뭔가 부족하긴 하네' 라는 대략적인 소감 밖에 없어요. ㅋㅋ 그래서 디즈니 플러스 영화 목록에서 발견하고도 다시 볼 생각은 안 했죠. 근데 이게 막 재평가되는 분위기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하하.
카린 쿠사마... 는 확실히 본인이 그런 신념을 갖고 확고하게 그 노선을 가는 사람 같기는 합니다. 부분 참여이긴 하지만 최근에 감독한 드라마 셋이 '옐로재킷', '데드링어', '더 컨설턴트' 인데 셋 다 주인공이 여성이고, 또 앞쪽의 두 편은 아예 여성 서사를 강조하는 성격의 시리즈라서 일관성 끝내주는 분이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ㅋㅋ
덧붙여서 말씀해주신 영화들 중에 '초대'는 '비밀스러운 초대'라는 제목으로 넷플릭스에 있었는데 나중에 보자고 미뤄두는 사이에 사라져 버렸구요... '디스트로이어'는 그래도 대여로는 볼 수 있군요. 올레티비도 한 번 확인해봐야겠어요. 추천 감사합니다!
2023.07.20 09:46
피터 정 애니매이션을 예전에 비디오테이프(!)로 미국 친척이 사와서 재미있게 보았었는데요. 대부분 십분도 안되는 짧은 단편들에 액션 위주라서 줄거리가 있을 수가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둘이 사귀는 건지 싸우는 건지 알 수 없는 상대편 과학자(?)와의 관계가 그나마 큰 부분이라고 할 수 있고, 나머지는 폼나는 암살자인 이온 플럭스가 폼나게 지배 시스템을 파괴하고 다닌다는 정도 밖에 내용 없었습니다. '걸파이트'가 여성영화제에서 소개되었을 때 보고 홀딱 반해서 카린 쿠사마판에 기대를 걸었었는데 악평이 너무 심해서 볼 엄두가 안나더라고요.
2023.07.20 10:34
네 편마다 연결 안 되는 이야기들 튀어나오고 대사도 거의 없고 결정적으로 이온 플럭스가 굉장히 자주 죽는다면서요. ㅋㅋㅋ 피터 정도 걍 아무 줄거리 구상 없이 설정만 잡아 놓고 맘대로 즐긴(?) 것 같은데. 그걸 갖고 멀쩡한 헐리웃 블럭버스터를 만들겠다는 기획부터가 문제였던 것 같아요. 물론 진짜 문제는 '멀쩡한 헐리웃 블럭버스터'에 택도 없이 못 미치는 물건이 나왔다는 거겠습니다만. ㅋㅋㅋ
안 보셔도 됩니다. 앞으로도 쭉 안 보셔도 전혀 문제 없어요. 진짜 샤를리즈 테론 비주얼 뜯고 먹고픈 사람들 말곤 아무에게도 권할 수 없는 영화였어요.
2023.07.20 14:25
2023.07.20 19:50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ㅋㅋㅋ 근데 만든다는 사람이 정말 진지하게 '원작 살릴 거야!' 라고 외치고 있으니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023.07.20 16:04
참고로 카린 쿠사마를 탓하기에는 역시나 제작 과정에서 엄청 진통을 겪은 작품이긴 해요. 원래 각본은 훨씬 야심차고 과격했고('[와호장룡] 곁에 나란히 설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 파라마운트 회장 셰리 랜싱이 그 비전을 적극 지지해 주고 있었는데(재임 기간에 [포레스트 검프], [브레이브하트], [타이타닉]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인물) 제작 도중에 바로 그 회장이 퇴임해 버렸고, 새로 들어온 경영진은 완성된 영화를 보더니 '이건 5천만 달러짜리 예술 영화잖아'라면서 카린 쿠사마에게서 영화를 빼앗아서 어마어마하게 난도질했고, 그렇게 난도질하고 났더니 영화가 71분 분량밖에 남지 않았고, 그렇게 '완성'된 영화를 보고 아연실색한 경영진이 '당신이 만든 버전 진짜 싫었지만 믿거나 말거나 이 새 버전은 더 싫네'라면서 다시 카린 쿠사마를 불러다 편집을 맡겼는데, 심지어 그래 놓고도 카린 쿠사마가 언제 이걸 다시 예술 영화로 만들지 모른다고 경계해서 절대 편집실에서 편집자와 단둘이 있게 하지 않고 늘 감시했대요;; 카린 쿠사마는 시사회 당일 보드카 토닉 열 잔을 연속으로 마신 다음 파티에서 접대 모드로 사근사근하게 굴다가 간신히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여섯 시간 동안 토했다고. 문자 그대로 수명이 줄어들고 경력이 박살나는 경험이었을 거예요.
카린 쿠사마가 만든 원래 버전이 [와호장룡]에 나란히 설 만한 작품이었을지 어땠을지는 모를 일이지만(설마...), 어쨌거나 장면 몇 개의 순서만 바뀌어도 영화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아는지라 이야기 자체가 무지막지하게 바뀌고, 캐릭터가 사라지고, 롱테이크로 찍은 액션이 마구잡이로 잘려 편집되었다는 얘기를 접하고 나서는 카린 쿠사마를 탓할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2023.07.20 16:16
이런 제작비화들은 정말 재밌어요. 그래도 카린 쿠사마가 업계에서 속으론 더럽지만 어떻게 행실을 해야 하는지 잘 알았고 현명했네요. '크로니클'로 한방에 기대를 받았던 조쉬 트랭크는 '판타스틱 4'가 스튜디오 입김으로 자기 맘대로 안됐다고 개봉전 인터뷰부터 초를 치고 다니다가 사실상 주류계에서는 블랙리스트 올랐다고 알고 있습니다.
2023.07.20 19:52
왠지 느긋하게 붕붕 날아다니는 느낌의 장면이 많더라니 '와호장룡'을 의식하고 만들었나 보군요. 허허.
말씀해주신 이런 사연이 있다니 갑자기 감독님에게 뤼스펙을 바치고 싶어지면서... 이제라도 어딘가에서 원래의 감독 버전이 튀어나오면 좋겠단 생각이 들지만 컬트스런 인기나 평가 조차도 없던 작품이니 그럴 일은 없겠네요. 안타깝습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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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래전에 보았고, 그냥 저게 뭥미 했을 뿐이고....다들 여자 <매트릭스>를 꿈꾼 모양이지만 잘 된게 없네요 공각기동대니 알리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