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에 대한 잡담

2011.11.01 19:43

메피스토 조회 수:4022

* 황우석 사태때를 기억하시나요.

어떤 분들은 그 사건을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황박이라는 사람으로 인해 선동당한  사건쯤으로 기억하죠.

그러나, 아시겠지만 황우석박사 사건은 그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사건의 핵심인 논문문제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국익'이라는 모호한 개념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

혹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과정이라도 상관없다는 사고방식,

과학이라는 전문적 분야에 대한 비전문 일반인들의 그릇된 믿음이나 맹신,

일말의 의혹제기나 비판조차도 용납하지 않는 '성역화'와 함께하는 무자비한 광기 등등 생각해볼거리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디워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순한 영화팬vs영화팬의 싸움이 아니었죠.

 

 

*  진중권의 글이 가지는 공격성은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 중 일부라 할지라도 어쨌든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는 점이 있습니다.

논리적이라지만 시각에따라선 감정적일 수 있는 수사도 마구 남발하고, 심지어 인신공격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단점을 상쇄할만큼, 그는 언제나 남들이 비판하기 꺼리는 것을 비판하고, 남들이 잘 보지 않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생각할거리를 짚어준다, 그리고 그 과정엔 송곳같은 날카로움이 있다. 그게 진중권의 가치였죠.

 

제가 이번 진중권을 향한 비판들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그 비판자체에 동의할 수 없어서가 아닙니다. 다만, 진중권은 원래 그랬다는거죠.

황우석때도, 디워때도, 그는 언제나 그랬습니다. 언제나 상대를 도발하고, 언제나 상대를 조롱하고, 필요하다면 과장된 수사도 사용하고. 그랬었죠.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은 이제까지 진흙탕속에서 상대와 뒹굴며 싸우던 그에게 차분함, 정확함, 철두철미한 논리적 완결성을 요구합니다.

 

네. 전 이 지점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예전과 지금의 차이점이 있다면, 진중권이 비판하는 대상이 황우석이나 심형래가 아니라 나꼼수라는 것 밖에 없습니다.

진중권이 황우석과 심형래를 비판하듯 나꼼수를 비판한다고 이상할게 없다는겁니다.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고, 누구처럼 진영논리에 함몰된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무슨 목적을 가지고 정략적, 정치적으로 공격한다고 보기도 어렵고요.

마음에 안들면 깐다. 자기 생각에 아니다라고 생각되면 깐다. 딱 두가지죠. 요즘의 진중권은 정말 진중권답고 진중권틱하며 진중궈니즘에 충실합니다.

 

그럼 반대로, 나꼼수는 어떤가요. 매우 좋은 방송인가요.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 맺힌 이야기들을 객관적이며 신랄하게 비판해주는 훌륭한 방송일까요.

어떤 지식인의 비판이 과하다고 평가될만큼 문제점을 찾기 어려운 방송입니까.

글쎄요. 전 동의하지 않습니다. 나꼼수는 암담한 시대에 진보의 희망일까요. 전 나꼼수가 진보의 희망이라기보단 안티 이명박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과 같은 시대에 안티 이명박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겠지요. 그러나 전 곽노현 사건당시, 혹은 박원순과 관련하여 나꼼수가 보여준 태도를 통해 나꼼수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물론 진중권의 이야긴 진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에 엮인 이가 진중권임을 떠나서, 

최근까지 의미있는 발언을 해오던 지식인이 나꼼수라는, 사람에 따라 문제를 느낄 수 있는 방송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트위터에 집단적으로 욕설 융단폭격을 가하고, 비아냥거리는 현상.

어떤 지적이나 반박이 들어오면 기껏해야 "나꼼수 XX회를 들어보세요"같은 무쓸모한 답변이나 나오는 현상.

이런 현상들을 눈앞에 두고도  황우석과 심형래를 떠올리지 않는다면 우린 무엇을 떠올려야 할까요.

 

물론 양식있는 사람들이라면 진중권의 비판과는 별개로 나꼼수를 알아서 걸러듣겠죠.

그러나, 원래 편가르기따위와는 안드로메다 거리에 있는 비판 근성을 가진 진중권이 나꼼수를 비판했습니다.

그는 늘상 해오던 비판을 했을뿐입니다. 그런데도 몰지각한 무리들이 패악질을 치는 현상보다, 진중권을 향해 비난의 포커스가 맞춰진다면  나꼼수는 점점 황우석과 디워의 길을 걷지 않을까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 출출합니다. 달달한게 땡기고요. 집앞에 남자 손만큼(손바닥만한이 아니라) 커다란 1000원짜리 호빵을 파는데 그걸 먹을까 고민입니다.

까짓꺼 사먹으면 된다지만 요즘 살이 방실방실쪄가지고 뛸때마다 아랫배에 묵직함이 느껴집니다.  몸에 붙은 '살'을 체중으로 제대로 인식한건 처음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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