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집에 없던 다카하시 루미코의 최신(이라기엔 이미 좀 됐습니다만 어쨌든 '최근') 단편집 두 권을 추가로 구매했습니다.

제목은 '운명의 새'와 '거울이 왔다'.


음... 팬심 조금만 덜어놓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그렇습니다. ㅋㅋ

최근작 '경계의 린네'가 여전히 볼만은 하지만 그렇게 훅 꽂혀서 달리게하는 매력은 모자라듯이, 단편집들도 그래요.

개인적으로 이 분의 단편집들을 놓고 호감 순위를 매겨보면 거의 단순하게 '옛날 것일 수록 더 좋음' 이라고 정리가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가장 오래된, 가장 재밌는 단편집 두 권은 해적판으로만 한 번 나오고 정발이 한 번도 안 돼서 지금은 초레어... 제가 그걸 왜 친구에게 빌려줬을까요. ㅠㅜ)

'운명의 새'에선 에피소드 하나 정도, '거울이 왔다'에서는 두 셋 정도가 '괜찮았'고 되게 인상적인 작품은 없었어요.


그런데 '거울이 왔다' 말미에 반가운 물건이 있더군요.

소년 선데이 터줏대감 작가 둘이서 공동으로 자기들의 만화가 데뷔 과정과 인연에 대해 그린 건데 그 둘이 바로 아다치 미츠루와 다카하시 루미코입니다.

전에도 얘기 했었지만 작가로서의 평가를 떠나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둘이라서 별 내용 없어도 아주 즐겁게 읽었죠.


99A8B0345E3D199423

(중간에 언급되는 '장거리포 아오야마'는 아마도 명탐정 코난 작가인 듯 하네요)


99BE74345E3D199335


아다치가 네임 밸류 면에서 좀 딸린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 양반도 엄연히 1억부 이상 판매한 작가라는 거. ㅋㅋㅋ

암튼 좋아하는 작가 둘이서 이런 이벤트를 했다니 괜히 기분이 좋더라구요.



2.

다카하시 루미코 단편집을 읽으면서 또 한 가지 들었던 생각은 그런 겁니다.

음... 그러니까 이 양반 사고 방식이 되게 구식이에요. ㅋㅋ 이게 그냥 장편으로 연재하는 환타지 코믹물들을 볼 땐 크게 안 느껴지는데, 단편집의 이야기들은 대체로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소재로 많이 하다 보니 확 느껴집니다. 예를 들자면 고부 관계, 부부 관계를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말하자면 '착한 90년대식' 관점이랄까... 그런 느낌이죠. 뭐 57년생에 이제 환갑을 훌쩍 넘어 칠순을 향해 가고 있는 분이라, 그리고 제가 팬이라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어쨌든 요즘 시대에 좀 어울리지 않는 사상인 건 사실이겠구요.


위에서 언급했던 아다치 미츠루도 그렇죠.

2020년이 된 지금 시점에도 아다치 만화 주인공들이 사는 모습들을 보면 거의 30년 전에 그렸던 '터치' 주인공들과 거의 똑같습니다.

애초에 비슷한 설정을 워낙 줄기차게 우려내는 작가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그런 단순한 자기 복제 차원을 넘어서 그냥 이 분 만화 속의 세계관은 30년 전부터 전혀 변화가 없어요. 뭐 수시로 그런 부분에 대한 자아 비판을 작품 속에 넣어서 셀프 면죄부를 주긴 하지만 어쨌든 정체되어 있는 건 사실이죠.


그리고... 구체적인 예를 콕 찝어서 들면 맘 상하는 분들이 있을 테니 걍 '80~90년대에 제가 좋아했던 뮤지션들'의 근황을 봐도 그렇습니다.

그 분들 중에 예전만큼 지금도 잘 파는 뮤지션이 거의 없는 건 단순히 음악 시장의 지형이 변해서만은 아니죠. 예전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는 분들을 보면 대체로 좀 낡은 느낌이 들고, 나름 새로운 스타일을 꾸준히 파는 분들은... 좀 버거운 느낌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 뭐 그래요.

뭐 당연히 예외는 있겠습니다만, 대체로 그래 보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술가의 유통 기한'이란 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존재하는 것 같아요. 어찌보면 본인이 10대~20대 때 보고 들었던 작품들이 무조건 짱이라고 우기는 중장년 사람들(접니다!!)이나 예술가들이나 이런 면에선 비슷한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



하지만 그래도 뭐.

이미 그 분들 '스타일' 자체에 인이 박히고 정이 든 저 같은 소비자 입장에선 그냥 그 분들이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작품을 내놓는 것 자체가 반갑고 좋은 거구요. 그래서 계속해서 꾸준히 오래오래 활동해주면 고맙고 그렇습니다.


그러니 아다치 미츠루씨는 어서 '믹스' 다음 권을 내놓는 걸로(...)



 + 이런 얘길 줄줄 늘어놓고 나니 갑자기 스필버그 옹 생각이 나네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양반은 인간계를 초월한 존재 같습니다. =ㅅ=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56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56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857
111413 오늘의 미국 엽서(3) [1] 스누피커피 2020.02.19 276
111412 오오쿠 17권 (스포일러) [2] waverly 2020.02.19 859
111411 21대 국회 의석수 계산기 등장 [6] 왜냐하면 2020.02.19 1230
111410 [넷플릭스바낭] 배드 지니어스의 '옥밥' 출연 태국 드라마 '인썸니아'를 봤어요 [9] 로이배티 2020.02.18 1465
111409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한국 기레기들 근황 [4] ssoboo 2020.02.18 1271
111408 네트에 사는 사람 [4] 예정수 2020.02.18 884
111407 늙는다는 것과 의자 이야기 [15] 겨자 2020.02.18 1983
111406 피케티의 대안 - ‘참여 사회주의’ ssoboo 2020.02.18 517
111405 조선일보 기레기가 친 사고 [2] ssoboo 2020.02.18 1006
111404 [영화바낭] '이시국'에 맞게 봉준호의 데뷔작 '지리멸렬'을 봤어요 [2] 로이배티 2020.02.18 801
111403 스포일러] '섹스 앤 더 시티 2', '어제 뭐 먹었어' 15권, 존 그립 [7] 겨자 2020.02.18 795
111402 미통당, 미한당... 헷갈리긴 하네요. [1] 가라 2020.02.18 758
111401 씨름의희열... 스포... 이제 생방만 남았네요. [5] 가라 2020.02.18 446
111400 코로나19 낙관론 [11] 어제부터익명 2020.02.17 1424
111399 난 널 닮은 다른 사람을 절대 찾지 않을거야 가끔영화 2020.02.17 457
111398 [듀9] 소설 제목을 찾습니다 [1] 부기우기 2020.02.17 6898
111397 아이즈원, 피에스타 MV [4] 메피스토 2020.02.17 514
111396 (바낭) 골프 치시는 분 계시나요? [17] chu-um 2020.02.17 732
111395 [영화바낭] '주전장'을 봤어요 [6] 로이배티 2020.02.17 790
111394 CJ CGV주식을 정리했습니다. [8] S.S.S. 2020.02.17 134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