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20 20:15
아주 비윤리적이고 반사회적이고 퇴폐적인 그런 작품엔 무엇이 있을까요?
살육에 이르는 병? 생각나구요..
기리노 나쓰오 작품들도 그런 류에 해당될까요? 잔학기 같은 작품??
조이스 캐롤 오츠의 좀비도 그런 류인가.
궁금한 건 이런 작품이 단순히 '나쁘고 비교육적, 비윤리적인 선을 넘어 예술적 가치를 획득하는 작품'이 되는
그 경계선이 어딜까요?
장르적 쾌감과 정교한 설계 같은 테크닉 외에요..
그런 테크닉들 만으로도 전 예술적 가치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넘어서 이야기 자체로만 어떤 가치 있는 이야기가 되려면 말이죠.
물론 인간의 어두운 면,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잘 잡아내는 건 중요하죠.
하지만 그걸 극복하거나 싸우는 인간의 내용이 아닌
거기에 파묻혀 탐닉하고 헤엄치다가 깊이 깊이 들어가 파멸하는 그런 이야기들은..
사회는 나몰라라 공공의 윤리는 나몰라라 개인의 영역으로만 들어가는 그런 이야기들은..
(갑자기 생각난 건데 뱀파이어 영화 <렛미인>도 그렇게 보는 사람이 있더군요.??)
그런 이야기가 왜 가치 있고 왜 작품성이 있는 예술인가..를 뭐라고 설명하시겠어요? ^^
2014.05.20 20:16
2014.05.20 20:19
ㄴ그니까요 제가 <크래쉬>도 엄청 엄청 좋아하거든요?! (크로넨버그 작품 중 젤 좋아함) 근데 크래쉬가 정말 가치 있는 이야기냐고 누가 따지고 들면.. 그 이야기의 예술성이 뭐냐고 따지면.. "인간이라는 동물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접근을 하는 게 예술의 가치 아닌가" 이딴 힘없는(?) 말 밖에 못해요 ㅠㅠ <크래쉬>가 왜 작품성이 있는 작품이냐고 따지면 딱히 할 말이.. ㅋㅋㅋ 작품성 따위 없어도 돼 이딴 말 밖에 ㅠㅠ ㅋㅋㅋㅋ
2014.05.20 20:24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엑시스텐즈>개봉무렵 Sight & Sound 인터뷰했던 것을 보면 자신은 중독을 <크래쉬>에서 탐구했다고 했죠. 베르톨루치는 <크래쉬>의 인물들이 자신의 경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모습이 종교적이라고도 했구요. 10년 전쯤인가 감독들이 뽑은 영향력있는 영화 톱 텐에 이 영화가 많이 거론되더군요.
2014.05.20 20:26
말씀하신 작품 중에는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들만 읽었네요. 잔학기 좋았죠.
제 경우에는 공감, 경계, 자각이라고 생각해요. 봐라, 인간이란 게 이렇게나 별 게 아니다, 너도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될 수 있다... 랄까.
그러니 미끄러져간 이들을 쉽게 비난하지 말고, 악의로 빨리 빠지는 이들을 경계하고, 내 안의 충동과 악의를 다스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들게 해주더라고요.
2014.05.20 20:37
무서운 작가압니다 ㅎㄷㄷ <그로테스크>
유미리도 <골드러쉬> 때 그런 가능성을 보여 줬다고 생각하는데 요새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2014.05.20 20:27
헬무트 뉴튼이 찍은 나디아 아우머만 사진인데 크래쉬 첫 장면이 이 장면 오마쥬인가 그럴 겁니다. 뉴튼은 또 칸느영화제 때 <크래쉬>등장배우들 사진을 찍기도 했죠
2014.05.20 20:28
2014.05.20 20:30
저는 걸작은 아니었고 혹평을 받았지만 제니퍼 린치(데이빗 린치 딸)의 감독데뷔작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boxing Helena>도 이런 맥락에서 평가받을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그 영화망하고 거의 16년이 지나서야 만든 <surveillence>도 괜찮았구요.
여주인공 이름인 헬레나가 트로이의 헬렌에서 온 거란 말도 있죠.
제니퍼 린치는 어린 시절부터 본인이 밀로의 비너스에게 매료되어 있었다고 고백했어요. 본인도 기형 발을 갖고 태어나서 아주 어릴 때부터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뛰어 놀지 못 하고 조용히 앉아 있으면서 집에 있던 밀로의 비너스를 바라 보면서 사람들이 저렇게 완벽하지 못 한 것에도 아름다움을 발견함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2014.05.20 21:46
오호.. 이 영화에 이런 뒷이야기가 있었군요.
2014.05.20 20:31
가치는 원래 상대적인거고, 어차피 현대에서 예술은 엄밀히 정의되지 않습니다. 그냥 개개인이 그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작품을 읽고 가치있다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말하면 되는 것입니다.
2014.05.20 21:03
김기덕 나쁜남자도 해당되는듯
2014.05.20 21:06
몇 달전에 알렉스 콕스의 [시드와 낸시]를 뒤늦게 봤었는데 이 부류에 해당하는 것 같더군요.
2014.05.20 21:09
사드 소설 재밌는데요. 작품성은 모르겠고 재미는 있습니다.
나보코프의 롤리타도 생각나네요. 지저분한 내용이지만 언어적 표현만큼은 아름답죠.
2014.05.20 21:57
2014.05.20 22:37
마지막 문장에 대해선 예술은 미적 쾌락을 느끼는 수단이고 이는 윤리와는 별개이니까 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시계태엽오렌지'를 저는 예술로까지는 느끼지 않습니다만, 분명 그 미술적 감각이나 상상력에 감탄하여 예술적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을거 같네요.
2014.05.20 23:22
살로 소돔의 120일? 글제목을 보는 순간 이 영화가 떠올랐어요.
예술적 가치를 따지는 건 저는 무리일 것 같고, 그냥 본 중 가장 무미건조하면서도 끔찍한 영화였어요.
2014.05.21 02:20
인간과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잡아내는게 예술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한다면 이미 답은 나와있겠죠. 그것이 악이라는 가치 판단을 감독이 꼭 직접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것을 악이라고 생각하든 아니라고 생각하든 그건 관람자가 판단을 할 수도 있는 거고 그걸 악으로 표현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예술적 가치가 판단되어져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것을 예술 작품이라고 인정 못하겠죠. 근데 모든 사람이 그런 가치판단을 예술적 가치의 필수요소로 생각하지는 않는거겠죠.
2014.05.21 09:51
<감각의 제국> 생각나네요. 저도 <살로 소돔의 120일>에서는 이거이 뭔 예술? 이런 느낌이었지만 감각의 제국을 보고선 뭔가 탐미주의 같은 게 떠올랐거든요.
2014.05.21 10:34
2014.05.21 12:11
J.G.발라드가 쓴 소설을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영화화한 <크래쉬>가 그런 작품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