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2 17:56
- 2000년! 뉴 밀레니엄!! 에 개봉했던 영화네요. 런닝타임은 1시간 5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있을 겁니다.
(이것도 뭐 당시 기준 포스터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구요. '은행나무침대2' 도장 폰트가 좀 그렇긴 하지만 그 당시니까... ㅋ)
- 시작할 때 긴 자막이 나와요. 세계관 설명인데, 사실 길진 않은데 뭔가 내용이 난삽하달까. 한 번 오기로 설명을 해 봅니다.
대충 말하자면 아주아주 옛날, 매족이랑 화산족이라는 고대 부족이 한 동네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매족이 화산족을 공격했다는 거죠. 근데 화산족이 그 동네에 있는 '신산' 파워!로 매족을 물리치고 아주 그냥 씨를 말리다시피 해버렸는데, 이후로 매족은 아주 힘든 세월을 보내며 무려 수백년 동안 화산족에 대한 원한을(지들이 쳐들어가 놓고 왜;;;;) 키워왔다는 겁니다. 그런데 어찌저찌해서 신탁을 받았는지 뭘 했는지 해서 화산족과 신산을 물리칠 방법을 알아냈는데 그게 뭐냐면... 뭐 암튼 화산족 아가를 제물로 바치면 '신검'인지 뭔지가 두둥! 하고 나오고. 그걸로 신산의 맥을 끊어버림 된다네요.
그래서 매족의 족장 '수'(=이미숙)님께서 화산족 남자 하나를 꼬셔서 본인이 친히 임신하여 뱃속에 제물을 넣고는 남자를 칼로 푹푹 찔러 버리고 음하하 웃습니다. 그리고 제물 바치는 대형 이벤트를 준비하고 출산에 성공하는데요. 그 아가를 제단에 올려 놓고 칼로 베려는 순간 아까 푹푹 찔린 남자가 나타나서 아가를 들고 튀어요. 그 팔자 사나운 아가가 바로 '단적비연수'의 '비'(=최진실)가 되겠구요. 근데 그 애 아빠는 매족 여자랑 놀아났다는 죄로 부족에서 추방당했습니다. 그래서 혼자 아가 데리고 쾅야를 헤매다가... 십여년이나 버틴 후에 매족에게 쫓기는 걸 화산족 젊은이들에게 도움 받고서 '비'만 남겨두고 떠나요. 그렇게 비는 화산족 처자로 자라나고, 화산족 킹카남 '단'과 '적'(=김석훈, 설경구)의 사랑을 받게 되죠. 그 와중에 '적'을 짝사랑하는 '연'(=김윤진)의 심경이 복잡해지고 어쩌고 저쩌고. 그러는 와중에 다시 매족 족장 '수'의 압박이 들어오고, 부족의 운명과 사랑의 결말을 놓고 그 다섯 사람이 열심히 달리는 이야기입니다.
(누구 이름이 뭔지 헷갈릴 관객들을 위한 친절한 홍보물!!)
- 또 다시 나쁜 얘기부터 하자면요. 일단 세계관 설정이 문제입니다. '구미호'는 세계관이랄 게 필요 없는 이야기였고. '자귀모'는 필요했지만 개판이었죠. 그리고 이 '단적비연수'는 뭔가 있긴 한 것 같고 개판도 아닌 것 같은데... 설명이 없습니다. ㅋㅋㅋ 어차피 이게 '은행나무침대2' 잖아요. 그렇담 얘들이 살고 있는 이 동네는 한반도일 것인데 과감하게 그냥 환타지 세계관으로... 가 버린 것까진 그럴 수 있는데 암튼 설명이 너무 없어요.
대충 짐작이 가는 이유가 있긴 합니다. 제작비요. 영화 속에서 보면 매족과 화산족 인구가 양측을 다 합해봐야 200명 될까 말까인데 설마 진짜로 설정이 그 규모인 건 아니었겠죠. ㅋㅋ 뭔가 훨씬 스케일 큰 이야기를 의도했는데 여건상 어쩔 수 없이 요만큼으로 줄여서 보여주다 보니 어색한 부분이 잔뜩 생겨 버린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근데 어쨌거나 그래서 보다보면 계속해서 의문이 꽃을 피우는데 영화는 내내 시치미를 뚝 떼고 그냥 주역 캐릭터 다섯명의 얽히고 설킨 사랑 싸움과 '신산과 운명의 아이' 스토리로 달립니다.
(화산족 주민들이 거의 모두 모여 있어야 할 장면인데... ㅋㅋ 여담으로 저 염색들도 거슬렸습니다. 너무 현대 미용실 느낌 염색이라 더더욱.)
- 또 한 가지 문제는 런닝 타임입니다. 이게 보다 보면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훨씬 런닝타임을 많이 투자해서 보여줬어야할 사건이나 설정들이 많아요. 중반에 나오는 화산족 전사들의 성인식(신산에 가서 불씨를 가져와라!) 같은 건 대충 벌어지는 일들로 봐선 '반지의 제왕' 영화 한 편 분량으로 보여주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대애충 몽타주들로 때우면서 10여분만에 흘러가 버립니다. 주인공들의 사랑 싸움도 어린 시절 파트에 에피소드를 좀 더 넣어서 차분하게 보여줬음 좋았을 텐데 걍 5분 정도의 에피소드 한 두 개로 패스해 버리니 도무지 이입이 안 되구요. 비의 부모들만 해도 한 시즌짜리 드라마 분량의 스토리 정도는 배경으로 있어줘야 할 것 같은...
뭐 암튼 그런데 이걸 두 시간 안쪽으로 처리하려다 보니 전반적으로 영화가 무슨 스토리 다이제스트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줘요. 이해가 안 된다거나 앞뒤가 안 맞는다거나 하는 건 의외로 별로 없는데 그냥 다 건성건성으로 너무 빨리 흘러가 버린다는 기분이죠. 그래서 재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 왜냐면 그렇게 되어 있는 이야기니까!!!)
- 근데... 의외인 건. 그 외엔 나름 괜찮다는 겁니다. ㅋㅋㅋ 아니 뭐 훌륭하다고 말해주긴 그래요. 스토리는 뭔가 환타지 소설 & 게임들 클리셰 설정을 이것저것 짜맞춘 수준이고. 볼거리는 스케일이 커질 때마다 당시 한국 영화판의 자본과 경험 부족의 한계를 훅훅 드러내 보여주지만 그래도 '당시 기준 이 정도면 상당히 그럴싸 했는데?' 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요즘 기술력과 자본으로, 극장용 영화 말고 OTT의 시즌제 드라마로 만든다면 명작까진 아니어도 그럭저럭 볼만한 작품이 될 수도 있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좀 구체적으로 말 해 보자면. 주인공 다섯명의 캐릭터와 드라마는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 너무 팍팍 압축되어서 이입이 안 돼서 그렇지 뭔가 재밌는 이야기를 잔뜩 뽑아낼 수 있을만한 방향으로 잘 짜여져 있어요. 개인적으론 김윤진 캐릭터 비중을 더 키웠음 훨씬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구요.
실제 역사에서 탈출해 버림으로써 맘대로 디자인 해 놓은 두 부족의 복식이나 생활 모습 같은 것도 뭐 나쁘지 않아요.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MMO RPG게임 캐릭터 코스프레 같은 느낌이 자주 들긴 하지만 또 그 와중에 나름 괜찮은 것들도 보이구요.
자주 벌어지는 전투씬들도 의외로 괜찮습니다. 제작진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너무 감명 깊게 보신 듯 하여 미칠 듯이 카메라를 흔들어대고, 그래서 그림이 제대로 눈에 안 들어오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차피 환타지 이야기인데 주인공들 능력치를 더 높여서 무쌍 찍는 식으로 연출했음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했구요. 근데 어쨌거나 베이스는 꽤 준수했습니다.
(차림새들이 부끄러움과 그럭저럭 괜찮은 사이의 어딘가... 라는 느낌입니다만. 시절 감안해서 이 정도면 잘 했다고 봅니다.)
- 배우들은 뭐랄까... 각자 다 조금씩 다릅니다.
일단 가장 손해를 본 분은 최진실이었던 것 같아요. 맡은 캐릭터가 설정상으론 밝고 생활력 강하고 뭐 그런 캐릭터인데 요약본식으로 대충 막 달리는 스토리 때문에 화면에 비치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처연하다'라는 표정과 맥아리 없는 대사 읊기 밖에 보여줄 게 없구요.
이미숙은 그 전에 나온 '정사'로 갑작스런 대부활을 맞고 꽤 폼나는 캐릭터를 맡아 폼나게 소화합니다만. 역시 스토리가 받쳐주질 않다 보니 별로 설득력 없는 악당 캐릭터처럼 되어 버려서 아쉬웠구요.
설경구와 김석훈은 맡은 캐릭터에게 필요한만큼의 연기는 충분히 합니다. 아마 당시 기준으론 설경구의 '불꽃 연기'가 더 호평이었겠지만 사실 김석훈도 해줘야할 만큼은 충분히 했어요. 어차피 아무 개성도 재미도 없는 '나는 남자 주인공이다' 캐릭터라서 그 이상의 뭘 보여주기도 힘들었죠.
마지막으로 김윤진은 '쉬리'에서 이어지는 저격 캐릭터(ㅋㅋ)도 나름 나쁘지 않았고. 또 스토리상 그나마 갈등도 하고 캐릭터의 변화도 겪고 그러는 역할이어서 상대적으로 재미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또 이렇게 풋풋한 시절의 김윤진을 참 오랜만에 보니 새삼 이 분도 예뻤구나. 라는 생각을... (쿨럭;)
아마 당시에 연기 때문에 안 좋은 소리를 들은 배우가 있었다면 배우 탓보단 각본 탓을 먼저 해야할 겁니다. 늘 그런 건 아닌데 참 민망하고 부끄러운 수준의 대사들이 자주 나와요. 그런 장면에선 설경구, 이미숙도 쩔쩔 매는 게 대놓고 보여서 웃었습니다. ㅋㅋㅋ
(어쨌든 폼나는 역 해봤으니 만족하는 걸로! 사실 당시 충무로에서 이미숙 정도 나이의 여배우가 이런 역할 하는 일 거의 없었죠.)
(대략 출연 분량의 8할이 이 표정입니다. 연기하면서도 참 재미 없고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던.)
(그리고 대한민국 최초의 저격수 전문 여배우 김윤진씨. ㅋㅋ)
- 암튼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영화를 기획하고 설계한 사람들이 아직 경험이 없어서 두 시간 이내의 런닝타임에 때려 박을 수 있는 이야기와 볼거리를 제대로 추려내지 못했던 게 가장 큰 패착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자본이나 기술력으로 감당 못할 장면을 무리하게 때려 박다 보니 의도한 것보다 많이 추레하게 연출되는 군중씬이라든가. 그냥 안 보이는 걸로 처리하고 바람이나 불어대면 될 것 같았던 '신산의 정령' 같은 걸 무리하게 cg로 그려서 허접한 느낌을 준다든가. 또 이야기 자체가 두 시간 안에 집어 넣기엔 너무 방대해서 결국 존재하지 않는 대하 드라마의 스토리 요약판처럼 되어 버린 부분이라든가. 모든 것이 기획력의 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었어요. 물론 이런 큰 프로젝트를 덜컥 데뷔작으로 맡아 버린 감독의 한계도 있었겠구요.
근데... 이 글을 읽으면서 기억하셔야할 것이, 제가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본 작품들이 '자귀모', '구미호'와 '본 투 킬'이었다는 부분입니다. ㅋㅋㅋㅋㅋ 이 모든 평이 '상대적으로 선녀였네!!!'일 수 있다는 거구요. 또 마지막으로 강조하지만 이 영화 볼만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보지 마세요. 이것도 보다가 중간에 졸아 버려서 결국 거의 세 시간에 걸쳐 봤어요. ㅋㅋ 위에서 칭찬한 부분들은 결국 다 '포텐셜은 있었다'라는 거지 그게 뭐 잘 구현되었단 얘기가 아니라는 거. 그냥 아무도 안 보셨으면 좋겠다는 거. 그게 결론입니다.
그저 이렇게 한국형 환타지 블럭버스터들의 발전 단계를 밟아가며 영화를 보다 보니 뒤로 갈 수록 점점 평이 후해지는 거죠. 다시 한 번 현재의 한국 장르 영화들을 위해 앞서 희생하신 투자자들과 제작자들, 스탭들에게 감사를... ㅋㅋㅋ 끝입니다.
(보다 보면 '빈자의 반지의 제왕'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ㅋㅋ 그런데 이 영화가 먼저 나왔다는 거.)
+ 그러고 보니 이 영화를 감독한 박제현 감독의 마지막 연출작이 그 전설의 '조선 미녀 삼총사'로군요. 험...;
++ 왜 이 영화가 '은행나무침대2' 인지는 영화 말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대결 장면으로 충분히 설명이 됩니다. 그렇게 연결짓는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다고 봐요. 다만 어째서 1편은 흥행을 하고 2편은 이렇게 주저 앉았나... 를 생각해보면. 역시 '과욕'이 문제가 아니었나 싶죠. '은행나무침대'의 이야기나 캐릭터가 '단적비연수'보다 나은 건 결코 아니에요. 하지만 '은행나무침대'는 런닝 타임 안에서 할 수 있는 얘기만 간단하게 치고 빠지는 소박한 영화였고 덕택에 그 간단한 스토리와 몇 안 되는 주역 캐릭터들에게 사람들이 집중을 할 수 있었죠. 이 영화는 뭐가 쓸 데 없이 너무 많습니다. 정리도 안 돼 있구요.
+++ 다들 아시다시피 여기서 '비'의 아역과 성인역을 맡은 배우들이 모두 일찍 세상을 떠나셨죠. 정다빈씨와 최진실씨. 명복을 빕니다.
++++ 그래서 스포일러는요.
이런 이야기의 클라이막스 클리셰대로 결국 최진실은 이미숙에게 생포되고, 제단 위에서 칼에 찔려 죽습니다. 친엄마에게 살해라니 과감하지요. ㄷㄷ 암튼 그래서 결국 '신검'이란 걸 손에 넣은 이미숙입니다만. 김석훈과 설경구의 파상 공격에 여기저기 푹푹 찔려서 죽기 직전이에요. 그때 갑자기 설경구에게 제안을 던집니다. 내가 이 신검 너 줄 테니까 이거 갖고 신산으로 가서 신산의 맥을 파괴해라. 그럼 니가 좋아하는 여자는 다시 살아날 테니 넌 원하는 여자 얻어서 좋고 난 그걸로 화산족 멸망 시키니 좋고. 어때?
전개상 이미 한참 전에 최진실을 얻기 위해 자기 부족을 내버렸던 설경구씨가 그걸 거절할 리가 없겠죠. 오케바리를 외치며 신나게 말을 달려 신산에 도착합니다만. 그랬더니 갑자기 화면이 벌건 대낮에 노출을 100으로 올려 찍은 사진마냥 허얘지면서 짜잔~ 전설의 은행나무 두 그루가 나타나겠죠. 이걸 이제 챱챱 베어 버리면 미션 완료지만 당연히 우리의 주인공 김석훈이 나타나서 그걸 막아서겠구요. 목숨 걸고 싸우다... 설경구 Win. 김석훈 사망. 그래서 또 나무를 베려는데 이번엔 김윤진이 나타나서 활로 쏴 버립니다. 설경구 사망.
잠시 후 은행나무 속에서 최진실의 혼이 나타나 김석훈을 살려냅니다. 그러고 이러쿵 저러쿵 클리셰 대화를 나눈 후 다음 생을 기약하고 작별하며 끝인데요. 결국 우리 설경구씨가 황장군, 최진실은 미단 공주, 김석훈씨는 한석규(캐릭터 이름이 생각이 안남...;)의 전생이었다는 결론인 거죠. 그래서 영화 내내 김석훈은 재미가 없고 최진실은 맥이 없는 가운데 설경구 캐릭터만 펄펄 날뛰었나 보다... 라는 생각을 했네요.
2023.02.02 18:12
2023.02.02 18:53
영화 개봉 당시에 제목을 보고 '대체 저게 뭔 뜻이래?' 하고 찾아봤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ㅋㅋ 잘 지은 제목 같진 않아요. 전편의 후광에 묻어가기도 좋지 않구요.
안 그래도 보면서 말씀하신 드라마들 떠오른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ㅋㅋㅋ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작품일 것 같긴 한데, 그렇네요. 후배 작품들 상태를 보니 '단적비연수'가 잘못한 듯...;
2023.02.02 18:49
2023.02.02 18:55
음악을 누가 하셨나... 하고 찾아보니 성도 황씨이고 얼굴이 그냥 황정민 같은 분이 딱 나오네요. 친동생이라 그러고 지금까지도 아주 활발히 활동하는 분인데 왜 전 아직도 몰랐을까요. ㅋㅋ
2023.02.02 19:04
은행나무 침대 바낭글 올려주셨을때 제가 그럼 다음은 이거 해주세요! 하고 반농담으로 리퀘스트(?)를 했었는데 진짜 올려주시니 넘 감사합니다. 재밌게 잘 읽었어요.
어째 읽다보니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엉망은 아니고 그래도 볼만한 부분이 있는갑다' 하다가 빨갛게 강조해주신 부분에서 확 깨는군요 ㅋㅋ 하긴 최근에 보신 작품들이 워낙 쟁쟁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당시 우리나라 기준으로 나름 어벤져스급 캐스팅에 대박난 전작의 설정과 스케일을 퐉! 늘려서 나름대로 한국산 환타지 대작을 노렸던 기획인 것 같은데 안타깝게 됐군요.
어쨌든 말씀대로 다 이런 실패들을 타산지석 삼아서 지금 수준까지 올라온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건 정극이나 범죄물, 스릴러, 사회비판물 등은 좋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환타지, SF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항상 '우리나라 영화도 이제 이런 시도를 한다!' 수준에서만 맴돌고 있죠. 그나마 승리호가 좀 유의미한 시도와 결과물이었던 것 같은데 믿었던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을 대차게 말아먹어버려서.... 최근에 나온 넷플 '정이'는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이게 나름 월드챠트 1위도 찍고 화제몰이는 한 모양이지만 완성도는 정말 보면서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게 은행나무 침대랑 그런 식으로 연결이 되는 거였군요. 제가 고딩 때 특활 영화감상부였어서 단체감상을 했던 작품 중 하나인데 나름 큰 기대를 품고 봤다가 중간에 졸기도 했고 기억이 하나도 안났어요.
2023.02.02 19:26
사실 그 댓글 달아주셨을 때 이미 이 영화는 본 상태였어요. 구미호 본 다음에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아예 그냥 다 모아서 연도순으로 달려볼까? 하고 자귀모를 보고 글 올렸는데 단적비연수 얘길 하셔서. ㅋㅋ
야심은 참 컸는데 너무 성급했죠. 애초에 이런 영화들을 두루 만들어서 경험이 쌓인 것도 아닌데 다짜고짜 스케일을 헐리웃 환타지 대작급으로 키워서 만들어내려고 하니 잘 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던. 거의 전 분야에서 총체적으로 모자란 작품이었고 역시나 '요즘 한국 장르물의 밑거름' 이라는 의의 말고는... ㅋㅋㅋㅋ 그래도 요즘 한국 장르물들 보면 호러 스타일 작품들은 꽤 그럴싸하게 나오는데 SF가 문제죠. 그래서 '정이'도 아예 손을 안 대고 있습니다. 예고편만 봐도 이미 망했구나 싶었어요(...)
영화감상부에서 단체 관람이라니. 좋은 학교였는지 좋은 담당 선생님이었는지 암튼 부럽습니다. 전 고등학생 때 전교생이 다 '독서부'로 강제로... 하하.
2023.02.02 22:49
그냥 평범한 공립학교였는데 어쨌든 한 달에 한 번 정도 좋아하는 영화감상을 공짜로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만큼 학생들이 많이 몰려서 2학년 때였나 밀려나서 등산부에 강제로 들어간 적도 있었습니다 ㅋㅋ 처음엔 엄청 속상했는데 의외로 등산하면서 좋은 경험을 했던 추억도 있어요.
그 시절 영화감상부에서 단체관람했던 작품 중 하나가 샤말란의 언브레이커블인데 당시 제 보는 눈으로는 너무 지루하고 하나도 이해가 안됐었어요. 식스 센스는 그래도 재밌게 봤었는데... 나~중에 다시 찾아보고 명작이구나 했습니다.
2023.02.03 00:16
저도 언브레이커블 처음 봤을 땐 '음. 재미는 있는데 좀 많이 싱겁네?' 그랬어요. 한 1~2년 있다가 본의 아니게 다시 봤는데 그땐 완전 재밌어서 스스로 당황했던. 아마도 '식스 센스' 같은 영화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던 거겠죠. ㅋㅋ
2023.02.02 22:36
다른 얘기인데 이영화 개봉할때 최진실이 조성민이랑 결혼했죠 그래서 이영화 흥행부진이 최진실 결혼 때문이라고 언론이 몰아간 기억이 나요 그리고 전 이때 수능을 봤는데 수능특수로 개봉했었죠 전 수능보고 jsa 봤지만 ㅋ 영화는 안봤는데 추억은 많은 영화네요
2023.02.03 00:18
찾아보니 개봉할 땐 공개 연애 및 결혼 준비 중이었나봐요. 뭐 어쨌든 여기 출연한 쟁쟁한 배우들 중에서도 최진실이 그만큼 압도적으로 사랑 받는 스타라서 그러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 봅니다. 떠나신지 오래 돼서 좀 희미해졌는데, 이 영화 보고 잠시 돌이켜보니 '맞다. 그리도 인기 많은 분이었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2023.02.02 23:12
저 때가 한창 한국영화 전성기로 접어들던 무렵이라, '우리도 이런거 할 수 있다!' 하면서 의욕적으로 헐리우드급(?) 대작을 시도해보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시기인데 그런 작품들 대부분이 잘 안됐었지요. 스토리와 영상, 연기 등 모든 부분이 총체적 난국을 이루는 와중에 의문이었던 건 최진실이 저리도 중요한 존재인데 왜 쟤는 무술도 안 배워서 자신의 몸을 지키지 못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남자들만 군대가고 힘 쓰는 거면 모르겠는데 남녀가 대등한 세계관이고 싸움 잘하는 여자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클라이막스의 한 장면은 쉬리와 너무 똑같이 찍어서 극장에서 사람들이 웃었다는 후문이.. 그래도 제이가 부른 주제가는 명곡이어서, 슈가맨에 제이가 출연했을 때 유희열이 본인의 인생곡으로 꼽기도 했었답니다..
2023.02.03 00:24
당시엔 각본 쓰는 사람들이나 관객들이나 그런 디테일까진 아예 생각을 못 했던 거겠죠. ㅋㅋ 그냥 여성 전사 캐릭터 하나, 공주(?) 포지션 캐릭터 하나. 이렇게 생각하고 슥슥 썼을 것 같아요.
그런 노래가 있었나? 라는 생각에 지금 유튜브 뒤져서 들어보고 있습니다. 뭔가 딱 그 시절 발라드스런 느낌이 좋네요.
2023.02.04 17:54
설정만 읽어봤을 때는 우리나라에도 코난 같은 고대환타지 영화가 나오는가보다 하고 기대했었다가 영화보고 앞으로도 그런 영화 나올일 없겠다 싶었습니다.
강제규가 쉬리로 한창 잘나갈 때 티비에 나와서는 영화에서 중요한건 첫째도 시나리오 둘째도 시나리오라고 강조를 하는 걸 봤던 터라... 그런 사람이 이런 시나리오를 컨펌해줬나하고... 그뒤로 강제규란 사람에게 반감을 갖게 되었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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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덕분에 태왕사신기나 아스달 연대기같은 작품들이 나왔구나 생각하니 더욱 더 부정적으로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