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7 11:01
- 올해 나왔구요. 런닝타임 1시간 42분이구요. 스포일러 없구요.
(포스터부터 아주 올드휏숀드하고 B급스럽고 그런 분위기를 의도한 게 보이죠.)
- 디트로이트 외곽의 깊은 밤. 억수 같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테스'라는 구직 여성이 자신이 예약한 에어비앤비 민박에 도착합니다. 주변이 하나도 안 보일 정도로 쏟아지는 비도 짜증나는데 약속된 장소에 집 열쇠가 없구요. 집 빌려준 쪽은 전화도 안 받구요. 우워어어어!! 하고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집 안에서 불이 켜져요? 뭐지? 하고 보니 왠지 삐에로 분장이 잘 어울릴 것 같은 훈남이 문을 엽니다. 이러쿵 저러쿵 대화를 하다 보니 이중으로 예약이 되었던 것...
어쨌든 그 시각 그 상황에 새 숙소 찾으러 다니기도 힘들어서 일단 하룻밤 서로 배려하며 안전하게 묵기로 결정하고. 어쩌다 보니 그 훈남과 대화를 나눠보니 참 좋은 사람 같네요. 하지만 당연히 그 집엔 '무언가'가 있겠고. 특히 지하실에서 우연히 발견한 비밀 문 뒤에 펼쳐지는 쓸 데 없이 넓은 공간이 참 당황스러운데요...
(어쩌다 중복 예약으로 함께 지내게 된 남자가 이렇게 훈남이라면 당연히 장르는 로맨스여야 할 것이지만... ㅋㅋ)
- 결말 스포일러야 당연히 피하겠지만 이게 사실 자잘하게 스포일러인 듯 아닌 듯한 정보들을 꺼내지 않고 평하기가 많이 어려운 영홥니다. 그냥 구성이 그래요. 그래서 이걸 어쩌나... 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결정을 내렸죠. 걍 최대한 다 피해보겠습니다. 그럼 할 말이 극단적으로 없어지지만 뭐 덕택에 글도 짧아지고 좋죠. 쓰는 저도, 읽고 계신 유저님들도. ㅋㅋㅋ
(어쨌든 주인공은 이 분입니다. 씩씩하고 정의롭지만 또한 공포에 벌벌 떠는 모습도 현실적으로 디테일하게 묘사해줘서 좋았습니다.)
- 주인공이 하나가 아닌 이야기입니다. 도중에 갑자기 다른 인물이 출동해서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 식의 연출이 있는데 크게 당황하진 마세요. 같은 이야기 맞고 결국엔 다 하나로 엮입니다. ㅋㅋ 그리고 이렇게 인물을 바꿔가며 전개하는 이유는 이 영화가 여러가지 떡밥들을 꺼내드는 사회성 호러물이기 때문이구요. 그 떡밥들은 결국 하나의 큰 주제로 묶이는데 그거슨 바로 '여성' 입니다. 각본 & 감독을 맡으신 분은 남성이지만 뭐 그게 문제는 아니겠죠. 그냥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겟 아웃' 이후로 가장 적극적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개진하는 장르가 호러가 되어 버리지 않았나... 미쿡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 되어 버린 것 같아요. 조동필씨 뤼스펙.
(오랜만에 뵙는 저스틴 롱씨. 아아아주 절묘한 캐스팅이었습니다. 단지 이 짤 때문만은 아니구요... 하하.)
- 대충 거칠게 나누면 주인공A가 전개하는 첫 파트, 주인공B가 전개하는 두 번째 파트, 그리고 이 둘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마지막 파트. 이렇게 나눌 수 있겠는데요. 개인적으론 첫 파트가 가장 재밌었고 또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냥 이 이야기만 살짝 손봐서 중단편으로 만들었어도 쩔었겠다 싶게 아이디어도 풍부하고 연출도 훌륭해요. 낯선 남자와 단 둘이 민박집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여자의 불안한 심리를 호러로 활용한 것도 괜찮았고. 또 중간에 쌩뚱맞게 길게 이어지는 둘의 대화 장면도 그냥 그 대화가 재밌어서 좋았구요. 본격적인 '호러' 모드가 발동되는 부분도 이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좋은 장면이었어요.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이런 식으로 어두워!!! 좁아!!!! 무서워!!!!!!! 스런 장면이 많습니다.)
두번째 파트는 이전 이야기에 비해 블랙 코미디 성격이 많이 강해집니다. 그러니까 긴장감은 많이 사라지는데, 다행히도 어쨌든 웃겨요. 허허실실 웃기다가 파트 말미에 가면 이제 다시 긴장감을 조성하며 첫 파트에서 생성된 미스테리의 해답을 전달해주는 식이라서 늘어지는 부분도 없고 덜 중요해지지도 않고 괜찮습니다만. 아무래도 첫 파트가 꽤 강렬했다 보니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느낌.
마지막 파트야 뭐 당연히도, 거의 액션으로 전개됩니다. 그러니까 진짜로 액션 무비가 되는 게 아니라 전형적인 호러 액션, 우다탕쿠당 우왕 살려줘 끄악 하며 도망다니고 사람 좀 죽고 그런 거 말이죠. 당연히 노골적인 호러 연출은 가장 많아지는데, 아무래도 의무 방어전 느낌이라 그렇게 임팩트 있진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무난한 마무리였어요.
(역시 후반에 갑툭튀하는 캐릭터. 분량은 적지만 아주 중요한 역할과 메시지를 담고 계십니다.)
- 그래서 다 보고 난 소감은 뭐랄까... 무난하게 괜찮은 B급 호러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메시지에 공감한다면 아주 재밌게 보실 수도 있겠구요.
초반의 긴장감과 이야기 밀도를 끝까지 유지했더라면 훨씬 좋았겠지만, 초반이 많이 강렬해서 그렇지 중반의 블랙 코미디든 종반의 액션이든 특별히 쳐지는 부분은 없었구요. 조지나 캠벨, 저스틴 롱, 빌 스카스고르드 세 배우 모두 본인의 생김새나 이미지를 잘 활용할 수 있게 캐스팅 되어서 좋은 연기 보여줍니다. 특히 저스틴 롱의 캐스팅이 참 절묘했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왜 그랬는지는 안 알려드리구요. ㅋㅋㅋ
암튼 그래서 디즈니 플러스에 또 하나의 괜찮은 호러가 추가되었습니다. 디즈니 이용하시는 호러팬분들은 한 번 보세요. 막 걸작 소리 들을 영화까진 아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잘 뽑은 영화였다는 느낌.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 엊그제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엔드 크레딧 올라갈 때 선곡이 기가 막힙니다. ㅋㅋㅋ 이걸 웃어야하나... 하다가 그냥 웃었네요. 웃기니까요.
2022.12.27 12:15
2022.12.27 12:49
2022.12.27 17:36
네 1부(?)가 정말 좋았죠. 여러겹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유지하면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전개가 아주 잘 짜여졌다는 느낌. 말씀대로 그것 때문에 나머지 부분들은 살짝 인상이 약해져버리긴 했지만요. ㅋㅋ
저스틴 롱은 뭐 거의 인생 캐릭터급이었다고 생각하구요. 검색하던 그 장면은 참 친숙하고 좋더라구요. 뭔가 갑작스럽게 김병욱 시트콤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
2022.12.27 12:44
2022.12.27 17:38
기존 이미지를 살짝 비틀어서 활용한 건데 그게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더라구요. 이제 예전 같은 이미지로 다시 나와도 곱게 안 보일 것 같은 기분. ㅋㅋ
결국 여성들이 느끼는 일상에서의 공포로 시작해서 끝까지 '여성'이라는 테마를 놓지 않는 게 참 잘 된 부분이었던 것 같구요. 그런 측면에서 이게 꼭 그리 대단한 일로 커지지 않아도 충분히 부담스럽고 두려울 분위기를 잘 조성했던 초반이 참 좋았어요. 아무리 훈남이라고 해도 그 상황에서 마냥 로맨틱할 순 없죠. 꼭 삐에로 분장을 하지 않아도. ㅋㅋㅋ
2022.12.27 18:27
저는 어쩌다보니 러브 인 빌라라고...똑같이 더블부킹 된 훈남훈녀가 등장하는 넷플릭스 양산형 롬콤과 이 작품을 연달아 보게 되었어서 대비가 특히나 극심했습니다. ㅋㅋ
2022.12.27 14:08
초반에 "그러지마!" "거기 가지마!"라고 육성으로 티비 앞에 소리칠 정도로 고구마 전개라고 느끼긴 했는데
그게 전체 맥락을 보니 좀 용서(?)가 되었고,
결론까지 가서 보면 주제가 확실한 영화였던 것 같아서 좋았어요ㅎ
남자배우들 활용도 굉장히 잘했죠ㅎ 저스틴 롱도 그렇지만 빌 스카드가드도 깜빡 속았...ㅎ
역시 디플은 호러 맛집인듯요
2022.12.27 17:39
주인공의 그 무모함이 결국 주제나 메시지(?)와 연결되면서 의미를 획득하는 게 좋더라구요. 또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하는 동안에 정말 하나도 폼 안 나게 벌벌 떠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적절했구요. ㅋㅋ
진짜 캐스팅으로 반 이상 먹고 들어간 것 같아요. 말씀대로 빌 스카스가드도 진짜... 그럴 줄은 몰랐죠. ㅋㅋㅋㅋㅋㅋ
2022.12.27 18:30
여담하나 추가하자면 대체 왜 서양분들은 번호 넣는 도어락을 안하시고 번호 넣는 "열쇠함"을 굳이 만들어서 사용하시는지...그분들의 열쇠 사랑에 살짝 웃음이 났습니다. 덕분에 스릴요소가 약간 추가되기는 했던것 같지만서도...
2022.12.27 22:25
2022.12.27 22:37
2022.12.28 08:52
저도 그랬죠. 배우 이미지도 있겠다, 하는 짓도 딱 백프로 음모의 변태남이었는데.... 아.........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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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이 꽤 좋길래 디플 올라오자마자 봤었네요. 계속 관객을 의심하게 만드는 1부가 제일 쫄깃했던 것 같아요. 분명히 저 남자가 뭔가 있을 것 같은데 또 의외로 반전으로 멀쩡했다고 역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고 2부로 넘어가는 순간의 그 충격적인 전개가 나오기 직전의 직전까지 확신할 수 없게 만드는 아주 좋은 밀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필 또 이 배우분이 유명해진 배역 때문에 생긴 이미지가 있어서 더 그렇고 ㅋ
그 이후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재밌긴 했는데 초반이 너무 강렬해서 상대적으로 조금 임팩트가 약하다고나 할까? 그래도 세가지 파트가 각각 완전 다른 영화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주인공, 톤 마저도 바뀌는데 이걸 다 보고나면 하나의 연결되는 이야기로 구성을 참 잘했다고 생각해요. 진짜로 아쉬운 건 그냥 막판에 의무적으로 들어가는 액션 파트였어요. 그것도 구리다 수준까지는 아니고...
출연진들이 다 적절히 제 몫을 다해줬는데 저스틴 롱 캐스팅이 제일 적역이었던 것 같습니다. 되게 얄미운데 은근히 또 신경쓰이게 만드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요. 그 '무언가'를 발견한 직후에 인터넷 검색을 하는 장면은 올해 개인적으로 가장 빵터졌던 영화 속 모먼트였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