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27 19:15
저는 자타가 인정하는 동생덕후 동생불출입니다. 그렇다고 사생팬은 아니고요...
저의 동생님은 어찌나 깜찍하신지 서른이 넘어서고 얼굴살이 빠짐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점진적 노화의 과정에도 끄떡없이 여전히 귀여우시며
입으로는 직장생활로 찌들어간다고 하지만 점점 시야가 넓어지고 너그러워져 본래의 영리함에 덕성까지 갖춰가고 계시며
시크한 척 하면서도 배려심이 넘치시며 약자에겐 약하고 강자에겐 강하시며
철없는 언니에게 가방 사라고 용돈까지 주시면서(딱 한 번 받았지만 감격) 툭하면 히트쳐서 직장 그만두게 해달라고 언니의 면도 세워주시는 그런 분입니다.
오오 동생느님...
제 방에 놀러와 떠들다 잠들다 갈 때에 그냥 가면 섭하다고 제가 찡얼거리면 '뭘 맨날 보는데'라고 시크하게 말하지만 다음날부터는 꼭 갈 때마다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주시며
제가 머리도 쓰다듬고 귀도 쓰다듬고 눈썹도 코도 뺨도 쓰담쓰담하면서 아유 귀여워 우리 귀염둥이는 왜 이리 귀엽지 똑같은 레파토리의 찬양을 늘어놓아도 귀찮아하지 않고 관대히 흐뭇하게 넘기시며
밖에서 귀염둥이란 말을 쓰면 질색하다가도 작게 말했다고 봐달라는 듯이 깨갱 꼬리를 내리면 눈 한 번 흘기고 마는 매섭지만 정감있는 행동을 보이시며
언니랑 있어서 그래 언니랑 있으니 좋지? 따위의 감상강요에도 바로 응하지도 않지만 버럭하지도 않는 대범한 깍쟁이의 풍모를... 응?
뭔가 모순이 있는 듯 하지만 넘어갑니다.
아무튼 어찌나 귀엽고 귀여우며 나날이 귀여워지시는지 이거 참 큰일입니다.
어릴 때부터 동생님이 미모사인 줄 알고 본성질인 버럭을 억누르고 다정다정불출 사랑을 퍼부었더니 점점 더 사이는 좋아지고 이해는 깊어지고 애정은 샘솟는 결과가!
동생님이 퇴근해서 들어오는 모습만 보아도 절로 미소가 나오고 귀염둥이란 소리가 입밖으로 자동발사되니 이거 참
이래서야 동생은 그렇다치고 저는 결혼이나 할라는지......
저는 이 콩깍지가 평생 안 벗겨질 것 같으니 동생이랑 천년만년 호호심술할머니들이 될 때까지 손 잡고 재미나게 살면 좋겠는데
동생은 또 동생대로 콩깍지 씌이는 사람이랑 살고 싶어할 것 같아요. 흑흑. 가상의 매부가 벌써 원망스럽습니다.
행인지 불행인지 오늘도 동생님은 야근으로 데이트할 연인따위 만들지 못하고 회사에 계시는데
해맑게 언제 오나 기다리는 반백수 언니를 보니 어마마마는 꽁기꽁기한 심사를 감출 수가 없으신 듯......
둘 중에 하나라도 가라는 어마마마의 말씀에 "우린 하나 가면 둘 다 가야돼. 하나 가면 남은 사람이 너무 외로워져."라고 재잘거려놓고
주말이면 동생님과 저는 와우나 달리면서 시시덕대겠지요.
엄마 미안......
하지만 지금이 행복한 걸 어째요. 이게 다 저에게 귀여운 동생을 낳아주신 어마마마께서 자초하신...... 아니,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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