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인생은 아름다워에 댓글로 달다가 나온 이야기.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남성 패션이 이상한 쪽으로 통일되고 있죠.
2-30대 직장인들에게 무섭게 유행한 은갈치 양복.
4-50대 아저씨들이 사시사철 애용하는 딱 붙는 검은 고어텍스 등산복.
10대들이야 본래 다같이 교복이니 열외(?)라고 치고...
거기에 질세라 요새 6-70대 어르신들은 약속이라도 하신 듯 분홍색 반짝이 넥타이가 유행이더군요.
제가 착각하는 걸까요? 사실 그렇게까지 대세는 아닌데, 워낙 눈에 띄는 디자인이라 실제보다 많아보이는 걸까요?
근데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 "눈에 띄는 소수"의 분들이 이상할 정도로 통일된 스타일이라는 건 맞는 거 같습니다.
사실 은갈치, 고어텍스, 반짝이 넥타이 싫지는 않아요.
아니, 어찌보면 긍정적이죠. 진회색과 네이비색으로 통일된 직장에 은갈치가 늘어나면서 좀 튀는 것도 허용된 듯 하고,
체면에만 연연하시거나 너무 후줄근하게 입기 쉬운 나이대의 아저씨들이 나름 깔끔하고 실용적인 옷을 입는 것도 나쁘지 않고,
노인분들이 너무 우중충하고 보수적인 옷차림에서 벗어나 좀 튀는 엑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고...
(허긴 저는 인터넷에서 틈만 나면 까이던 "쫄티에 금목걸이 아저씨"나 "레깅스 여성"도
오히려 "입는 사람 맘이구먼 까는 사람들이 더 거슬려"라고 궁시렁대는 작자이니…
보편적인 시각은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근데 하나하나 놓고 보면 괜찮은데 예전 제 학창시절 이스트팩처럼 너무 일괄적으로 유행하니 숨막히는 느낌이죠.
하지만 이걸 가지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성도 없고 우르르 몰려다니기만 한다!"라는 뻔한 불만을 늘어놓고 싶지는 않네요.
그만큼 사는 게 팍팍하고, 패션에 신경쓸만큼 여유있거나 심미안을 키울 기회도 없었고,
그 와중에 요새 사회는 잘 입는 것도 경쟁력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소리나 지껄이면서 안그래도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을 몰아세우고 있고...
그러니 어쩌겠어요. 적당히 튀는 옷을 입기는 해야겠는데 뭘 선택할지는 모르겠고 결국 "대세"를 슬쩍 따를 수 밖에.
은갈치 정장 얘기하다가 잡담이 쓸데없이 길어지네요.
그냥 그런 얘기에요. 은갈치 거슬리진 않아요. 하지만 다들 은갈치라니 재미가 없잖아요?
하지만 옷 입는 사람들이야 엄마-여친-매스미디어의 쳇바퀴 속에서 뱅글뱅글 돌 뿐이지
자기 주체적으로 패션 센스를 발휘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닐 거구,
사실 백화점 할인매대마다 같은 물건을 팔테니 어쩌면 은갈치 유행의 이유는
의외로 "그게 무난해서"일지도 모르죠.
그래서 결론은, 은갈치 유행이 슬슬 지나가고 있는 듯 한데
다음은 또 어떤 괴악한 양복이 유행할지 살짝 겁난다는 이야기.
그러니 옷 파는 사람들, 광고 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좀 유행을 재미있고 다양하게 굴려줬으면 한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