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0 00:29
- 나온지 얼마 안 됐습니다. 에피소드 8개에 50~60분 사이로 된 시리즈구요.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바다에다가 삼각형, 유령선 비슷한 소재까지 '트라이앵글'이란 호러 영화 생각 나는 포스터입니다. 그 영화 재밌었는데...)
- 제목 그대로 1899년이에요. '케르베로스'라는 간지나는 이름이 붙은 여객선(근데 이름이 왜;)이 배경입니다. 각자 파란만장한 비극적 기억을 숨기고 있는 여러 승객들 중에서 아빠랑 사이가 아주 안 좋은 듯한, 그리고 사라진 오빠를 찾아 이 배에 탄 듯한 '모라'라는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아마도 오빠가 4개월 전에 사라진 '프로메테우스'라는 배에 타고 있었다는데. 이거랑 같은 항로를 가는 배였다네요. 그럼 뭐 당연히 두둥! 하고 그 배가 나타나겠죠. 선장과 주인공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그 배에 올라가 보지만 당연히 사람은 아무도 없고 다 황폐해져 있... 는데 왠 꼬맹이 하나가 있습니다? 그래서 데리고 왔어요. 그런데 그 때부터 갑자기 배 안의 사람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각종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또 아주아주 수상한 행동을 하는 남자가 홀연히 나타나서 배를 누비고 다니고요. 그리고... 대체 뭘 어쩌라는 이야긴지 짐작이 안 가는 괴상한 이야기의 막이 오릅니다. ㅋㅋㅋ
(주요 등장 인물이 이마아~~~~ㄴ큼!!! ㅋㅋ 맨 왼쪽의 현대 복장 커플은 실제로도 커플이며 감독 & 작가님들입니다.)
- 이게 독일 드라마거든요. 근데 보다 보니 뭐가 자꾸 떠오르는 겁니다.
그러니까 좁아 터진 배경에다가. 계속해서 수상하고 정체 모를 사람들이 나타나서 아무 설명 없이 무게를 잡고. 무뚝뚝한 톤에 무슨 유럽 신화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이거 다 운명일 걸?' 같은 대사를 폼나게 읊는 음울한 캐릭터들이 우루루 나와요. 그리고 거의 두 자리 수에 육박하는 캐릭터들이 나와서 각자의 비극적 사연을 주절주절... 게다가 독일 드라마라니. 이거 딱 '다크' 거든요. ㅋㅋㅋㅋ 도무지 어떻게 돌아가는 이야긴지 파악이 안 되고 매 에피소드마다 보는 사람 황당해지는 떡밥이 쏟아지는 것도. 좀 묵은 팝 음악들 갖고 임팩트 주는 것도 비슷하고 심지어 몇몇 배우들 생김새까지 비슷합니다. 게다가 나중에 가니 아주 아날로그풍으로 생긴 간지나는 기계까지 등장!
결국 검색을 해 보니 맞습니다. '다크'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콤비(겸 부부)가 만든 최신작이에요. 으헐헐.
(오른쪽의 나이 좀 있는 아저씨가 '다크'에도 중요한 역으로 나오셨죠. 하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센터의 에밀리 비첨씨입니다. 무려 깐느 여우 주연상 받으신 분!!!)
- 다만 '다크' 처럼 이야기를 100% 이해하길 포기하고 봐야 하는 골치 아픈 드라마는 아닙니다. 8개 에피소드 중 딱 절반까지 계속 떡밥의 떡밥을 날리며 사람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다가, 에피소드 5에서 대충 감을 잡게 되고 7쯤 가면 거의 설명이 끝나요. 최소한 설명이 다 된 듯한 기분은 들게 해 줍니다. ㅋㅋㅋ 그러니 '다크'를 보다가 중도 하차하신 분들이라도 다짜고짜 포기하진 마시구요. '다크'의 분위기는 맘에 들었는데 내용이 너무 난해해서 중도 포기했다. 라는 분들이라면 이걸 순한 맛 '다크'라고 생각하고 도전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그걸 그냥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당연히 보셔야겠고. 다만 그 드라마가 애초부터 취향이 아니었던 분들이라면 이것도 피해가시면 돼요.
(본격적인 미스테리의 핵심 역할을 맡은 어린 소년. '다크'도 그랬듯이 이 드라마의 애들도 참 험한 일 많이 겪습니다.)
- 워낙 반전이 거듭되는 이야기이고 그 과정에서 장르도 오락가락하는 드라마라서 스포일러 피해 뭔 얘길 하기가 좀 힘든데요. 암튼 취향에만 맞는다면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작들 중에서 매우 상위권 정도로 꼽을만도 한 시리즈입니다. 괜찮아요.
등장 인물들이 많지만 '다크'와는 다르게 알기 쉽게 정리가 잘 되어 있구요. 각자의 기구한 사연들도 알아 먹기 쉬우면서 캐릭터에 정 붙이는 데 보탬이 되구요. 1899년이라는 배경을 생각하면 좀 많이 무리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종이나 성정체성, 신분 등을 다양하게 하면서 또 각각의 사연을 잘 파놨습니다.
또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이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며 인연 만들어가는 부분도 꽤 재미가 있어요. 물론 또 다들 보기도 좋고 연기도 괜찮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케르베로스호도 꽤 괜찮습니다. 커다란 배의 다양한 공간들을 폭넓게 잘 활용해서 그림을 만들어내구요.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승객으로 탑승한 사람들에 대한 설정과 묘사도 꽤 세세한 느낌으로 괜찮아요. 아마 그 시절 사극들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저보다 더 재밌게 보실 듯.
('타이타닉' 마냥 이렇게 갑판 위의 부자 구역과)
(갑판 아래 가난한 자들 구역 묘사도 나오구요.)
- 근데 결정적으로 그 메인 스토리가 말이죠. 음... 스포일러를 피해서 간단하게만 말 하자면, 꽤 잘 짜놨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는 진상은 사실 그렇게 막 신선한 건 아닌데요. 거기까지 가는 과정을 잘 다듬어 놨어요. 전혀 예측 못 하게 하다가 쿠쿵! 하고 한 방씩 날리는 솜씨가 좋구요. 또 중반쯤 대략의 진상을 눈치 챈 후에도 계속해서 적절한 떡밥들을 투하해서 확신은 못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뭣보다... 마지막 화의 엔드 크레딧 올라가기 직전을 장식하는 그 장면은 정말 예측을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을 정도. ㅋㅋㅋ
글 제목은 그 엔딩에 대한 제 소감입니다. 이건 진짜 작가가 고수인지 양아치인지 헷갈리더라구요. 전 그냥 웃었습니다. 헐헐헐.
(넷플릭스 러버분들에게 익숙할 배우도 하나 나오죠. '엘리트들'의 그 갑부집 아드님. 여기서도 스페인 사람으로 나와요.)
- 아마 이 시즌이 마지막은 아닐 겁니다. 어림 짐작으론 시즌 3개 정도를 생각하고 만든 것 같은데. 그거야 흥행이 된 후의 일이겠구요.
시즌 1의 결말만 놓고 말하자면, 분명한 다음 시즌 기약 엔딩이지만 뭐 나름 일단락은 지어 놨기에 큰 욕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 일단락이란 게 '이야기 하나 마무리'라는 느낌은 아니구요. 환상특급 시리즈 같은 데서 마지막을 충공깽으로 장식하며 설명 없이 '뙇!' 하고 바로 끝내버리는 엔딩 있잖아요. 대략 그런 느낌입니다. 그냥 이게 끝이고 디테일은 니 맘대로 상상하세요... 라고 볼 수도 있는 엔딩이라 제작진이 상도의 없는 파렴치한은 아닌 걸로 해드립니다. ㅋㅋ
(꿈과 희망을 싣고, 달려라 케르베로스!!!)
- 결론을 이미 위에서 다 말 해 버렸네요.
'다크'를 재밌게 봤거나 재미 없었어도 그 분위기는 맘에 드셨다. 그러면 보세요. 물론 다음 시즌에 대한 기다림은 감수하시구요.
'다크'를 안 봐서 제 말이 뭔 소린지 모르겠다... 이런 분들이라면 그냥 뭐 그런 거 있잖아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배배 꼬인 스토리를 장착한 호러/스릴러 풍 다크 환타지. 그런 거 좋아하신다면 한 번 보셔도 괜찮을 겁니다.
암튼 만든 양반들이 똑같아서 그런지 결론도 비슷합니다. 잘 만든 드라마에요. 그건 분명하구요. 하지만 격하게 호불호가 갈릴 스타일이니 보시고 나서 저 욕하시면 안 됩니다. ㅋㅋㅋㅋ 참고로 전 에피소드 1은 사알짝 지루했구요. 3쯤 가니 탄력 붙어서 와다다 달리게 됐다는 거.
+ 보기 드물 정도로 상당한 다인종, 다국적 캐스팅을 자랑하는데요. 덕택에 좀 재밌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양반들이 다 자기 나라 말을 해요. 그래서 서로 말을 못 알아 듣는 상황이 자주 나옵니다. ㅋㅋㅋ 어지간하면 모두를 한 언어로 대동단결! 시키게 마련인데 이렇게 각자 언어를 살려 주니 괜히 리얼리티 같은 게 막 끼얹어지는 기분이 들더군요. (참고로 넷플릭스 언어 선택은 걍 영어로 하시면 됩니다. 알아서 자기네 나라 말들 해요. ㅋㅋ)
(중국어도 나옵니다. 오타 아님. ㅋㅋㅋ)
++ 제가 관심 두고 있는 듣보급 배우 한 명 이름이 보이길래 봤습니다. 마틸드 올리비에(아마도?;)라는 분인데 전 '오버로드'랑 '리스타트'에서 봤죠. 참 매력적인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뭐 찾아 볼만한 출연작이 없던 와중에 이게 어제 눈에 띄더라구요. 주연은 아니었습니다만 어쨌든 만나 봬서 반가웠구요.
(글 읽는 분들에게 날리는 건 아닐 겁니다!!)
근데 아직도, 여전히 듣보이신지 드라마 스틸샷 아무리 찾아봐도 작중 원샷 내지는 투샷으로 찍힌 짤이 없네요. 그래서 촬영 현장 짤로.
+++ 당연히 계속해서 바다가 보이고, 당연히 다 cg와 합성일 거라 생각은 했습니다만
그 현장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보면 언제나 웃긴단 말이죠. 창의력 대장님들...
2022.11.20 02:41
2022.11.20 09:05
그래도 '다크'의 미덕이라면 그토록 복잡하게 막장으로 꼬아 놓고도 결국엔 꽤 책임감 있는 마무리를 지어줬다는 거였어요. 물론 마지막 시즌은 혼돈의 카오스가 대폭발해서 뇌가 배배 꼬여 버립니다만. ㅋㅋ 차마 '보신 김에 끝을 보시라'고 권유는 못 해드리겠구요. 그래도 보신 두 시즌이 나쁘지 않았다면 이 드라마는 볼만 할 겁니다. 다만 결말이 나온 후에... 하하;
2022.11.20 07:30
2022.11.20 09:07
넷플릭스가 자꾸 들이미는 건 그동안 살아 오신 인생이 있으시니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ㅋㅋ
이 드라마는 '다크'처럼 중간에 훅 끊어 버리는 느낌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최선은 다 나오고 나서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거 또 1년 넘게 기다리고 다음 시즌 보면 '다크'처럼 제대로 이해하려면 복습을 봐야겠는데 차마 못 보겠어... 이렇게 될 듯. ㅋㅋㅋ
그렇죠? 저도 감탄했습니다. 둘이서 각본 쓰고 남자가 연출하는 시스템이던데. 진짜 강력한 소수 취향끼리 잘도 서로 알아보고 뭉쳤구나 싶습니다. 하하.
2022.11.20 13:48
2022.11.20 13:57
2022.11.20 14:17
바다와 배가 배경이라니 끌리네요. 저도 '다크'는 선뜻 손이 안 갔는데 당장은 아니라도 이거부터 봐봐야겠습니다.
마지막 단체 사진은 미국이나 영국이나 프랑스 사람 아니고 왠지 뭔가 독일 스텦들 같은 느낌이 확 오네요. ㅎ
2022.11.20 15:04
이거 먼저 보시고 맘에 드시면 다음 시즌 기다리기 힘드시니 완결된 '다크'의 세계로... ㅋㅋㅋㅋ 농담입니다.
그게 희한하게 그렇죠? 기분 탓인 건지 모르겠지만 뭔가 느낌이 다른 게 있어요. 드라마에서도 보면 실제 프랑스 배우, 독일 배우, 스페인 배우 등등이 섞여 있는데 다들 분위기가 자기 나라들 같아서 신기하더라구요. 물론 정보 없이 그냥 보면 몰랐겠지만요. ㅋㅋㅋ
2022.11.21 12:01
다크 저는 재밌었어요. 엑설런트 어드벤쳐의 하드코어 버젼. 1899도 언젠가는 보겠네요.
다크에서 좀 과하다 싶은 설정들을 연출의 톤으로 눌러주는 게 참 얄팍하면서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둘이가 커플이었다니 재밌네요.
"여기서 이 부분은 스토리가 말이 안돼. 수습이 안돼. 어떡하지?"
"괜찮아. 내가 그 컷에다가 뭔가 있을 것 같은 사운드 깔아놓고 익스트림롱샷에서 천천히 달리 인해서 한 1분 정도를 들어가다가 얼굴 클로즈업에서 페이드아웃하면 ......"
집에서는 이런 대화를 할거 같네요.
2022.11.21 13:05
무뚝뚝한 독일 사람들 비주얼과 연기, 언어에다가 착 가라 앉은 톤의 화면빨과 연출로 묻어뒀지만 사실 엄청난 막장 드라마였죠. 스토리 꼬임이 너무 심해서 나중엔 농담 같은 분위기도 있었구요. ㅋㅋ 둘이 재밌게 살 것 같아요. 이러다 '우리 로맨스도 함 해볼까?' 이럴지도. ㅋㅋㅋ
순한맛 다크 내지는 정돈된 다크, 그것도 아니면 친절한 다크 정도 되나보네요. 그것도 아니면 밝은 다크? ㅋ 아마 다크도 로이배티님 리뷰에 넘어가서 봤었던 것 같은데요. 지쳐서 마지막 시즌은 안봤던 것 같아요. 지침이 예상되어서 미뤄두는 중인데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