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08 01:35
제 애인은 내년에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데요.
저는 왜 자꾸 기약없이 결혼을 미루고 싶은 마음이 들까요. 저만 이런가요? 그냥 흔한 불안증? 일까요? 그런것 같아요.
제가 이런 태도를 취할때마다 제 애인은 자기 어디가 부족해서 제가 못미더워 하는거 아닐까하고 속상한 마음을 비치더라고요. 그게 속상해요.
4년간 연애했는데 이 사람 긍정적이고 정서가 안정적인데다 정말 사랑스러워요. 부모님, 형제들도 여러번 뵈었지만 다 편안한 성정을 지니신 분들이고.
우리가 가진게 많지는 않지만 각자 그럭저럭 괜찮은 직장에 다니고 있고 적금을 합치면 안락한 전세집 정도는 구할수 있겠다. 까지 계산해놨어요.
실질적으로 우리가 결혼을 늦춰야 할 이유는 없어요. 사실 우리가 지금 당장 결혼한다해도 우리는 잘 지낼 수 있을거에요.
그래서 제 애인은 저희집에 인사오겠다. 상견례 날짜를 받자. 그런 계획들을 이제 본격적으로 제안하고 있지요.
그런데 그 순간 제 머리는 계속 변명들을 찾고 있어요. 꼭 지금 당장 그것들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들이요.
그러다 오늘은 결국 말싸움의 무한루프가 시작되었습니다.
내년에 결혼을 못하는 이유가 뭐냐. 나랑 결혼을 하고싶긴 해? vs 결혼을 꼭 내년에 해야되는 이유가 있나? 너무 서두른다.
근데 제가 생각해도 제가 참 답답해요. 너랑 결혼 하긴할거다. 근데 내년은 아니고... 내후년에 할 수도 있고 안할수도있고? 나도 모름. 이런식이니까요.
이런 경우엔 솔직하게 지금은 결혼 생각이 없다. 이런게 단정지어서 말해야 하는걸까요?
이 사람을 놓칠 생각은 절대절대 없어요. 그럼 이 사람 의사에 맞추어 결혼하면 되는건가요?
지금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당신이 원하니까 결혼할래. 이런 생각으로도 결혼을 많이 하시나요?
아. 그냥 이 모든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어요. 그냥 다 무섭고 불안한데 어딘가 털어놓고 싶었어요.
2014.06.08 01:37
2014.06.08 01:46
'너를 사랑하고 놓치고 싶지 않지만 결혼 생각이 없다' 는
결혼적령기인 사람한테, 특히 시장에서의 유통기한이 끝나 가는 사람한테라면
헤어지자는 말입니다.
결혼하던가 헤어지던가여요.
나 좋은 대로 다 할 수만은 없쟎아요, 상대의 입장도 고려되어야죠.
2014.06.08 02:11
상대방이 이 이야기를 듣고 '헤어지자'라는 말로 이해한다면, 헤어지는 게 답이겠죠.
중요한 점은, 본인의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게 아닐까요.
그렇다고 원치 않는 결혼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정말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결혼 혹은 헤어짐' 말고도 제 3의 길을 모색할 수도 있겠죠....
2014.06.08 18:41
2014.06.08 20:52
와, 그러셨어요? 여기선 잘 쓰지 않는 표현인가보네요.
연애 결혼 이야기 하는 게시판에서 최근 들어 꽤나 흔히 쓰이기 시작한
표현이여요.
이를테면 여자 33살 남자 35살부터는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아서 어렵다,
결정사 같은데서도 떨이 모드 들어가기 시작한다.
뭐 수컷은 40일 암컷은 35일부터는 폐품처리 대상이다 이렇게도 말해요.
문제는.... 그게 사실이라는거 ㅠ.ㅠ
2014.06.08 21:44
사실이라는 말은 함부로 쓰는 말이 아닙니다.
저는 저를 상품으로 내어놓은 적이 없고, 다른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을 폐품처리 대상이라고 보지도 않습니다.
파릇포실님은 스스로를 폐품처리될 수도, 유통기한이 만료될 수도 있는 상품이자 수컷으로 여기시는 것 같으니 남에게도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하시는 거죠.
2014.06.09 15:34
저 표현이 쓰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고
제가 그렇게 여김을 받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에 대해서 절충하거나 사과하거나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는군요.
2014.06.09 16:26
2014.06.09 16:26
2014.06.09 16:27
2014.06.09 16:56
흐음, 뭘 세 번이나... ^^;
이것도 혹시 PC에 걸리는 건가요?
여기선 이런 이야기 하면 안된다는 분위기?
그리고요,
저는 진리라고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는데요.
사실 하고 진리 하고는 한 안드로메다와 태양계 만큼의
격차가 있지 않은가요?
2014.06.08 01:53
2014.06.08 01:54
저는 이런 글들이 올라올 때마다 왜 여기 쓴 그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 올린 글을 보여주시거나 그대로 말하고, 같이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런지요.
2014.06.08 02:02
이건…. 님께서 생각을 고쳐먹으셔야겠네요. 싫어하는 사이가 아니고, 아예 결혼 자체가 싫다도 아니고, 상대방이 ‘내년’을 이야기할 때 현실적인 이유에 근거한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냥 ‘기약 없이 미루고 싶다’라니요. 차라리 상대방에게 더 좋은 인연을 만날 기회를 주는 쪽이 더 정정당당한 태도 아닐까요.
2014.06.08 02:15
==>> 22222
그쳐, 우리는 한번 뿐인 삶을 살고 현실에서 살며 100년도 못 사는데 말이죠 ㅠ.ㅠ
현실적인 조건 못 갖춘다고 몇 번이나 차였으면서도
몸 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현실에 짓눌리는 저도 참... 부짱하네요, 흑흑
2014.06.08 02:16
댓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댓글 읽고 제가 쓴 글도 다시 읽고, 생각이 좀 정리가 됩니다. 아무래도 제 마음을 솔직히 말할 용기가 없었나봐요. 두서 없이 바보 같은 글이지만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4.06.08 02:53
2014.06.08 03:27
2014.06.08 17:26
본인이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만큼, 결혼과 가정, 출산과 양육이란 게 상대에게 상당히 중요할 수 있습니다
둘이서 이야기 하기전에 이 부분을 꼭 인지하고 들어가야 할 거에요. "그냥 싫다" "왠지 싫다"는 너무 회피적인 생각이고
(상대가 들었을 떄 바로 열여덟번째 숫자나오는 이야기기도 하고요)
대화 이전에 본인이 결혼을 피하려는 이유를 좀 더 파고들어서 확실히 하는 게 좋습니다
지인 중에 6년 사겼는데 결혼을 미뤄서 헤어졌다가, 다른 분 만나는 데 난입, 다시 사귀고 곧 결혼 할 것 처럼 말하다
다시 미루는 사람이 있어서 한마디 덧 붙이면, "다음 한 단계"를 미루는 게 상대방에게 상당한 고통일 수 있습니다
제 지인은 살짝 우울증이 오기도 했었어요. 어떤 마음을 먹는 가는 어쩔 수 없지만, 사랑하는 사이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잊지 맙시다.
2014.06.08 17:28
저는 원글님의 나이에 따라 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사귄 시간보다 사실, 결혼 적령기라는 환경적 조건은 무시할 수 없거든요.
만약 아직 20대 여자분이라면, 네 결혼을 머뭇거릴 수 있다고 생각되요. 하지만 두분 모두 30대의, 결혼 적령기를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 모든 조건과 무관하게 본인의 마음이 그렇다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생각할듯 합니다.
지금 환경에 불만이 없으면 없을 수록 결혼은 불확실하고 두려울 수 밖에 없는 일이예요. 하지만 또 기대되는 일이죠. 두 사람이 한 가정이 되어서 생길 모든 두려움을 사랑이 덮어줄 수 있을때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면 왜 그럴까? 하고 자신에 대해 고민은 해봐야 할것 같습니다. 주변에 불행한 사람을 많이 봤거나, 뭐 그런... 망설이는 이유를 본인이 찾아야, 헤어지지 않고 연애를 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본인이 납득해야 상대도 납득시킬 수 있으니까요.
2014.06.08 18:06
2014.06.08 20:38
민감한 주제라 뭐라 답변드리기 힘들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너를 사랑하고, 놓치고 싶지 않지만, 솔직히 지금 난 결혼 생각이 없다'라고 말하는 게 최선일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