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병휴가 나온 후배랑, 방학이라 방바닥 긁으며 고민만 하고 있는 여자 후배를 만나서 멘토링 좀 하고 저녁 먹으러 갔습니다. 저도 뭐
그렇게까지 으스댈 처지는 아니겠지만, 꼴에 학교 몇 년 있다 보니 마지막 학기에는 무려 09학번-_-들하고 학교를 같이 다녀서
말입니다.(.....) - 에휴, 89년생 주제에 '저 나이 들었어요 너무 늦은 거 아닐까요 전 예쁘지도 않은데' 하고 징징대면 이
오빠는 뭐 나가 죽으란 말이니?(...)
(...랄까 난 저 나이 때 뭐 하고 있었더라... 아. 태풍 매미 와서 해군 아저씨들이랑 뺑이치고 있었구나;;)
행화촌의 라조육밥은 적어도 이 애들한테만큼은 그냥 지나쳤던 세계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뭐 화교 중국집에서 먹는
대중식사 한 끼가 그리 거창하냐, 그렇게 보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이런 것도 누군가 경험케 해 줘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은 합니다. 음식이 뭐냐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그게 먹을거리가 되었건 놀거리가 되었건,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것
그 자체,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냥 머릿속에 뭔가 인셉션을 하나 톡 까 주는 겁니다. 그 다음은 자기네들 몫인
거죠... 그 이상 개입하면 뭐 것도 오지랖이고, 끙끙대면서 고민도 안 하는 애들 붙잡고 끌고 가는 것도 오지랖이고. 제가 참
고민도 많이 하고 누가 라인(?) 태워서 이끌어주는 것도 없고 해서 혼자서 구불러다니다 보니 낑낑대는 사람들 보면 좀 돕고 싶긴
합니다.
생각해보면 선배라고 인사 꼬박꼬박 받던 양반들 중 상당수는 으스댈 줄이나 알았지 뭐 짜다라 가르쳐준 것도
없었죠. 그래놓고 싸가지없다고 까기나 하고. 사법고시 준비한 게 뭐 자랑인지... 붙기나 하면 몰라, 자긴 바쁘다면서 일거리는 몽땅 넘겨놓고, 가르쳐준 적도 없으면서 갈구기나 하고. (그래서 전 아예 총대 메고 99학번 전체랑 원수졌었습니다..쿨럭.
뭐 그때는 병역미필이었으니 세상 더럽고 조직 위계질서 있다는 줄 몰랐던 시절이지만...;; 98들이 카바 안 쳐줬으면 아마
아웃사이더 되었을 듯. "니들은 하는 것도 없으면서 왜 일 잘 하는 애를 갈구고 지랄이야?") 물론 거기에 해당 안 되는 존경할
만한 형 누나들 또한 그만큼 많았고, 저 또한 그런 분들이 한 마디씩 마음 속에 인셉션을 툭툭 까준 덕택에 고비마다 비집고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사회에 내동댕이치진 후에도 그건 반복되더군요. 끙끙대고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툭 도와주는 분도
있고, 불치하문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고.... 다들 자기 코가 석자였을 테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쳐갈 수 있는 문제였을텐데 한
숟갈 정도씩이라도 도와주는 게 고맙죠.
아무리 바보 천치라도 이쯤 되면 이제 배운 가락이 있어서 뭐라뭐라 떠들
거리는 생기게 되는 법인데 - 에휴,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꼬꼬마 둘이 앉혀놓고 재롱잔치 하는 꼴이라니!(...) 뭐 걔네들한테
정이 없었으면 그러지도 않았겠지만.
탕수육은 뭐 그냥 소스 부어 내는 식입니다. 원래는 볶아서 내놓는 음식이라는데,...
그러고보니 저도 학교 다니면서 선배들한테 이런저런 멘토링 많이 받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나중엔 제가 그 선배의 위치가 되면서 과연 내가 받은만큼 애들에게 해 줬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