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 세 달 쯤 전부터이지 싶은데, TV에서 나오는 공익광고 중에,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주제로,


"밟지 말고, 밟으세요- 잡지 말고, 잡으세요-" 어쩌고 하는 노래 나오는 광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좀 어색했는데, 왜인지 모르게 가면 갈 수록 점점 더 이 광고가 싫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밟지 말고- 밟으세요 어쩌고 하는 엉성한 언어유희로 되어 있는 가사를

해맑은 아이들 목소리로 즐겁게 녹음해서 반전 보여 주듯이 구성한 영상과 함께 보여주는 것이,


좀 과장하자면...


어째 별로 재치 없는데, 재치 있는 줄 알고 떠드는 사람을 보는 듯한 어색하고 슬픈 느낌이 좀 듭니다.

거기다가 더하기, 그러고 있는데, 영업상, 업무상 어쩔 수 없어서 그 하나도 재미없는

유머에 허허허 하고 가짜로 과장해서 웃으면서 재밌는 척 해주는 느낌마저 좀 느껴질 지경입니다.


게다가, "나만 말고 모두를 위해" 부분으로 넘어가면, 일말이나마 이어지던 운율도 다 말아먹고

그냥 "에라 포기하고 아무렇게나 마무리짓자" 뭐 이런 느낌이 들어서 더 이상하고.

어린이들이 불러서 그런지, 원래 노래가 그런지,

어째 계속 불안하게 들리는 음정도 들을 때 마다 꼭 옛날에 여자친구 앞에서 폼잡으면서 노래부를 때 중간에 노래 틀린 것 다시 돌이켜 듣는 듯한 것과 비슷한 부끄러움이 느껴지는 듯하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야 뭐 공익광고가 다 그렇지 하고 생각하면서 대충 버틴다 하더라도

결정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밟으세요-" "담으세요-"하고 노래부를 때

묘하게 "밟으세이요~" "담으세이요~"하고 말하듯이 뭔가 좀 밟음에 과하게 리듬을 넣는 느낌인데

이게 왜이렇게 어색한건지요...


안그래도 피곤하고 고달픈 세상,

뭐 어쨌거나 좋은 내용 노래하는 건데 이런 사소한 거에 괴로워하고 싫어하고 이러면 안되겠다 싶지만서도,

아아... 안그래도 피곤하고 고달픈 세상, 너희들이라도 좀 나를 안괴롭히면 안되겠니?


그래도 여러 사람 모여서 제작비 많이 들여서 많은 사람들이 보고 좋아할 내용으로 꾸민 것이 광고일진데,

내가 세상에 도움이 안되는 인간이라서 그런 광고를 좋게 못느끼고 있는 문제가 있는 사람인건지...


혐오성 광고처럼 아주 막막 싫은 것은 아닌데, 조금 어색하다, 조금 듣기 싫다 싶은 것이 한 몇달 쌓이다보니

요즘에는 길가다가 무심코 떠오르기만 해도, 이후 한 두어시간 머릿속을 맴돌면서 싫은 감상이 떠도는 괴로운 광고가 되었습니다.

차라리 머리에 별표 스티커 다섯개 붙이고 별 다섯개라고 하는 돌침대 회사 사장님 나오는 광고가 더 버틸만하지,

이건 왜...

이도저도 아니고 그냥 너무 많이 나와서 그런거 같기도 하고...


그냥 피곤해서 읊조려본 부질없는 푸념입니다만.

그래도 이 광고에 대한 이 살짝 묻어나는 싫음이 계속 느껴지는 나날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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