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몇번을 추천했는데 시청을 미뤘다기보다 피해왔어요. 늙음에 관한 이야기는 마주보기가 힘들거든요.

한지민, 김혜자 두 배우가 주인공 ' 혜자' 역을 맡았고 남자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역할은 딱히 없습니다. 사귀기 직전까지 갔던 남자로 남주혁이 나오지만 비중은 중요 조연 정도예요.

스물다섯 혜자가 어느 날 갑자기 노인의 모습으로 깨어납니다. 혜자에게는 두 개의 세계가 생기게 된 거죠.
혜자의 노인 월드 탐험은 주로 ' 홍보관' 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데, 노인 많은 동네에 하나 쯤은 있는, 건강식품이나 유사 의료기 파는 곳이죠. 노인 상대로 유흥과 학습을 제공하면서 슬쩍 약과 보험을 팔기 때문에 노인들은 사교 활동을 위해 매일 이곳을 나갑니다. 여기서의 이야기가 하나의 큰 축.
그리고 여기에서 썸남 준하(남주혁)이 일을 해요. 장래 촉망되는 청년이었다가 모종의 사건으로 사기에 가담하게 된 준하의 꼬인 인생이 이야기의 또 하나 축이고요.

여기부터 대형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전 처음부터 ' 김혜자가 치매' 라는 얘기를 듣고 시작했는데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게 다 치매 노인의 머리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총12화 중에서 10화까지 시치미 뚝 떼고 이야기가 진행돼요.
다소 어이가 없긴 하더군요. 한 사람의 상상이라기엔 주인공 시점이 아닌 채로 주인공 모르게 벌어지는 일도 꽤 많이 나오거든요. 나중에 이게 앞의 그것과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하게 되는 것도 몇 개 없어요.
혜자를 급하게 늙게 만든 원인인 '시간을 돌리는 시계' 에 대해서는 제대로 거둬들였습니다만, 반전은 '내가 놓쳤을 뿐 충분히 힌트는 있었다' 라고 납득해야 최고로 멋지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불만은 저것뿐, 정신없이 후루룩 봤어요. 노인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도 드문데 그깟 설득력이 중요한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노인 혜자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나오는 노인의 현실들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이걸 꽤 경쾌하고 웃기게 묘사해서 부담스럽지도 않고 말이죠.


드라마 배경은 70년대 회상씬을 빼면 현재인데 혜자의 집이며 혜자가 운영했던 미용실, 그리고 동네 풍경이 90년대 같습니다.
혜자도 준하도 70년대식 미닫이 유리문이 달린 낡은 집에 살고 있지만 집이 낡아서 70년대 느낌은 아니고, 아마 나중에 수리했지 싶은 90년대식 대문과 방문도 이미 문설주며 문지방이 닳아 있어서 따지고 보면 2020년 전후 같긴 해요.
이 집이 세트라면 참 잘 만든 것 같습이다. 90년대 개축한 집에서 살았어서 그 문짝이며 창틀이 꽤 익숙하거든요. 그리고 2020년대쯤이면 그것들이 어떻게 낡아있는지도요.
무슨 소릴 하려다가 얘기가 여기까지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러한 오래되고 익숙한 풍경이 향수를 자극하더라 하는 말씀입니다.
그에 비해서 70년대 회상씬에 나온 의상이나 소품들은 다소 무신경해 보이고요.

딱히 연기가 거슬리는 배우 없이 부드럽게 흘러가고, 이야기도 얼른 다음 화 보고 싶을 만큼 재미납니다.
안내상 씨가 진중한 드라마에 나오면 참 좋더군요. 마른 몸에서 나오는 신경질적인 분위기가 독특해요. 마른 몸에 신경질적인 느낌 나는 배우가 한둘은 아니지만 주로 이 분을 본 것이 막드를 통해서여서 하는 얘깁니다.

준하의 ' 되는 일 없는 인생' 은 계속 봐야되나 싶을 정도로 보기가 괴롭더군요. 분량도 많은데 이야기가 너무 무거워요. 제가 원래 인생 꼬이는 걸 보기 힘들어합니다. 박하사탕 같은 거요.

참, 정영숙 씨가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는데 이 이야기도 속이 답답해집니다.
' 헤어질 결심' 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배우가 저는 이 분이었거든요. 미모에 성격 좀 까칠하고 허영과 부유함 사이의 아무튼 화려한 역을 주로 하셨는데 그렇게 개성 없는 그냥 할머니로 나올 줄은 몰랐어요.

무엇보다 이 작품은 재미, 재미가 있어요 ! 재미란 무엇인지 상당히 애매합니다만 아무튼 재미있다고요!


+ 아시는 분은 아실, ' 그래, 이 맛이야!' 를 비롯한 배우 개그도 나옵니다. 영수 개그는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은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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