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8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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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일본 영화 포스터 같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디자인입니다.)



 - 경찰 한 무리가 커다란 저택에 쳐들어갑니다. 아저씨 하나가 이들을 막아서며 와이프에게 이 사실을 알리네요. 경찰이 그 아저씨를 제압하고 들어가니 무슨 수술실 같은 게 있고 머리에 붕대를 감은 남자애 하나가 괴상한 동화책을 읽고 있어요. 그 옆엔 딱 봐도 싸이코 같은 여자가 헤헤 웃으며 메스를 들고 있다가... 경찰이 덤벼들려 하자 자기 목을 그어서 죽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 옆방엔 십 수명의 어린이들 시신이... 아, 참고로 이건 수십 년 전 과거구요.


 장면이 바뀌면 현재입니다. 뭔가 구린 짓을 많이 하고 다니는 싸이코패스 변호사 니노미야가 주인공이에요. 시작하자마자 또 자신의 뒤를 캐고 다니던 누구 하날 죽이면서 스타트를 끊고, 절친 겸 동업자 관계의 싸이코패스 의사랑 둘이 똥폼을 잡으며 주절주절 근래에 벌어지고 있는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서 집에 돌아가려다가... 주차장에서 괴상한 복면을 쓴 누군가에게 도끼로 습격을 당합니다. 운 좋게 살아나긴 했는데 머리를 크게 다쳤어요. 그런데 자길 습격했던 괴한이 '너희 같은 놈들은 다 죽어야 해!!' 라는 말을 했던 게 맘에 걸리네요. 일단 자신의 악행을 알고 있는 듯 하다는 게 문제이고, 또 '너희 같은 놈들'이라는 표현도 거슬립니다. 그래서 자신이 탐정 놀이를 해서 경찰보다 먼저 범인을 잡아 버리겠다! 고 다짐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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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싸이코패스 변호사 니노미야. 일본 영화 속 미남치곤 정말 미남처럼 생겨서(...) 검색해보니 유명 인기 아이돌 출신이셨네요.)



 - 일본의 장르물이 다른 나라의 비슷한 영화들보다 잘 하는 것 한 가지... 로 제가 생각하는 게 뭐냐면 바로, 허세 가득한 똥폼입니다.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아무 알맹이 없이 극한의 똥폼을 추구하는 걸로는 일본 작품들이 최강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ㅋㅋㅋ 그리고 그런 게 가끔 보면 또 재밌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 썸네일에 나오는 열심히 멋을 부린 젊은이가 싸이코패스 범죄자로 활약하며 살인범을 잡는 이야기라니 이거슨 J-똥폼 무비로 괜찮을 수 있다!! 라고 기대하며 재생을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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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복장을 하고 살인마 노릇 하려면 너무 덥고 힘들텐데... 라는 맘에 걱정을 하게 되던 우리 괴물 나무꾼님.)



 - 글쎄요. 절반은 그럴싸했지만 절반은 또 실패였네요. 어디까지나 제가 기대했던 방향으로 그렇다는 얘깁니다만.

 왜냐면 제가 바랐던 건 '나는야 싸이코패스! 그러니까 아무리 똥폼을 잡으며 마구 나쁜 짓을 해도 괜찮다는 뜻이지!!' 라며 달리는 얄팍하고 유치하면서 쓸 데 없이 거창한 이야기였는데... 이 영화는 정반대로 가는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뭔 소리냐면, 주인공의 싸이코패스 설정은 결국 그 반대, 그러니까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장치였어요. 일생을 훌륭한 싸이코패스 범죄자로 나쁘게 살아 온 주인공이 어떤 사건 때문에 서서히 정상인이 되어가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그린 이야기거든요. 그리고 거기에다가 연쇄 살인마 이야기를 집어 넣고, 또 거기에 도입부에 잠깐 보여줬던 사건을 얽어서 미스테리도 만들고 반전도 만들고 그런 식으로 전개가 됩니다.


 아니 뭐 제 기대와 방향이 달랐다고 해서 그게 나쁜, 못 만든 영화라는 건 당연히 아니죠. 그런데 보면서 기대치를 조정하고 난 후에도 역시 영화가 뭐랄까... 살짝 모자랐어요. 싸이코패스 범죄자 이야기로도 살짝 부족. 인간성에 대한 진지한 드라마로도 부족. 둘 다 낙제점은 아니고 종종 괜찮은 부분도 있는데, 최종적으론 다 조금씩 아쉬웠더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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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의 친구 싸이코패스 의사님입니다만. 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게 반전(?) 입니다. ㅋㅋ 배우는 '기생수' 영화판의 주인공을 맡으셨던 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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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미소 짓는 싸이코패스 천재 살인마에 안경 쓴 냉미녀 천재 프로파일러가 나오는 시점에서 이미 참신함은 제로에 대략 10년은 늦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구요.)



 - 일단은 이 영화가 싸이코패스라는 소재를 다루는 태도가 문제였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사실 이게 대중 문화 상품들을 통해 많이 왜곡되고 부풀어진 개념이라는 게 다 드러난지 오래잖아요. (그리고 이걸 활용해 먹은 '나는 연쇄살인범이 아니다'라는 재미난 영화가 나온 게 이미 2016년입니다) 그런데 작년에 나온 나름 최신 영화가 참으로 정직하게 그 시절 싸이코패스 개념을 그대로 써먹습니다. 감정 없고 잔인한 천재 잔혹 범죄자라는 거요. 여기에서부터 이야기가 참 낡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그런 낡은 컨셉을 굉장히 '진지하게' 밀어요. 싸이코패스란 무엇인가, 이것이 왜 그리도 위험한 존재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면서 그 반대 개념으로 인간적인 인간... 을 들이밀고 그게 영화의 주제인데요. 후반의 드라마가 진지해지면 진지해질 수록 그 드라마의 부실한 기반(싸이코패스 무서워!!!)이 눈에 밟혀서 이야기가 이도 저도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덧붙여서 이 영화의 싸이코패스 설정에는 스포일러라서 말할 수 없는 뭔가 황당한 세계관(?)이 덧붙여져 있어서 그 어정쩡함이 3배로 강화되구요.


 마지막으로 그래서 결과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뭐랄까요. 나쁘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상도 받은 원작 소설 기반 영화인데, 그 덕인지 이야기 자체는 매끈하고 나름 재밌는 구석도 있어요. 그런데 그냥 매끈하기만 하고 특별한 임팩트 같은 게 없습니다. 충격적인 이야기가 되기엔 드라마가 너무 진지하고, 진지한 드라마가 되기엔 너무 낡고 자극적이고... 뭐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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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에게 일생 처음으로 인간적인 번뇌를 안겨주는 게 정략 결혼 예정이던 약혼녀라는 것도 참... 좋게 말해 고전적입니다? ㅋㅋ)



 - 대충 빨리 정리하자면요.

 호러라기 보단 피칠갑 추리물에 가까운 이야깁니다. 원작이 추리 소설이니까요.

 장점을 말하자면 생각보다(?) 멀쩡합니다. 멀쩡 매끈하고 재미도 없지 않아요.

 하지만 좀 당혹스러운 비현실적 설정을 숨겨 놓고 전개되는 이야기인 데다가 중심 소재인 '싸이코패스' 자체가 낡았어요. 사람들을 싸이코패스 컨셉으로 낚고서 인간성 인간성 노래를 부르며 마지막을 무려 감성 터지는 드라마로 마무리하는 것도 제 취향엔 좀 안 맞았구요. 한 10년쯤 늦게 나온 영화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그래도 일본 추리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그럭저럭 평타로는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며 그럭저럭 봤습니다. 혹시 관심이 가는 분이 계시다면 기대치는 적당히 낮추고 편하게 대충 보세요. 그럼 큰 실망까진 안 하실 겁니다. ㅋㅋ




 + 아. 그래서 제목은 왜 '괴물 나무꾼'이냐구요? 그냥 도입부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중요한 것처럼 언급되는 영화 속 세상에만 존재하는 동화책 제목입니다. 그 동화책 이야기가 주인공의 사정과 대략 얽히면서 괴기스러우면서 비극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데... 뭔가 그 우라사와 나오키 '몬스터'에 나오는 이름 없는 괴물 이야기랑 격하게 비슷해서 좀 웃겼습니다. 그냥 레퍼런스로 삼은 게 맞지 않나 싶을 정도로 닮았어요.



 ++ 감독이 미이케 타케시에요. 20여년 전의 그 엽기 발랄함은 다 어디로 갔나... 싶었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무난하게 매끈한 스릴러 정도 뽑아낼 능력은 유지하고 있으니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연쇄 살인마 & 미이케 타케시... 이니 피칠갑 고어가 쩔겠구나! 했지만 의외로 그런 거 거의 없습니다. 일부러 아주 열심히 피해가요. 그러니 고어 면역 부족하신 분들도 부담 없이 시청 가능합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자면 설명이 너무 번잡해져서 그냥 진상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도입부에 나오는 그 사건이 당연히 모든 난리통의 원흉인데요. 힘들게 얻은 자식이 싸이코패스인 것에 좌절한 과학자 엄마가 싸이코패스 치료법을 연구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애들을 유괴해서 두개골을 열고 신경칩(!)을 심어서 일부러 싸이코패스로 만드는 실험을 했다는 거에요. 그러고서 실패해서 죽은 애들은 집에다 숨기고, 성공한 애들은 더 이상 필요가 없으니 아무 보육원에다가 분산해서 던져 놓은 후 매년 한 번씩 전화를 해가며 아이의 성향에 대해 질문을 하는 식으로 결과 확인을 했다고. 그래서 결국 세상에 십여명의 싸이코패스 어린이들이 자라나게 된 것인데요. 그 중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성공한 녀석... 이자 도입부에서 경찰들에게 구출된 녀석이 연쇄 살인마 '괴물 나무꾼'이었습니다.


 수술 당시만 해도 착하고 상냥한 어린이였으나, 수술로 인해 싸이코패스가 되었고. 돈을 위해 아무 여자와 결혼한 후 증거가 안 남도록 살해해서 보험금을 잔뜩 타내고 희희낙락하고 있었는데. 정의감이 지나친 형사님이 와서 시비를 걸다가 날린 펀치의 충격으로 뇌 속에 삽입된 신경칩이 고장나면서 인간성이 돌아와 버렸다는 거에요. 그래서 자기가 저지른 짓에 대한 죄책감에 매일매일 고통받다가, 자기가 이 꼴이 된 과정을 기억해내고는 남아 있는 싸이코패스들을 찾아내 하나씩 죽이고 다녔다는 겁니다. (실제로 갸들은 싹 다 범죄자로 자라나 남들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었다는 설정입니다. 싸이코패스 혐오를 멈춰주세요... ㅠㅜ)


 주인공 역시 초반의 습격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후로 칩이 고장이 나요. 그래서 인간성이 왔다 갔다 하면서 번뇌를 하게 되고, 특히 자기 앞길을 위해 죽여 버린 대형 로펌 대표의 딸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더더욱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는데요. 그래도 어쨌든 자긴 이 감정이 너무 소중하니 앞으로도 오래 살아남아서 평범한 삶을 즐겨 버리겠다! 는 의욕을 보입니다만.


 이런 사정을 알 리가 없는 괴물 나무꾼이 그 여자를 납치하고 주인공을 소환해요. 그래서 아웅다웅 싸우다가 여자 앞에서 본인이 여자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이 까발려지고. 싸움에선 어떻게 이겼습니다만, 괴물 나무꾼을 죽이기 직전에 잠시 나눈 대화를 통해 상대가 자신의 어린 시절 단편적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그 유괴범 소굴에서 자길 애틋하게 챙겨주던 좋은 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형은 이제 더 이상 살 의욕이 없고, 속죄를 위해 그냥 죽고 싶어하니 길이 갈리겠죠. 주인공은 여자를 데리고 떠나고, 혼자 남은 형은 자기가 있는 장소에 불을 질러 놓고 웃으며 세상을 떠납니다.


 다음 날, 주인공을 집요하게 쫓던 프로파일러는 주인공을 찾아와 '증거는 없지만 니가 범인이라는 거 다 알고 있다. 언젠간 널 체포하겠다!'고 선언하고 떠나구요. 주인공은 피식 웃으며 어제 데리고 온 여자에게 가요. 그래서 몸은 괜찮냐,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내가 반드시 제대로 설명해주겠다... 면서 포옹을 하고. 당연히 잠시 후 놀라는 표정을 짓겠죠. 여자가 칼로 찔렀으니까요. ㅋㅋ 찔린 상태를 보고 중상임을 파악한 주인공은 갑자기 여자를 주먹으로 두들겨 팬 후 마구 목을 조르다가... 풀어주고 여자 몸에 난 상처를 확인합니다. 그러고는 여자에게 말해요. 당장 내 담당 형사에게 가서 신고해라. 넌 정당방위라는 증거가 생겼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 어서 가라고!!!!


 해서 여자는 울면서 뛰어가고, 홀로 남은 주인공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바닥에 뻗어서 애잔한 표정을 지어 보인 후에 숨을 거둡니다. 끄읕.


 ...근데 주인공들을 쫓는 형사들이라든가, 주인공의 싸이코패스 친구 의사라든가... 하는 사람들 얘기가 요약에 전혀 없죠? 왜냐면 전혀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ㅋㅋㅋ 극중 비중은 꽤 있어요. 그냥 필요가 없을 뿐. 그리고 이게 무려 대체 역사에 가까운 SF 세계관입니다. 극중 설명에 따르면 이미 30여년 전에 '신경칩'이란 게 개발되어 사람 뇌에 박아 넣고 이것저것 컨트롤하는 기술이 상용화되었다구요. 그랬다가 윤리적 문제 때문에 안 쓰게 되었다... 뭐 이런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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