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5 22:59
넷플릭스에서 [블루 제이]라는 영화를 봤어요. 원래는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크람푸스]란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틀어보니
제가 기대했던 2015년 영화가 아니라 엄청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2013년작 비디오 영화더군요. 혹시나 보실 분들은 건너뛰시길.
5분 정도 봤는데 진짜로 못 만들었어요.
다시 [블루 제이]로 돌아간다면, 이 영화는 마크 듀플라스가 각본을 쓰고 주연하고 제작한 저예산 흑백 영화예요. 감독인 알렉스
레만은 촬영감독이기도 했고요. 보면 아주 저예산으로 만들었다는 티가 납니다. 일단 대사 있는 배우가 세 명밖에 없어요.
두 주연배우하고 중간에 잠시 나오는 가게 주인요. 러닝타임 1시간 20분을 오로지 쇠락한 마을을 돌아다니는 배우 두 명만으로
채우는 영화죠. 캐논 카메라로 한 일주일 정도 찍었다고 합니다. 듀플라스가 각본을 썼다고는 하지만 영화의 대사 대부분은
기본 줄거리와 캐릭터 설정만 받은 두 배우의 즉흥연기였다고 하더군요.
영화의 설정은 저예산 미국 인디 영화 제작법 교과서에서 그대로 따온 것 같아요. 남자 주인공 짐은 오래간만에 고향에 내려왔다가
고등학교 때 여자친구였던 아만다를 만납니다. 아만다는 오래 전에 결혼했고 역시 어쩌다가 우연히 같은 시기에 고향마을을 방문했던
거죠. 오래간만에 만난 두 사람은 마치 아직도 둘이 애인이기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아직
애인 사이였던 과거로 빠져들죠.
이 도입부가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우연한 재회에서부터 두 사람의 게임에 이르기까지, 척 봐도 두 사람만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지요. 그만큼이나 어디서 전에 본 것 같기도 하고. 왜들 이렇게 고향에 돌아온 우울한 남자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하지만 이런 인위성과 평범함에 익숙해지면 관객들은 이 게임을 하는 두 배우의 페이스에 말려들게 됩니다. 특히 아만다를 연기한 사라 폴슨이
좋아요. 영화의 세팅은 인공적인 장치나 플래시백 없이 배우들에게 인생의 두 시기를 자연스럽게 오가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요.
그리고 가벼운 노스탤지어 사냥과 같았던 이들의 데이트가 과거의 아픈 상처를 드러내는 순간 영화는 상당히 깊어집니다. 멜로드라마이지만
그래도 진짜 고통과 회한을 담고 있는 진짜 이야기인 거죠.
(16/12/25)
★★★
기타등등
제목의 블루 제이는 파랑어치를 의미하기도 하고, 마을의 망해가는 영화관 이름이기도 하고.
감독: Alex Lehmann, 배우: Mark Duplass, Sarah Paulson, Clu Gulager
IMDb http://www.imdb.com/title/tt591245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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