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건 감사와 자랑의 글)

2022.12.10 03:00

Kaffesaurus 조회 수:464

'어제 우리가 커피공룡 생일 축하로 꽃집에서 화환 만드는 수업 듣고 만들었거든' 이라고 카로가 말하자, 지금 교환 대학원생 연구원으로 와있는 K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또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생일은 한달도 더 전에 지나갔고, 그리고 나서 부서에서 케익과 선물도 받았고 그런데 아직도 생일 타령이라니. 거기다 대고 카로는 '아 아직도 내가 알기로 두번 더 남아 있어. 이번 주말에 (동료)루이스가 저녁산다고 들었고, 우리도 어제 저녁을 못했으니 1월에 저녁먹자'. K의 알 수 없다는 표정을 보며 느끼는 이 부끄럼 아닌 부끄럼은 나의 몫인가. 얼굴이 조금 달아 오릅니다. 


제 전남편과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전 제 생일을 안챙겼어요. 그렇게 생일 챙기는 걸 대단히 여긴 사람이 아니었기도 했지만, 사실은 워낙 그 사람이 안챙길걸 알고 있어서 미리 아플일 없이 차단한거죠. 친구들과 이 사람과 함께 만나는 건 너무 힘든 일이어서 저는 오랫동안 퇴근한 뒤엔 혼자이기만 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혼을 하고 나서 아 이렇게 생일을 챙겨야 겠다 싶더군요. 생일날은 선물이랑 함께 있고, 그 전날에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로. 남이 사주는 밥 먹는 게 익숙하지 않은 스웨덴 친구들을 인도 음식 레스토랑에 초대하고 (친구들이 거의 이건 나의 본능에 어긋나느 일이야 하면서 제가 돈을 다 내게 할때의 표정이란) 사실 선물도 필요없지만 그건 어차피 해봐야 소용없는 말이니, 물건대신 점심이나 영화를 보여달라 하면서 저의 생일을 챙기게 된게 벌써 8년 된거 같아요. 어느 때 부터인가 같은 부서에 일하는 친구들 세명 (소피아, 헬레나 그리고 카로)는 저와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을 선물로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무언가는 늘 제가 잘 하지 않는 일인데 그 순간까지 알려주지 않고 단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 지만 알려주어요. 아마 그런 선물을 처음 받았을 때 였는데, 늘 원피스 내지 치마만 입는 제가 바지와 그것도 단화를 신고 출근을 하자 저희 Prefect가 너무 놀라서 가다가 멈추더군요. 제가 얘네들이 이렇게 입고 오라고 했다고 했더니 막 웃었던 기억. 

이번에는 소피아의 친구가 하는 꽃가게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용 화환 만드는 수업을 듣고 만들었습니다. 카로가 스톡홀름을 가야해서  계획이 조금 바뀌었다고 했었는데 막상 그곳에 갔더니 있더라고요. 집에 문제가 있어서 갈 수 없었다고.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자재를 가지고 같은 시간에 만들어도 모두가 다르게 만들 화환. 그래도 일주일에 못해도 두세번은 보는 얼굴들인데 일이 아닌 다른 것이 함께 하는 게 너무 즐겁더군요. 


다음날 다들 돌아가면서, 카로가 스톡홀름 간다고 한거 진짜라고, 그래서 카로없이 저녁까지 먹을 수 없어서 계획을 바꾼거다. 1월에 저녁먹자 라고 저한테 설명했습니다. 


사실 요즘에 일하는 게 더 힘들어요. 일한제 20년이 되가는데 더 쉬워지는 게 아니라 정말 더 무거워지네요. 언젠가 제가 울로프에게 우리 요떼보리로 이사할까? (요떼보리는 울로프 가족이 있고, 대학이 있거든요) 했더니 울로프가 나야 좋지 그런데 당신 친구들은 따라 이사 안할걸 이라고 답하더군요. 이 친구들이 없다면 일하는 건 정말 너무 힘들거에요. 


감사하고 자랑합니다. 


(그리고 저는 내일 친구 루이스 내외가 생일 선물로 사주는 밥을 먹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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