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관리에 관한 강박..

2010.08.03 10:18

DH 조회 수:3239

이른바 '마당발'이라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참 피곤하겠다 싶기도 합니다. 언젠가 '세바퀴'에서 양희은은 "인간관계를 '인맥'이라고 하면서 '관리'대상으로 삼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는 뉘앙스의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참 씁쓸한 이야기죠. 어쩌다보니 친한 사람이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될만한 사람을 골라서 친해지는게 인맥 관리라고 생각하면 끔찍한 일입니다.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 인맥이라는게 실제로 작동하기 때문이지요. 회사에서도 흔한 일이고요. 사장처럼 행동하는 거만한 간부에게는 "저 사람이 현 정권 실세 누구누구랑 친하데" 라는 루머가 따라붙고, 승진 인사가 있을 때마다 "이번엔 oo대 출신들이 잘나갔네. 역시 oo대 출신이 이사가 된게 영향이 컸겠지." 하는 뒷말들이 오갑니다. 가족중에 환자가 생기거나 소송 거리가 생기면 사돈의 팔촌까지 뻗쳐서라도 아는 의료인, 법조인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걸 보면, "인맥 관리 같은 거에 힘빼지 말라"는 조언은 할 게 못되는 것 같습니다.

 

뭐 개인적으로 인맥 관리에 힘쓰는 건 그들의 일입니다만, 그걸 너무나 믿은 나머지 같은 배를 탔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강한 압박을 하니 상당히 피곤하네요. 사내에도 정치가 있게 마련인데, 이 분은 특정 고교, 대학 출신들이 잘 나가는 게 너무나 부러우신 모양입니다. 학연의 영향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개인적인 노력도 한 게 있을텐데, 이 분의 머리속에는 "다 필요없고 동문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는게 승진과 출세의 모든 것"이라고 믿어버리신듯 합니다. 그래서 이른바 '네트워크 형성'에 만전을 기하고 계신데, 그나마 회사에서 얼굴 보고 같이 일하는 동문들끼리 가끔 밥 먹는건 그렇다 치겠습니다만, 외부와 연결하려고 하니 무지 피곤하네요. 그렇다고 무슨 대단히 빽이 될 사람들을 알아서 만남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아니고, 업무상 인연이 닿은 이런 저런 기관에서 동문만 만났다하면 거기 동문회와 조인트를 해서 '인맥'을 넓히려고 하시니 거 참. 혼자 그러시면 괜찮은데, 이것의 본질은 결국 끼리끼리 모여서 밀어주고 당겨주는 거다보니 동문 선후배들에게 참가를 닥달합니다. 선배들은 그나마 괜찮지만, 후배들은 싫다고도 못하고 곤욕이지요.

 

그동안 그럭저럭 장단 맞추던 후배들도 슬슬 지치고 있습니다. 저도 고민이네요. "선배님과 달리 전 별로 인맥 덕보고 싶지도 않고, 동문이라고 별로 친해지고 싶지도, 밀어주고 싶지도 않습니다. 각자 능력껏 살아남는게 어떨까요." 라고 한 번 들이받아야 그만하실 것 같은데, 회사에서 계속 얼굴 보고 살아야 할 사람을 들이받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닌지라 참 고민입니다. 싸우지 않고 들이받지 않고 사는게 쉽진 않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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