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책 필요하신 분은 이 곳으로

2010.10.19 05:31

스미레 조회 수:3360

친구가 얼마 전에 책방을 열었습니다. 것두 인문사회과학 전문 서점으로. 신문에 날 일이죠. 망하지 않고 10년은 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서점 이름이 Red Books 입니다. 이 곳 까페라떼는 가격대비 훌륭합니다. 커피도 맛있다고 합니다. 

서대문역 근처입니다.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위클리경향에 나온 기사 퍼오니 참고 하시길...

 

홈페이지는

http://redbooks.co.kr

 

[커버스토리]사회과학서점 다시 문 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민주화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학가에 자리잡은 사회과학서점들이다. 민주화의 격랑기, 역사와 함께 했던 이들 서점은 1990년대 중반 이후 하나둘씩 사라져 마침내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지난 9월 말 대학가도 아닌 도심에 용감하게 인문사회과학서점을 연 이들이 있다. 이들이 뒤늦게 ‘인문사회과학’을 주목한 까닭은 무엇일까. 진보담론의 위기도 이제 바닥을 쳤다는 걸까. 「Weekly경향」이 2010년 인문사회과학서점과 출판의 오늘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인문사회과학서적으로 꾸민 레드북스의 매장. 책장은 아직 군데군데 비어 있다.

무작정 걸었다. 기억에만 의존한 게 실수였다. ‘서대문역 3번 출구 앞에서 독립문 방향으로 100m’라고 했다. 이쯤이겠거니 하는 곳에서 주위를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잘못 찾아왔나…” 싶어 전화를 하려는 순간,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빨간색으로 쓰인 ‘Red Books’라는 간판이다. 꼬치구이집 2층이다. 간판에 적힌 풀네임은 이랬다. ‘작은 책 카페 Red Books 인문사회서적·커피·모임’. 계단이 가팔랐다.

성대 앞 <풀무질>이 생각났다. 맞은편으로 이사 가기 전이다. 비좁고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2층엔 보다 ‘전문적인’ 범주의 이념서적들이 쭉 진열되어 있었다. 친구가 아르바이트하고 있던 그곳에서 기자는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를 뗐다. 벌써 20년 전 이야기다.

80년대 사회과학서점의 추억

사실 ‘레드(red)’라는 말이 담고 있는 불온성은 한국사회에서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일부 기독교 단체들이 반발했지만, 2002년 월드컵 때 축구 서포터즈 ‘붉은악마’는 우리 모두 빨갱이(reds)가 되자고 외치지 않았던가! ‘빨간책’은 사회과학도서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던 마르크시즘이나 북한 도서를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청계천에서 팔던 음란도서를 일컫는 은어이기도 했다. 어느 경우나 그 책들을 소지하거나 본다는 것은 호기심과 두려움이 반반 섞인 양가적 감정이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심검문도 걱정이었다. 술김에 ‘빨간책’이 든 가방을 잃어버린 어느 학교 운동권의 ‘불행한 이야기’가 때때로 소문으로 돌았다. 한 마디로 그놈의 술 때문에 신세를 망친 것이다.

1987년 6월 항쟁이 기점이었다. 대학가 앞에 그런 서점들이 자리잡았다. 아무리 작은 대학이라도 대학 앞에 적어도 하나씩은 있었다. 소위 ‘메이저 캠’ 앞에는 3~4군데씩 자리를 잡기도 했다. 시작은 다양했지만, 이 기간 이후에 만들어진 서점들은 대부분 그 대학을 졸업한 운동권들이 ‘운동전망’을 고민하며 만들어놓은 서점이었다. 그곳은 대학후배 운동권들의 아지트였다. 서점 주인들은 앉아서 책을 독파한다고 따로 눈치를 주진 않았다. 대학가 담론과 뒷담화가 재생산되는 공간이기도 했다.

동시에 대학가 사회과학서점은 정체불명의 ‘지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발행하던 팸플릿의 유통공간이었다. 팸플릿을 발행하는 단체들은 ‘과학’과 ‘계급당파성’을 내세우며 선명성 경쟁을 했다. 때로는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자신들의 이론과 노선이 옳다고 역설했다. 그러던 어느 날, 봄 눈 녹듯이 사라졌다. 팸플릿도, 그것이 유통되던 공간도. 그때 그 팸플릿을 만들던 사람들은, 그리고 그 서점에 드나들던 사람들은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전날 통화에서 김현우 <레드북스> 공동대표(39·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는 오전 11시 정도에 문을 연다고 했다. 15분 정도 늦게 도착해 서점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책 정리를 하고 있었다. 아직은 비어 있는 책장이 많다. “사실 민망합니다. 시작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고….” <레드북스>는 9월 30일 오픈했다.
 
레드북스 개장을 축하하러 온 인사들이 서점에서 뒤풀이를 하고 있다. |레드북스 제공

10여평 남짓한 공간은 가운데 책장을 기준으로 둘로 나뉠 예정이다. ‘오늘의 책’과 ‘어제의 책’. 오늘의 책은 신간이고, 어제의 책은 헌책이다. 카운터를 기준으로 바로 앞에 ‘새로 나온 책’들이 꽂혀 있다. ‘오늘의 책’ 분류기준은 출판사다. 벽을 쭉 둘러 가나다 순으로 출판사 이름이 붙어 있고, 그 출판사가 낸 인문사회과학서적이 꽂혀 있다. 과거에 전문사회과학출판사로 기억되는 몇몇 출판사 이름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출판사들은 이제는 인문사회과학서적 출판은 완전히 포기한 것일까. “그런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습니다. 사실 출판사와 직거래를 터야 하는데 아직 총판을 통해 책을 받는 입장이다 보니 전체를 포괄하지 못하는 면도 있고요.” 김 대표에 따르면 지금도 ‘사회과학’만으로 잘나가는 출판사는 거의 없다. 그래도 새롭게 개척한 출판사도 있다. 이매진이나 후마니타스는 비록 5~6년 전에 생겼지만 내용과 독자층위를 새로 개척하고 넓힌 경우다. “가장 안타까운 것이 출판사가 망하거나 업종을 전환한 뒤 책들이 산산히 흩어져 있고, 읽는 사람도 흩어져 있다는 것이에요. 책방이 잘돼서 그런 흐름들이 만나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책, 그리고 어제의 책
 
서점의 입장에선 출판사와 직접 거래를 트는 것이 유리하다. 총판은 책이 팔리든 안팔리든 들여놓은 책값 총액의 일정비율을 선납해야 한다. 반면 출판사는 팔리는 만큼만 결제를 하면 된다. 책 마진도 총판보다 직거래가 높다. 

어제의 책 코너를 살펴봤다. 진짜 ‘어제의 책’이다. ‘철학’이라고 분류된 코너의 두 번째 칸에는 ‘철학의 기초이론’, ‘세계철학사Ⅲ’ 등이 꽂혀 있다. 이름은 철학이지만 동·서양철학을 다루는 책이 아니라 과거 소련에서 출판된 변증법적 유물론 교과서다. 짜골로프 판 정치경제학 교과서가 ‘경제학’ 코너에 꽂혀 있다. 철학이나 정치경제학과 관련된 논의 곳곳에 ‘소비에트 사회주의의 필승불패’를 주장하던 그 책들은 출판된 지 불과 몇 년 후 현실사회주의의 몰락을 경험해야 했다. 비교적 최근의 학술서나 교양서도 눈에 띈다. 붙어있는 가격은 1000~4000원선. 싸다. 웬만한 헌책방도 ‘반값’에 파는 책들이다. “사실 기증받은 책들인데, 그것을 비싸게 받는 건 조금 그렇죠.” <레드북스>의 총무를 맡고 있는 김유경씨(27·여)의 말이다.

“결혼하면 ‘누가 먼저 프로포즈했느냐’라는 게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이지 않습니까? 서로 ‘저 사람이 먼저 제안했다’고 하는데, 말하자면 서로의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죠.” 최백순 공동대표(45·진보신당 종로구 위원장)의 말이다. 최 대표는 지역 거주민의 입장에서, 김 대표는 직장이 길 건너에 있는 경우로 이 동네에서 자주 술을 마시던 사이였다. 처음 이야기가 나온 것은 2009년 초 정도이니 1년반도 더 된 구상이다. 최 대표는 덧붙였다. “사실 준비는 안했어요. 아이디어 수준에서 이야기만 하다가 항상 걸리는 문제가 두 가지 있었어요. 첫째는 그런 고민을 구체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가능한가, 당연히 뒤따르는 것이 두 번째 문제인데, 사실 이 바닥의 사람들이 돈이 없지 않습니까. 돈 문제는 그냥 뭐… 어떻게 해보자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두 공동대표가 대주주다. ‘출혈’은 있었다. 보증료 및 커피시스템, 인테리어 등을 모두 포함해 3000만원이 들어갔고, 책값에 2000만원이 들어갔다. 최 대표는 보다 소규모화한 주민운동이나 풀뿌리운동의 차원에서 서점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소규모 네트워크죠. 하나의 자그마한 권역에서 녹색이나 생태에 관심이 있는 주민들을 모아내는 그런 일들이 자치구에서 활성화되고, 이게 또 서울 전역에서 일어나면 그게 진정한 ‘아래로부터의 주민참여운동’이지 않을까, 그런 것에 대해 매개자 역할을 작게나마 이 동네에서 시작해보자, 그것이 처음의 문제의식입니다.”

기자가 머무는 동안에도 ‘총판’에서 책이 계속 들어왔다. 대표들은 들어온 책들 중 맞지 않는 책들을 골라냈다. ‘골프천재 홍대리’, 살펴볼 필요도 없이 반품 대상이다. 어린이 학습도서를 두고는 살짝 고민에 빠졌다. 기후변화 문제를 다룬 만화형 학습서다. 결국 그것은 남기기로 결정.
 
서울 서대문구에 자리잡은 인문사회과학전문 서점 <레드북스>. 지난 9월 30일 문을 열었다.

손님이 왔다. 길 건너 지역아동센터협의회 사람들이 차를 마시러 왔다. 기자와도 안면이 있는 박경양 목사가 반갑게 악수를 청한다. 서점 사람들이 분주해졌다. 영업에 방해를 줄 것 같아 잠시 밖으로 나왔다. 1층.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은 간판들이 눈에 띈다. 청년실업자 네트워크인 ‘청년유니온’은 이 건물 3층에 있다. 민족정기구현회는 고 권중희 선생이 활동하던 단체다. 치안경찰신문사 서부지부? 이건 잘 모르겠다. 건물 바로 옆에는 ‘아가씨 항시 대기’를 모토로 삼고 있는 ‘ㅇㅇ미인클럽’의 입간판이 서 있다.

최 대표는 레드북스의 ‘입지조건’이 좋다고 했다. 김 대표가 파일철을 가져와 보여준다. 지역아동센터협의회, 참교육학부모회는 물론이고 최근 경향신문사 건물로 이사온 민주노총도 잠재적인 고객이다. 서대문 로터리 쪽 ‘윗마을’에는 퀵서비스 노조, 금속노조 서울지부, 투기자본감시센터, IT노조, 한노사연, 외노협, 민언련 등이 있다. ‘아랫마을’에는 빈곤사회연대, 용산범대위, ‘이윤보다 인간을’과 같은 단체가 있다. 민주노총이 서대문으로 이사오면서 현장노동자회 등 단체들도 따라왔다. 김 대표의 말. “포스터를 만들어 배포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많이 받았습니다. 일단 리플릿 같은 걸 만들어볼까 해요. 한 면에는 레드북스 소개를 쓰고, 다른 한쪽에는 이쪽 각 단체들의 위치를 나타내는 지도를 그려넣고. 아마 단체들도 ‘와, 이쪽에 이렇게 단체들이 많이 있었네?’ 할 겁니다.” 회의시간 등을 기다리며 오며가며 들른다든지, 약속장소로 활용되면 ‘만세’라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어쨌든 생존은 가능할까. 두 대표의 계산에 따르면 영업일 기준으로 한달은 24~25일이다(일요일은 쉰다). 임대료나 유지비 등을 고려하면 하루 순수익이 최소한 10만원은 나와야 한다. 순수익이 그만큼 나려면 매출은 최소 30만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 20만원 정도면 본전이다. “사실 이익을 보려고 시작한 일이 아니에요. 10년을 내다보고 버티면 성공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인문사회과학서점 절망의 터널은 끝?
 
저녁, 다시 레드북스를 찾았다. 레드북스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1시에 열어 저녁 10시까지 운영한다. 낮에는 꺼져 있던 ‘00미인클럽’의 입간판이 거리에 나와 불을 밝히고 있다. 김 대표를 다시 만났다. 진지한 질문. 왜 하필이면 지금 인문사회과학서점인가. ‘문을 닫는 인문사회과학서점’ 보도가 계속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런 추세가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는지.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10년 전, 우리 서점의 주고객층들이라고 할 386과 포스트386세대의 경우 이제 막 취직하고 결혼하고 정신이 없었잖아요. 지금은 아이들도 다 학교에 들어가 어느 정도 한숨도 돌렸고, 그 세대가 ‘아,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라고 자신을 돌아볼 때이기도 하고요. 농담반 진담반으로 우리들끼리는 ‘촛불소년소녀 10년 양성론’을 주장합니다. 촛불을 경험한 아이들이 생활인이 되는 데 앞으로 10년인데, 그때까지 힘들겠지만 우리가 ‘허리’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오후 10시. 마감시간이다. 기자는 ‘어제의 책’ 코너에 있던 자본Ⅱ권과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의 책을 사 매출을 보탰다. 이날 매출은 12만원 정도. 이대로 가면 적자다. 김 대표는 “어제 매출이 30만원 정도였으니, 평균 잡으면 20만원 정도로 ‘똔똔’은 한 셈”이라고 말했다. <레드북스>는 계획대로 10년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서점은 힘드니 북카페를 해보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북카페 모델은 꽤 돼요. 후마니타스가 합정동에 책 다방을 냈고, 진보신당 당원인 김형탁씨가 과천에 북카페를 열었습니다. 책이 안팔려도 저녁에 ‘물장사’를 할 수 있으니 보전은 된다는 겁니다. 부산 해운대에는 헌책방 카페 같은 것도 있고. 반농담이자 진담인데, 혹시 털어먹어도 크게 털리진 않을거라고 봅니다.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오히려 희망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들 얼굴사진 같은 거 안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이제 며칠이나 됐다고…. 한달은 해봐야 했다고 얼굴 내밀 수 있는 거 아니에요?”
 
2010년 10월 19일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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