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0 23:38
개에 관심이 없으시면 비호감 글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병과 관련된 이야기니만큼 그리 깔끔치 못한 내용이 많으니 이것도 주의하시길.
일전에 적었던 저의 개 수술 이후 얘기 되겠습니다.
비장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퇴원했지만 악성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어요. 확실치 않으니 항암은 안 하기로 하고(확실해도 항암 치료는 안 했을 듯) 일단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빈혈 수치가 낮아 입원이 좀 길었음에도 집에 와서도 기운이 없고 잘 먹지 않아 회복이 늦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방광 결석이 생기는 체질이라 몇 년 전 결석 제거 수술을 한 번 했는데 잔돌들이 또 요도 쪽으로 내려왔는지 소변 보는 걸 힘들어 하는 겁니다. 자꾸 변기로 올라가지만 조금씩 나오고 똑똑 흘리고 다니고...다행히 예전처럼 피가 섞인 정도는 아니어서 매너 가드 한 번씩 하고 따라 다니며 닦는 걸로 유지했어요. 당장은 이어서 수술할 수 없고 결석 제거 수술을 할 정도로 체력이 회복되어야 하니.
나쁜 일은 떼를 지어 온다고 하루는 또 눈을 잘 맞추지 못하면서 눈부셔하고 충혈이 되기 시작해서 동물 안과에 갔더니 각막염이라네요. 눈은 붓고 붉게 충혈되어서 안 보이는 내장이 탈난 것보다 더 큰일 나 보이고 힘들어 보였어요. 수술한지 얼마 안 되어 눈까지 탈이 나다니. 눈을 건드리면 안 되어서 넥커버를 두루고 계속 지내는 불편함도 딱했고요. 두 가지 안약을 두 시간 간격으로 하루 여덟 번을 넣어야 했는데 수술후 먹어야 하는 외과약과 심장약 두 종류 하루 두 번 복용에 안약까지 겹쳐서 참 바빴습니다. 개도 약 넣고 간식이나 물 먹고 좀 잠들려고 하면 또 약 넣거나 먹어야 할 시간일 때가 많았죠. 일 주일을 이렇게 보내고 다시 진료를 갔는데 이제 하루 세 번만 넣으라고,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보기에도 눈은 점차 깨끗해졌어요.
소변 보기는 한 달 동안 힘들었는데요, 하루는 소변 후 변기를 닦는데 패드에 가루 같은 게 떨어져 있어 자세히 보니 아무래도 소변에서 나온 돌가루가 아닌가 싶은 겁니다. 그 중 좁쌀 크기가 몇 개 있어서 동네 병원에 가져가 물어 보니 돌가루 맞고 그런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그 다음엔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똑똑 떨어지듯 나오던 소변이 졸졸 흐릅니다. 소변 보는 간격도 말할 것 없이 길어지고요. 아이쿠, 지금 이 글 적으면서도 새삼 넘 좋네요.
지난 주에는 수술한 병원에 검진 다녀왔어요. 모든 수치가 정상이고 초음파상으로 이상도 없다고, 그냥 심한 염증이 악성으로 나타난 것이 확실시 된다고 합니다.(항암치료한다 했으면 어쩔뻔...이건 좀 이상했어요. 왜 결정하라고 했는지)
탈이 한꺼번에 찾아와서 암담할 때도 있었고 지치는 순간도 있었지만 어쨋든 제일 큰 심정은 개가 아픈 중에 제가 걸렸던 코로나도 무난하게 넘기고 체력적으로 개를 돌볼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것만이 다행이라는 생각이었어요. 토마스는 이제는 식욕도 괜찮고 몸무게도 늘었습니다.
모든 분들이 편안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급마무리합니다.
2023.01.10 23:51
2023.01.11 09:42
많이 좋아졌기에 글을 쓸 마음이 생겼나 봐요.
사실 오래 전에 로이배티 님의 강아지 글 읽었어요. 정성을 다해 돌보셨잖아요.
기원 감사합니다.
2023.01.11 00:06
어휴 읽다가 다른 사람 반려동물 아픈 얘기에 제가 다 안쓰럽네요. 토마스가 정말 아팠겠어요. 토마님도 돌보시느라 고생하셨고 그래도 또 나아졌다니 천만다행입니다. 2023년에는 둘 다 건강하게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
2023.01.11 09:44
말 못하는 녀석들이라 아프면 제일 안쓰럽죠. 공감에 감사드려요.
LadyBird 님도 항상 건강하시길.
2023.01.11 00:08
2023.01.11 09:56
물은 먹는 편인데 엑스레이 찍어 보면 방광 자체가 작다고 해요. 그 형편에 돌이 생기면 금방 불편해지네요. 다행하게도 이번에 가루같이 잔돌이라 꽤 나왔나 봅니다.
토마스는 이제 15세입니다. 안 그래도 피부알레르기 약까지 먹곤해서 신장과 간이 신경쓰여요.
조언과 기원 감사드립니다. 쏘맥 님 강아지도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2023.01.11 08:22
2023.01.11 10:17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어디서 애 우는 소리가 들리면 넘 힘들었는데 요즘은 개가 예사롭지 않게 짖는 소리가 들리면 마음이 안 좋아요.
문 님께서도 건강하십시오!
2023.01.11 10:30
다행입니다...!! 부디 건강하길!!
2023.01.11 20:41
응원 감사합니다!
2023.01.12 09:20
글읽던 제가 다 평안해지는 기분이네요. 돌보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토마스는 앞으로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네요.
2023.01.12 09:30
겹쳐서 아플 때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저나 내나 잘 견뎌내고 있어 다행이죠.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 기운을 모아모아서!
2023.01.12 22:10
그런데 개는 보험이 안되서 병원비 엄청나지 않나요. 전 무엇보다 개나 고양이나 아프면 그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을거란 사실때문에
못키우고 있거든요. 혹시 몇 살인가요? 꽤 나이가 있어서 노환이 오는건가요? 악성종양이라니 아직까지 마음은 무거우실거 같아요.
이렇게 치료에 신경을 많이 쓰신걸 보니 정말 가족인 반려견일텐데 걱정 많으시겠어요.
수술을 해서 완치되었으면 좋겠는데 그건 아니라하니..... 항암치료 안받아도 반려견의 건강이 좋아지고 thoma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점점 시간갈수록 건강하면 그게 복이더군요.
2023.01.12 23:32
병원비 엄청났습니다. 노견이 되면 병원비도 크게 들고 집에서도 누군가 한 사람은 돌봐야 해서 이런 부분 고려 없이는 절대 함부로 동물을 들이면 안 됩니다. 산호초 님 현명하신 겁니다.
위에 썼는데 토마스는 15세고 이번처럼 큰 수술은 처음이었어요. 잔병치레는 많았지만요. 하지만 암은 아닌 것이 확실시 된다니 이제 정기 검진 석달에 한 번 다니면 됩니다. 사는 길이가 인간보다 짧을 뿐 살면서 병이 오거나 나이들면서 관절, 눈, 귀 모두 퇴화하는 것이 인간과 같았습니다. 그냥 집에 평생 어린 놈 한 식구 더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산호초 님 지난 글에 몸이 안 좋으시다고 읽었는데 요즘은 어떠신지, 건강 잘 돌보시기 바랍니다.
2023.01.16 15:13
네, 감사드려요. 여전히 저는 골골해요. 특별한 병이라기보다 골골 쇠약입니다;;;;;;
내내 막막해하며 읽다가 막판에 급빵긋해지는 기분!!! ㅋㅋㅋㅋ 정말 다행이네요. 토마스군 더 더 건강해지길 빌어요.
제가 마지막으로 키웠던 강아지 생각이 나요. 마지막에 1년 넘게 제가 퇴근 후에 매일 병원 데리고 다니고 그랬는데. 그래서 토마스 이야기에 더 이입이 되고 그럽니다. 다시 한 번 더 더 더 건강해져서 오래 행복하게 살길...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