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작품을 추천해주신 Centrum  님께 감사를 드리고싶습니다.  시작은 돌아가는 펭귄드럼을 소개해주신 (구) hermit 님에게로부터 왔겠네요.

이 작품에 대해서는  Centrum 님이 충분히 잘 소개해주셔서 제가 덧붙일 만한 부분이 별로 없기에, 소개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써  간단한 감상 소감 정도를 적어볼까합니다.





간단한 감상 소감은, 


'이런 명작을 왜 이제야 봤던 것인가!"  ... 입니다.


반게리온 이래로 이런 충격은 처음이었습니다. 1화부터 괴작의 스멜이 풀풀나서... 내가 대단한 물건에 손을 대고야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단숨에 정주행하고나서 다시 돌려보기까지했습니다 (각종 은유적 상징과 복선때문에 한번 보는 것으로는 놓칠 수있는 부분들이 많더군요. 물론, 두번째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습니다만.)


그러니까 우테나가 만들어진 후 제가 보기까지는 16년이 걸린 거네요. 물론 이 작품이 에반게리온, 공각기동대, 카우보이 비밥등과 더불어 90년대 중후반을 대표하는 문제작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오랫동안 보기를 망설인 이유는, 아무래도 순정 만화풍의 그림체와 , "옛날 옛날에 왕자님이 … "로 시작하는 도입부 등등저에게 나름 진입장벽이라고 생각되는 요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만 보고 단순한 여성향 백합 애니로 생각했던 것도 원인이겠고요.

 

사실,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가 기존의 마법소녀물을 비틀었듯이, 이 작품은 각종 소녀 취향의 클리셰등을 가져와서 기존의 쟝르를 뒤틀기 위한 장치로 사용했다는 것을 1화 중반부터 보면서 깨달을 수는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4화 이후부터는 주로 나나미라는 등장 인물을 통해 개그의 소재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일단은 이 작품이 주는 메세지나 상징들의 분석을 떠나서, 뛰어난 스타일과 연출력으로 인해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없을만큼의 기괴한 매력이 있습니다

이게 너무 감각적인 거라서, 도저히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고, 직접 보셔야합니다.

 

 

[utena-sword.jpg]


(결투에 사용하게 되는 칼을 서브 여주의 가슴에서 뽑아서 사용하는 장면.  , 여주는 걸어다니는 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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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방울을 달고나서 소로 변해서 우테나를 공격하는 나나미)

 



 utena_car.png


(극장판 후반부에서 자동차로 변신한 우테나)

 

 

에반게리온 못지않은 상징과 은유, 함축적인 장면들과 더불어보는 관객을 농락하고 멘붕으로 이끄는 사기적인 스토리 라인 (이거, 90년대 말의 트렌드입니다)

중독성 강한 배경음악과 OP, ED. 거기에 아스트랄한 개그 감각강렬한 스토리 반전과 실험 정신, 철학적인 메세지 등등.  

비슷한 시기의 에반게리온 팬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요소들도 다분하다 수있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빨려들게하는 연출력의 뛰어남이야말로 우테나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비록 직접적인 연출을 피하고, 다양한 상징과 은유를 사용했지만 이 작품의 메세지는 상당히 명확한 편입니다. 

이 작품의 주제는 오프닝과 엔딩의 가사, 그리고 등장인물들에 의해 자주 인용되는 데미안의 한구절, 즉 '알에서 깨어나 세계 밖으로 나가기 위해 투쟁하는 새' 등에서도 드러나고, 스토리 라인에서도 드러납니다. 

다시말해, 변혁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틀을 깨고 나와야한다는 것이지요. 좁게는 여성의 자아와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에서의 해방이지만, 더 넓게 내적 혁명으로서의 한 인간의 성장으로도 볼 수있겠습니다. 주인공인 우테나가 가지고 있는 이중성과 모순 (본인의 자아와 여성적 역할에 대한 기대 사이)등은 그녀 스스로가 어린 시절에 겪은 일의 일부분만을 기억하고, 더욱 더 중요한 나머지 부분을 무의식적으로 억눌러왔다는 점에서도 드러납니다. 이러한 모순은 다양한 사건을 통해서 도전받고 극복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결투까지도 우테나는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었지요. 

가장 충격적인 반전이라할 수있는 38화 마지막에서의 안시의 대사는 우테나가 스스로 완전히 그 내적 모순을 극복한 것이 아니라는 절망적인 외침입니다. 


극장판에서는 간접적인 표현위주의 TV 판과는 달리 빠른 전개와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합니다. 여기에서는 안시가 단순히 구원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우테나와 함께 세계 밖으로 나가기 위해 투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편,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가 이 작품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것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의 투쟁을 통한 세계의 변혁과, 마녀로 지목당한 소녀 (들)의 구원, 그리고 그러한 투쟁 이후 잊혀져가는 주인공을 기억하는 단 한사람의 친구 등등. 큐베와 아키오의 공통점도 떠오르네요. 아키오의 이름이 계명성 (루시퍼)에서 왔다는 사실도 특기할 만합니다.


감독인 이쿠하라 쿠니히코씨도 여러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명확한 대답을 함으로써,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은 대체적으로 정리가 되어있는 것같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서양쪽 커뮤니티쪽에서는 안시의 피부색을 놓고 인종주의쪽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더군요.  그건 좀... 아닌 듯.


최근의 모에 캐릭터 위주의 일상물이나 보다가 이걸 보니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이네요

 

물론 항마력이 약하면 멘탈 대미지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조심. ㅎㅎ

특히 누군가와 함께 보다가는 심히 당황스러운 장면이 있을 있으니, 혼자 조용히 보시기를 권합니다.



PS. 예전에 이 작품을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마리미테에 비유한 저의 무지함을 지적해 주신 듀란듀란 박사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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